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렌: 불의 섬' 운동팀이 전하는 몸과 우정에 대한 기록

이마루 2023. 6. 28. 00:0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키워드는 정정당당! 밝고 건강한 엘르식 포트레이트.
성연이 입은 블랙 세트업은 Ader Error x Zara. 스니커즈는 Nike. 안에 입은 슬리브리스 톱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희정이 입은 브라톱과 손목에 착용한 아대는 모두 Nike. 옐로 투피스는 Sonjungwan. 레이스업 워커는 Charles & Keith. 슬리브리스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민선이 입은 티셔츠는 Moont. 바이커 쇼츠는 Lacoste. 크롭트 재킷은 D’de Moo. 스니커즈는 Nike. 네크리스는 Ajinco. 니트 삭스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은별이 입은 브라톱은 Nike. 실크 블라우스는 COS. 플리츠스커트는 Comgen. 삭스와 샌들은 모두 Nike.
민선이 입은 티셔츠는 Moont. 크롭트 재킷은 D’de Moo. 모자는 에디터 소장품.
「 멋지게, 사랑스럽게! | 김민선 · 클라이밍 」

Q : 서바이벌 예능 프로그램 〈사이렌: 불의 섬〉(이하 〈사이렌〉)은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에 공개된 후 나날이 사랑받고 있습니다. 어떤 이유로 출연을 결심했나요

A : 운동선수로 생활하다 보면 내가 하는 종목과 자신에게만 집중하게 돼요. 주변 사람들이 계속 챙겨주고 도와주는, 어떻게 보면 ‘우쭈쭈’해 주는 면이 있죠. 그래서 극한상황에서 주체적으로 도전해 볼 수 있는 ‘서바이벌 예능’ 프로그램이라는 포맷에 마음이 끌렸습니다. 저희 운동팀의 첫 숙소는 ‘천막 텐트’였는데, 평소 캠핑을 좋아해서 그렇게 힘들지 않았어요. 먹고 싶은 걸 마음대로 못 먹는 게 다소 힘들었지만요.

Q : 2013~2018년 동안 클라이밍 국가대표로 활약했습니다. 어떤 매력이 있나요

A : 어릴 때부터 몸을 움직이는 걸 좋아해서 발레를 했어요. 어느 순간 작은 키 때문에 선이 덜 예쁘다는 생각이 들어 다른 운동을 시작한 게 클라이밍이었는데, 정적인 동작과 동적인 동작이 오간다는 점에서 비슷하더라고요. 좋아해서 시간을 많이 들이다 보니 잘하게 됐고요. 클라이밍의 매력은 매번 달라지는 상황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해석해 풀어나갈 수 있다는 점이에요. 수학 문제를 푸는 것 같기도 해요. 성취감이 있죠.

Q : 지금은 강사로도 활약 중입니다. 선생님으로서 김민선은 어떤지

A : 격려를 아끼지 않는 스타일! 다만 체력을 기르기 위해 매달려서 버티기, 인터벌 트레이닝 등 반복적 훈련이 필요한데요. 그런 것은 엄격하게 합니다. 얼마 전에는 〈사이렌〉을 보고 수업을 들으러 온 분도 계셨어요.

Q : 방송에 비친 본인의 모습 중 해명 혹은 설명하고 싶은 비하인드가 있다면

A : 다 마음에 들었어요. 아, 불을 지피는 미션을 할 때 “성냥을 다 넣어버릴까” 하고 말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사실 팀원들과 상의하고 말한 거였거든요. 방송에는 제가 혼자 아이디어를 낸 것처럼 나왔는데, 함께 보고 있던 가족들이 “너무 바보 같다”고 하더군요.

Q : 이것 하나만은 자신 있었던 것은. 세 손가락으로 풀업을 하던 모습도 인상 깊었습니다

A : 당연히 높은 곳에 올라가는 것. 그리고 악력은 누구보다 자신 있을 것 같아요. 체구가 아담해서 비좁거나 복잡한 곳도 잘 지나다닐 수 있고요. 개인적으로 튼튼한 전완근이 마음에 듭니다.

