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한국 ‘화이트리스트’ 복원
일본 정부가 2018년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사실상의 보복 조치로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수출심사 우대국)에서 제외한 지 약 4년 만에 완전 복원하기로 결정했다.
일본 정부는 27일 각의에서 한국을 수출무역관리령 별표 ‘제3의 국가’(화이트리스트)로 추가하기 위한 ‘수출무역관리령 일부를 개정하는 정령’을 결정했다. 개정 정령은 미국, 영국 등 기존 화이트리스트에 열거된 국가에 한국을 추가했다. 개정 정령은 이달 30일 공포되고, 7월 21일 시행된다.
앞서 일본은 지난 3월 한국에 대한 반도체 핵심 소재 3개 품목(불화수소,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포토레지스트)의 수출규제를 철회했고, 한국은 지난 4월 24일 일본을 화이트리스트에 다시 포함하는 내용의 ‘전략물자 수출입 고시’를 관보에 게재했다. 이번 정령 개정으로 일본에서 한국에 전략물자를 수출하거나 기술을 제공할 때 ‘일반포괄허가’가 가능해진다. 그동안은 일본의 수출 통제로 일정 자격을 갖춘 기업(CP기업)의 특별일반포괄허가만 가능했다.
일본 첨단소재 한국 수입, 절차 3개월→1주일로 단축…대통령실 “환영”
또 ‘캐치올’ 규제(비전략물자도 대량살상무기 등으로 전용될 가능성이 있는 경우 수출 허가를 받도록 한 규제)도 해제된다. 이에 따라 일본에서 무기 전용 가능성이 있는 첨단소재·전자부품 같은 품목을 한국으로 수출할 때 2~3개월 걸리던 절차가 1주일 남짓으로 줄어드는 등 절차가 크게 단축된다.
니시무라 야스토시 일본 경제산업상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의 수출 관리 체제, 운용 상황, 실효성 등에 대한 엄격한 검증을 거쳐 화이트리스트 복원을 결정했다”며 “향후 한국에서 제3국으로의 부적절한 수출이 확인되는 등 문제가 발생할 경우 한국에 적절한 대응을 요구하겠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환영 입장을 밝혔다. 이도운 대변인은 이날 오후 브리핑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간 셔틀 정상외교 복원 이후 수출 통제 분야의 양국 간 신뢰가 완전히 회복된 상징적 조치이기 때문에 환영한다”며 “앞으로 양국 교류와 협력이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일본 교도통신은 이날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스즈키 슌이치 재무상이 29일 도쿄에서 재무장관회의를 열고 통화 스와프 협정을 재개하는 방향으로 최종 조율에 들어갔다고 보도했다.
한·일 통화 스와프는 2001년 시작됐다가 양국 관계 악화로 계약이 만료되면서 2015년 종료됐다.
국내 기업들은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재지정으로 수출입 절차가 원활해지고, 한·일 정상 간 셔틀외교 복원과 맞물리면서 중장기적으로 일본과의 경제협력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했다. 실제 도레이첨단소재와 니카코리아 등 일본 반도체 관련 기업들은 최근 한국에 생산시설 증대 투자계획을 잇따라 발표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업계 화두인 공급망 안정 차원에서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도쿄=이영희 특파원, 세종=나상현 기자 misqui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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