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 프리즘] 소래포구뿐일까, 바가지요금 언제까지…
인천 소래포구의 시작은 염전이었다. 1930년대 소금 운반선들이 정박하고, 일본이 물자수탈을 목적으로 수인선 협궤열차를 부설하면서 사람들이 몰렸다. 1974년 인천 내항이 준공하자 정박할 곳을 잃은 소형 어선들이 소래포구를 찾아왔다. 어부들은 잡은 새우와 생선을 거래하기 위해 파시(波市·바다 위 시장)를 열었다. 질 좋은 소금과 싱싱한 수산물, 넘치게 퍼주는 ‘덤’이 입소문을 타면서 소래포구 어시장은 ‘수도권 유일의 재래 어시장’이라는 이름의 관광지가 됐다.
이런 소래포구가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달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소래포구에서 살아 있는 꽃게를 구매했는데 집에 도착해서 보니 다리가 떨어진 꽃게로 바뀌어 있었다”는 글이 올라왔다. “비슷한 일을 당했다”는 호소, 바가지요금, 섞어 팔기, 호객 행위 등 다른 불만까지 한꺼번에 이어졌다.
비난이 커지자 소래포구 상인들은 지난 14일 자정대회를 열고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겠다”며 큰절을 했다. 100여명의 상인이 ‘고객 신뢰 회복’ 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어시장 일대를 행진했지만, 반응은 싸늘했다. 지난 2017년 4월과 2013년 1월에도 비슷한 행사가 소래포구에서 열렸기 때문이다. 누리꾼들은 “보여주기용 쇼”라며 “팔아주면 안 된다”고 비판했다.
그래서일까. 지난 24일 찾은 소래포구는 눈에 띄게 손님이 줄어 있었다. 상인들은 “곳곳에 수산물 가격이 표시된 전광판을 설치하고, 소비자가 직접 수산물 무게를 잴 수 있는 표준계량대와 고객의 소리함 등을 만들었는데도 여전히 손님이 바가지를 의심한다”고 하소연했다. 한 상인은 “꽃게는 그물로 잡아 올리거나 수조 등에서 부딪히는 과정에서 다리가 떨어지는 경우가 많고 몸통을 주로 먹기 때문에 다리가 없는 게 문제가 될지 몰랐다”고 한숨을 쉬었다.
이런 논란은 소래포구만의 일이 아니다. 코로나19 방역 조치가 완화되면서 부활한 지역 축제는 바가지 논란의 온상이 됐다. ‘고기 몇 점 올라간 4만원짜리 양배추 바비큐’ ‘어린이 손바닥만 한 2만원짜리 부침개’ ‘한 봉지에 7만원인 옛날 과자’ 등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회자하며 공분을 일으켰다. 물가 상승 등을 고려해도 너무했다 싶을 정도다. 결국 정부와 각 지자체도 축제·휴가·관광지의 바가지를 근절하겠다며 칼을 빼 들었다. 그런데도 온라인엔 여전히 고발 글이 넘쳐난다.
일본 에도시대의 사상가이자 윤리학자인 이시다 바이간(1685~1744)은 상업 활동의 3대 덕목으로 검약·근면·정직을 꼽았다. 경제 활동에도 ‘도덕’이 필요하다는 거다.
소래포구 전통 어시장 입구에 붙어있는 현수막도 ‘믿고 찾을 수 있는 안전한 소래포구’를 강조한다. 이 문구가 소비자들의 믿음이 되기까진 긴 시간이 걸릴 것 같다. 상인들의 자성이 필요하다.
최모란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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