Q : 155cm죠. 작은 체구의 여성으로 살면서 느낀 불편함도 있었나요

A : 〈사이렌〉에서 키가 제일 작아서 기선 제압이 안 되는 느낌은 있었어요. 클라이밍도 꼭 단신이 유리한 스포츠는 아니거든요. 그래도 사람들이 쉽게 무장해제하고 귀여워해주는 걸 나름 즐겼습니다. 멋있어 보이고 싶은 마음과 귀여움을 받아서 좋은 마음 사이를 오갔던 것 같아요.

Q : 운동하는 사람으로서 김민선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덕목은

A : 클라이밍은 마인드 컨트롤이 중요한 종목이에요. 개인 경기이기 때문에 친한 동료들이라도 라이벌이 되기도 하죠. 그 관계를 잘 전환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자신에게도 엄격해야 하죠. 속임수나 운이 작용할 수 있는 종목은 아니거든요.

Q : 좋아하는 여성 캐릭터 혹은 인물이 있나요

A : 영화를 좋아하는데요. 〈킬빌〉의 우마 서먼을 어릴 때부터 좋아했어요.

Q : 〈사이렌〉 출연을 통해 새롭게 깨달은 게 있다면

A : 사실 스스로 ‘멋지다’ ‘강하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어요. 소극적이었죠. 자신 있는 부위라고 말하면서도 때로는 원피스 같은 옷을 입을 때 전완근을 숨기고 싶기도 했어요. 왜 이렇게 두껍냐는 말을 들으면 위축됐으니까요. 그런데 〈사이렌〉을 통해 멋있는 사람들을 만나고, 그 무리에서 생활하면서 제 근육이 정말 멋진 거라는 걸 깨달았어요. 더 많은 사람이 멋지다고 말해주는 지금은 한결 당당해요.

Q : 드레스를 입고 멋지게 팔을 드러낸 오늘처럼 말이죠! 〈사이렌〉을 본 사람들이 어떤 걸 느끼길 바라나요

A : 운동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는 반응이 가장 좋아요. 사람들에게 건강한 삶, 근육 있는 삶을 지향할 수 있는 방법을 보여준 것 같아서요. 운동을 다이어트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하거나 힘든 것이라고 생각하는 여성이 많은데, 클라이밍을 비롯해 게임 같은 운동도 정말 많거든요. 다른 방식으로 접근할 수 있는 종목에 대해서도 더 넓게 상상하면 좋겠습니다.

Q : 마지막으로 팀원들에게 못한 말이 있다면

A : 방송 경험이 없는 저를 언니들이 돋보이게 해주려고 노력해 줬어요. 세 손가락으로 풀업을 하는 것도 제 원래 성격이면 하지 않았을 텐데 성연 언니 권유로 한 거였어요. 위장 크림을 발라준 것도 언니고요! 제 좋은 면을 봐줘서 모두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어요.

민선이 입은 슬립 원피스는 8 by Yoox. 모자는 Calvin Klein. 슈즈는 Charles & Keith. 은별이 입은 슬리브리스 톱은 Lacoste. 스니커즈는 Coach. 데님 팬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은별이 입은 슬리브리스 톱은 Lacoste. 성연이 입은 블랙 세트업은 Ader Error x Zara.
「 한 치의 의심 없이 당당한 | 김은별 · 씨름 」

Q : 〈사이렌〉의 반응이 뜨겁습니다. 어떤 반응은 예상했고, 어떤 반응은 예상하지 못했나요

A : 하나부터 열까지 다 예상하지 못했어요. 씨름은 종목 특성상 홈구장이 정해진 게 아니라 지역 이곳저곳에서 경기가 열리는데, 씨름장까지 팬들이 온 걸 보고 엄청 놀랐어요. SNS 응원도 힘이 되지만 시간을 들여 직접 시합을 보러 오는 건 또 다른 문제잖아요. 교통편이 좋지 않은 곳도 많은데 너무 감사하더라고요. 고생해서 오셨는데 시합을 앞두고 긴장하는 바람에 인사도 제대로 못한 것 같아 죄송해요. 응원의 힘도 느꼈어요. 난생처음으로 누군가 ‘김은별 파이팅!’이라고 쓴 스케치북을 들고 있는 걸 보니 정말 힘이 나더라고요. 감사하다고 꼭 써주세요!

