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크렘린궁 군대 앞 연설 “여러분 덕에 내전 막았다”
러시아 용병기업 바그너그룹의 무장 반란 사태가 종료된 후 3일 만인 27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진압에 공을 세운 군을 치하하면서 지난 26일에 이어 이틀째 반란 사태로 손상을 입은 리더십 회복과 내부 동요 차단에 애를 썼다.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크렘린궁 광장에서 약 2500명의 보안군, 국가근위대 등을 상대로 한 연설에서 “여러분이 격변에서 조국을 구했고, 사실상 내전을 막았다”고 말했다. 그는 진압 과정에서 숨진 항공기 조종사들에 대해 “그들은 흔들리지 않고 명예롭게 명령과 의무를 다했다”며 이들을 위한 묵념을 제안하기도 했다. 이날 현장에는 반란을 주도한 바그너그룹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처벌을 요구한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부 장관도 목격돼 건재를 과시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어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진압에 참여한 군인들을 만난 자리에서 “우리는 국가 예산과 국방부를 통해 바그너그룹의 자금을 전액 지원했다”며 지난해 5월부터 1년간 인건비로 약 860억 루블(약 1조3150억원) 이상을 지급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국이 바그너 그룹과 수장에 지급한 돈이 어떻게 쓰였는지를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푸틴 대통령은 지난 26일엔 TV 연설을 통해 바그너그룹의 행동을 “반란”이라 규정한 뒤 “이번 사태는 시작부터 종료까지 나의 통제 하에 있었으며, 유혈 사태를 막기 위해 모든 조치를 취했다”며 자신의 리더십을 과시했다. 바그너그룹이 모스크바에서 200㎞ 이내 지점까지 접근한 것에 대해 그는 “대규모 유혈사태를 피하기 위해 조치를 취한 결과”라고 해명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바그너그룹이 반란에 돌입한 뒤 러시아 대중의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졌던 푸틴이 뒤늦게 국가의 정상성과 단합, 안정을 강조하고 나섰다”고 지적했다.
지난 24일 러시아 남부 로스토프나도누를 떠난 뒤 행방이 묘연했던 프리고진의 개인 비행기가 러시아 남서부 지역에서 이륙해 27일 오전 벨라루스의 수도 민스크 인근 군용 비행장에 도착했다고 미국 폴리티코가 전했다. 앞서 프리고진은 지난 26일 텔레그램에 올린 11분짜리 음성 메시지에서 “이번 사태는 러시아 정부의 전복을 꾀한 것이 아니라 불의를 바로잡기 위한 항의 시위였다”고 강조했다.
한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이번 사태와 관련해 “우리는 아무 관련이 없으며 러시아 체제 내 투쟁의 일부”라고 밝혔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 등이 ‘서방이 반란 사태에 연루됐는지 조사하고 있다’고 주장한 데 대한 반응이다.
우크라이나는 이번 사태를 이용해 군의 사기를 끌어올리면서 남·동부 대반격에서 눈에 띄는 진전을 보이고 있다. 영국 국방정보국(DI)은 27일 트위터를 통해 “우크라이나가 2014년부터 러시아가 점령해 온 지역을 처음으로 탈환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DI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군은 도네츠크시에서 30㎞ 떨어진 크라스노호리우카 마을의 동쪽으로 전진했다. 영국 가디언은 지난 26일 우크라이나군이 남부 헤르손시의 드니프로강 건너 마을인 다치를 점령했다. 또 동부 도네츠크주에서도 진격을 이어가 한나 말랴르 국방차관은 지난 25일 리우노필을 탈환했다고 밝혔다.
워싱턴=김형구 특파원, 박형수·박소영 기자 kim.hyoung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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