[노트북을 열며] 챗GPT가 생성한 가짜뉴스 세상
챗GPT 같은 인공지능(AI) 언어모델은 자체 콘텐트를 생산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인간이 할 수 없는 수준의 방대한 텍스트 웹 문서를 사전 학습했기에 참·거짓을 구분하는 능력이 탁월하리란 믿음을 준다. 언론의 챗GPT 활용 방안으로 팩트체크를 꼽는 건 이 때문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완전한 착각이었다. 팩트체크는커녕 새로운 가짜뉴스를 창작했다.
검증 대상은 이래경 전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장이 천안함 자폭설로 사퇴한 이튿날인 지난 7일 입장문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2019년 7월) 검찰총장 취임 직후 극비리에 방한한 지나 해스펠 당시 CIA 국장과 면담했다”고 주장한 또 다른 음모론. 당시 워싱턴 특파원으로 몰랐던 내용을 주장한 터라 출처가 궁금해 구글 AI 바드와 마이크로소프트의 빙 AI(챗GPT-4)에게 각각 물어봤다.
그랬더니 구글 바드는 “해스펠 국장이 2019년 방한한 적 있으며 한국의 안보 상황과 검찰 수사 현황에 대해 논의하기 위한 것”이라며 출처로 미국 워싱턴포스트 보도를 댔다. 세 단락에 걸쳐 기사 요약문까지 제시했다. 이는 완전한 가짜뉴스였다. 워싱턴포스트 DB에 해스펠 방한 기사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다. CIA 사이트에도 방한 기록은 없다. 이에 바드는 “답변 자체가 잘못된 정보”라며 “저는 여전히 개발 중이며 항상 정확한 정보를 제공할 수 없다”고 사과했다. 빙 AI도 가짜뉴스를 창작하긴 마찬가지였다. “워싱턴포스트 등 관련 기사는 없지만 CIA 국장과 회동을 주장하는 책이 있다”고 답했으나 가공의 책이었다. 제시된 링크를 따라가니 네이버 지식백과 ‘전투용 권총들’이 나왔다.
음모론의 당사자는 한 극우성향 인터넷 매체의 글을 근거로 댔다. 정식 기사나 칼럼이 아니라 게시판에 오른 ‘옮긴 글’이었다. 진짜 원조를 추적하긴 쉽지 않으나 크리스토퍼 레이 미 연방수사국(FBI) 국장이 2019년 9월 공식 방한해 당시 총장이던 윤 대통령과 국제수사 공조 방안을 논의한 데서 유래했을 가능성이 크다. 이후 대선을 앞두고 좌·우 양쪽 유튜브와 인터넷 게시판에 “FBI 국장을 만난 뒤 태도가 돌변했다”는 식의 주장이 퍼졌기 때문이다. 이것이 다시 FBI→CIA 국장으로 왜곡 재생산됐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챗GPT가 사실로 판명된 주장을 참으로, 허위 정보는 거짓으로 평가할 확률은 70% 정도라고 한다. 문제는 그 결과를 그대로 보여주는 게 아니라 혼성모방 문학 장르처럼 참·거짓을 뒤섞고 스스로 추론해 그럴듯한 가짜뉴스를 생성한다는 점이다. AI가 만든 음모론이 넘쳐나는 세상은 이미 왔을지도 모른다.
정효식 정치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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