Q : 매화급(60kg 이하) 선수로 출전하고 있어요. 씨름의 매력은

A : 다른 스포츠와 달리 상대방과 맞닿은 상태로 시작한다는 것. 그러면서 발생하는 기술들이 가진 박진감과 역동성이 커요. 저는 경기를 길게 하지 않고 빨리 끝내는 편이라 첫 타이밍 싸움이 중요한데요. 그렇게 빨리 한판 승부가 명확하게 나는 데서 얻는 쾌감이 있죠.

Q : 〈사이렌〉 촬영은 지난여름에 진행됐습니다. 출연은 어떻게 결심했나요? 우승 상금이 있는 것도 아니었는데

A : 녹화 기간이 전국체전과 겹쳤어요. 운동선수에게는 아주 중요한 시기죠. 하지만 경기는 제가 열심히만 하면 다음이 있지만 방송은 일생에 한 번 올까 말까 한 추억을 만들 수 있는 기회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다행히 코치님도 좋은 기회라는 걸 이해해 주셨어요.

Q : 출연 전 이것만은 자신 있다고 생각한 게 있다면

A : 끈기! 처음에는 낯선 환경에서 다소 서툴고 실수하는 모습을 보이게 될지언정 포기하지 않는다면 결국 얻어내고 발전하리란 걸 믿었어요. 그리고 달리기도 자신 있었습니다.

Q : 운동 외의 취미가 있다면

A : 시즌과 비시즌이 없는 종목이다 보니 달달한 게 당길 때가 있는데요. 그 때문인지 요즘 쿠키 만들기에 푹 빠졌어요. 열심히 만들어도 저는 한 입밖에 먹지 못하고 사람들에게 나눠주지만, 만드는 과정 자체에서 오는 기쁨이 있더라고요.

Q : 김은별이 생각하는 스포츠맨십은

A : 정해진 규칙에 따라 정정당당하게 시합하고, 그 결과를 기꺼이 받아들이는 것이죠. 내가 졌을 때는 상대방에게 “축하해”라고, 이겼을 때는 “고생했다”고 말하고요.

Q : 방송에 비친 모습 중 가장 마음에 드는 내 모습은

A : 1화 갯벌 달리기에서 인터뷰 때 고개를 딱 돌리는 모습이 마음에 들었어요. 스턴트팀 기지를 공격할 때 벽 타고 올라가는 장면도 멋있었고요. 아! 준결승 기지전을 마치고 군인팀과 경호팀을 해치우고 돌아오던 길에 제가 육성으로 “룰루랄라”라고 말하는 장면이 있더라고요. 저런 소리를 내다니, 전혀 의식하지 못했던 모습이라 깜짝 놀랐습니다. 주변에 물어보니 제가 원래 의성어를 곧잘 낸다고 하더라고요(웃음).

Q : 한편 가장 당황스러웠던 순간은

A : 매 아레나전이 정말 당황스러웠습니다. 장작 패기, 불 지피기, 모래 구덩이 파기 등…. 제작진들이 직접 안 해보고 저희에게 시킨다고 생각했는데 갯벌도 직접 다 뛰어봤다고 하더라고요.

Q : 〈사이렌〉 출연을 통해 새롭게 깨달은 게 있다면

A : 세상에는 당연한 일도, 쉬운 일도 없다는 사실. 나도 잘해야 하지만 서로 의견을 존중하고, 팀이 어우러지며 화합할 때 큰 시너지가 생긴다는 걸 알았어요.

Q : 좋은 연합을 이뤘고 2위를 거머쥔 소방팀과는 얼마 전 만남을 갖기도 했습니다. 다른 출연자를 통해 배운 것도 있었는지

A : 소방팀의 (김)현아 언니는 리더로서 통솔력과 빠른 두뇌회전을 갖췄어요. 팀원들도 그 지시를 바로 이해하고 따르는 모습이 멋있었어요. 스턴트팀의 악바리 근성과 군인팀의 전략과 전술을 보면서 대단하다고 생각했습니다.

Q : 평소 좋아하는 여성 캐릭터가 있는지

A : 제가 거울을 보고 근육을 드러내는 포즈를 좋아하는데요(웃음). 그런 제 모습을 본 누군가가 ‘툼 레이더’ 같다고 해서 찾아보니 안젤리나 졸리가 라라 크로포트라는 멋진 역할을 했더라고요. 그 이후로 툼 레이더 이야기만 하고 다닙니다.

Q : 〈사이렌〉을 본 사람들이 느꼈으면 하는 포인트가 있다면

A : 운동선수, 소방관, 경찰관, 스턴트맨, 경호원, 군인…. 다양한 직업군을 가진 여성들이 모였고, 대표로 저희가 나오긴 했지만 사실 저희보다 더 뛰어난 사람들이 있을 거예요. 그래도 이런 일을 하는 사람들,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아주면 좋겠습니다.

성연이 입은 블랙 세트업은 Ader Error x Zara.
「 존재 자체가 든든한 | 김성연 · 유도 」

Q : 지난해를 끝으로 23년에 걸친 선수생활을 마쳤습니다. 지금은 지도자로 선수들을 이끌고 있죠. 어떤 점이 달라졌나요

A : 지도자로서는 아직 5개월밖에 되지 않아서 부족한 것도, 배울 것도 많아요. 하나하나 배운다는 마음으로 하고 있어요. 선수일 때는 내 몸과 상태만 신경 쓰면 됐는데, 지도자는 더 연구하고 고민할 게 많더라고요. 모든 종목이 그렇겠지만 유도는 정답이 없어요. 제가 했던 방식이 누구에게나 맞는 것도 아니고요.

Q : 〈사이렌〉에는 어떤 이유로 출연을 결심했을지

A : 처음 제안받았을 때는 출연을 거절했어요. 여자들의 의리와 멋진 모습을 담겠다는 프로그램의 취지는 멋있었지만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좋아하지 않았거든요. 운동선수 생활을 오래 하다 보니까 경쟁은 그만하고 싶다는 생각도 있었고요. 결국 설득당하고 말았네요(웃음).

Q : 대한민국 여자 유도를 대표하는 얼굴입니다. 그야말로 여러 한계와 마주했겠죠

A : 10년 넘게 국가대표 최전선에 있다 보면 정말 많은 시합을 해요. 상대방을 이겨야 하는 건 당연한 거고, 매일매일 한계에 도전하며 자신과 싸우고 이겨내야 하죠. 국가대표로서도 그렇지만 전국에서 1~2등을 한다면 그 자리를 계속 지키는 게 쉽지 않거든요. 그래서인지 〈사이렌〉은 ‘한계’라는 느낌은 없었어요. 단, 갯벌 경주는 제외하고요!

Q : 마지막에 뒤처진 당신을 김희정 선수가 데리러 나갔어요. 다른 사람에게 의지하는 드문 경험 아니었을까요

A : 개인전이었으면 포기했을 것 같아요. 발이 자꾸 갯벌에 빠지니까 신발을 벗었는데 그게 오히려 좋지 않은 선택이었죠. 그런데 1등으로 도착한 희정이가 망설임 없이 저를 데리러 오는 거예요. 방송에는 잘 안 나왔지만 은별이는 60kg 철근에 매달린 팀 깃발을 들고 돌아오는 길에 제게 자신의 신발을 벗어줬어요. 너무 고맙죠. 민선이는 저를 대신해 자꾸 깃발을 들으려고 했고요. 첫 게임에서 든든한 사람이 돼주지 못했던 미안함이 여전히 남아 있어요. 맛있는 걸 많이 사며 갚아나가려 합니다.

Q : 좋아하는 여성 캐릭터

A : 우리 리더 희정이요! 언니라 부르고 싶네요(웃음).

Q : 김성연이 생각하는 스포츠맨십은

A : 상대가 나보다 약해도 쉽게 생각하지 않고, 내 몸 상태가 좋지 않아도 항상 정정당당하게 최선을 다하는 것이요. 경기가 잘 풀리지 않고 몸이 힘들면 욕하는 선수들이 있어요. 그럼 상대방 선수도 제대로 경기에 임할 수 없거든요. 그게 싫어서 저는 감정을 드러내지 않아요. 나중에 혼자 화장실에 가서 울더라도요. 저는 평화주의자입니다. 사람들이 상대방과 가까이에서 몸싸움이 벌어지는 기지전 때 기술을 걸고 싶지 않냐고 하셨는데, 전혀요. 일반인한테 유도 기술을 건다고 생각한 적은 한 번도 없어서요.

Q : 조금 더 해명 혹은 설명하고 싶은 비하인드가 있다면

A : 다른 팀은 가스레인지나 라이터를 획득한 반면 저희는 파이어 스틱으로 매끼 불을 지펴야 했어요. 화면 속에서 만날 나뭇가지를 들고 다니는 모습이 잡힌 이유죠. 가장 많이 했던 말이 “나뭇가지 챙겨” “마른 가지 챙겨 와!”였던 것 같아요. 나중에는 불도 잘 지폈는데 그런 모습이 방송에는 덜 나왔더라고요. 저희 방울토마토만 먹은 게 아니고, 나중에는 감자도 많이 구워 먹었습니다(웃음).

Q : 촬영하며 의외로 어려웠던 점은

A : 사실 제가 토마토나 감자를 싫어하거든요. 촬영하는 일주일 동안 4kg이나 빠졌어요. 그리고 언제 사이렌(기지전 출동을 위한)이 울릴지도 모른다는 사실이 너무 불안했어요. 항상 짜인 규칙대로 살아오는 게 익숙하다 보니 그 불확실성이 힘들더라고요. 나중에 방송을 볼 때도 사이렌이 울릴 때는 음소거하고 봤습니다. 소방팀, 존경해요.

Q : 프로그램 출연 이후 새롭게 깨달은 게 있다면

A : 선수촌에서만 살다 보면 다양한 직업군을 만날 기회가 없어요. 녹화 때도 너무 멋있다고 생각했지만, 경쟁 구도다 보니 당시에는 말 한 마디 못해본 분도 많아요. 그런데 방송으로 다시 보니 정말 더 멋지더라고요. 방송을 봐주는 분들도 그걸 느꼈으면 좋겠어요. 어떤 출연진도 안 좋게 바라보지 않았으면 합니다.

Q : 특히 마음에 남는 반응은

A : 저희 팀은 원칙이 있었어요. 우리가 맞다고 생각하면 정정당당하게 하자고. 운동팀은 권모술수가 없고 정정당당하게 게임한다는 반응을 볼 때 우리가 올바른 판단을 했구나 싶어요.

성연이 입은 데님 세트업은 H&M. 하이톱 스니커즈는 Converse. 안에 입은 티셔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희정이 입은 슬리브리스 베스트와 네크리스는 모두 COS. 하프 데님 팬츠는 Moont. 사이하이 부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 팀을 위해서라면 끝까지 | 김희정(리더) · 카바디 」

Q : 카바디 국가대표 선수입니다. 이 종목을 〈사이렌〉을 통해 알게 된 사람도 많을 것 같아요

A : 예능 프로그램 〈노는언니 2〉에서도 카바디 국대 선수들과 함께 출연했던 적 있어요. 어릴 때부터 육상 · 배구를 했고, 체대에 진학했는데 수업 중에 카바디가 있었어요. 인도의 ‘국민 스포츠’라더군요. 생소했지만 학점을 잘 준다고 해서 시작했는데 딱 두 팀만 출전해서 저희가 졌음에도 2등한 거예요. 조금 더 해보면 1등도 할 수 있겠다는 마음으로 계속하다 보니까 어느 순간 그 매력과 희열감에 푹 빠지게 됐어요.

Q : 갯벌을 달려 가로지르는 첫 화에서 출연진 중 1등으로 도착하고도 뒤처진 팀원을 데리러 기꺼이 다시 그 길을 돌아가던 모습이 기억에 남습니다

A : 골인 지점에 거의 도달했을 무렵, 팀원들의 위치를 확인했어요. 제 바로 뒤 2등으로 도착한 은별에게 성연 언니를 봤냐고 물었는데, 은별이 잘 모르겠다고 하더라고요. 네 명의 팀원 모두가 도착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는 갈지 말지 망설일 틈이 없었어요.

Q : 그나저나 발이 푹푹 빠지는 갯벌을 어떻게 그렇게 빨리 달릴 수 있나요

A : 갯벌을 뛰는 건 저도 처음이었는데, 빠지고 넘어지는 과정에서 요령을 터득한 것 같아요. 카바디라고 하면 여전히 “그게 뭐야”라고 보는 시선도 많은데, 첫 경기에서 1등을 하면서 안심도 됐던 것 같습니다. 대표 선수로서 하나는 해냈구나 싶어서요.

Q : 방송 내내 좋은 리더십을 보여줬어요

A : 씨름, 클라이밍, 유도는 개인 종목인데 카바디는 다섯 명이 하는 팀 운동이거든요. 그래서 리더를 맡은 건 아니지만 돌아보니 제법 잘 대처한 것 같아요. 저희 팀원들이 모두 순한데, 제가 그래도 판단을 빨리 내리고 불쾌할 때는 불쾌한 티를 적절하게 내지 않았나 싶어요. 군인팀이 우리 팀을 무시하는 발언을 했던 순간은 지금 생각해도 기분 나쁩니다(웃음).

Q : 〈사이렌〉 은 어떤 이유로 출연을 결심했을까요

A : 프로그램 소개 문구에 쓰여 있던 ‘내 한계를 뛰어넘는다’에서 ‘한계’라는 단어에 꽂혔어요. 운동선수 사이에서도 자신의 종목 내에서 경쟁은 하지만 내가 우물 안 개구리인 건 아닌지, 다른 직업군의 여성들은 얼마나 강한지, 제대로 붙어보고 싶었던 것 같아요. 한편으로는 운동선수를 누가 이기겠냐는 자신감도 있었는데, 촬영장인 섬에 입도해 다른 출연자들을 봤을 때 바로 느꼈습니다. ‘아, 내가 잘못 생각했구나.’

Q : 촬영하면서 특히 놀랐던 점이 있다면

A : 이 섬에 생활할 수 있는 모든 게 있다는 게 신기했어요. 다른 팀들은 일찌감치 정찰이나 연합작전 등 치밀하게 작전을 세웠다는 사실을 방송을 보고 알았습니다. 저희는 처음에 전략도 없고, 밥해 먹기 바빴던 것 같거든요.

Q : 그럼에도 최종 우승을 할 수 있는 힘은 어디서 나왔을까요

A : 닥치면 하는 스타일이기도 하고, 어떤 상황과 맞닥뜨렸을 때 맡은 역할을 다 잘해내는 팀이었던 것 같아요. 제가 전체적 상황을 파악한다면 성연 언니도 힘으로 확실히 보여주고, 은별이는 완전 행동파, 민선이는 깃발을 꽁꽁 숨기는 데 기여를 많이 했어요. 각자 역할에 충실했죠.

Q : 좋아하는 여성 캐릭터가 있을까요? 실존 인물도 좋습니다

A : 김연경 선수를 좋아합니다. 리더십은 물론 사람 자체를 본받고 싶어요. (박)세리 언니나 김연경 선수는 장군 같아요. 알아서 사람들이 따르게 되거든요. 저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죠.

Q : 김희정이 생각하는 스포츠 정신은

A : 심판이 인정하는 범위에서 열심히 하는 것. 반칙이라고 하기 전까지는 최대한 해내는 거죠. 그리고 그 순간에는 화가 날지라도 결과에 승복하는 법을 알아야 해요. 〈사이렌〉도 중재와 규칙이 있는 프로그램이었어요. 규칙 안에서 되는 것과 안 되는 것이 명확하게 존재하는 것에 운동팀은 빠르게 적응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Q : 이 프로그램을 본 사람들이 어떤 것을 느끼길 바라나요

A : 저는 카바디라는 종목을 알리고 싶은 마음이 여전히 큰 것 같아요. 제게는 영원한 숙제 같은 것이죠. 이 운동이 너무 좋아서 투잡을 뛰면서까지 하는 사람도 있고, 산전수전 다 겪은 사람이 많거든요. 그래도 나라를 대표해 나가는 건데 생계 때문에 고민하거나 운동선수라는 직업 자체를 고민하는 일은 없었으면 합니다. 비인기 종목이지만 언젠가 더 많이 알려져 응원을 받으면서 시합을 해보고 싶습니다.

Copyright © 엘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