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용계 오스카상' 강미선 "한국 최고여야 해외서도 최고"
"한국서 최고 못 되면 해외서도 최고 못 돼"
유니버설발레단 21년 근속한 국내파 발레리나
“항상 부족하다고 여겼다. 한국에서 최고가 되지 않으면 해외에서도 최고가 될 수 없다고 생각했다.”
21년, 무용의 길만 걸어온 강미선 유니버설발레단 수석무용수는 27일 오전 서울 광진구 유니버설아트센터에서 열린 수상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앞서 지난 20일 그는 창작 발레 ‘코리아 이모션’ 중 ‘미리내길’에서의 연기로 발레계 최고 영예인 ‘브누아 드 라 당스’ 최우수 여성 무용수상을 받았다.
그는 “수상보다도 한국 발레를 세계에 알릴 수 있다는 것에 큰 의미를 뒀다”며 “후보가 되고, 시상식 무대에서 한국 발레를 보여드릴 수 있다는 것으로도 이미 큰 영광이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올해 브누아 드 라 당스 최우수 여성 무용수 부문 후보들은 하나같이 쟁쟁한 상대였다. 볼쇼이 발레단 수석무용수 엘리자베타 코코레바, 파리 오페라 발레단 에투알 도로시 질베르, 마린스키 발레단 퍼스트 솔리스트 메이 나가히사, 중국국립발레단의 추윤팅 까지 총 5명의 경쟁 속에서 강미선은 추윤팅과 함께 공동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한국인으로는 역대 다섯 번째 수상이다. 발레리나 강수진(1999년) 이후 김주원(2006년)과 발레리노 김기민(2016년), 발레리나 박세은(2018년)이 이어 강미선이 그 주인공이 됐다.
문훈숙 유니버설발레단 단장은 “해외에서 활동하는 최고의 발레리나와 경쟁하는 시상식에서 단 6분 분량의 영상으로 (강미선이) 심사위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지 조마조마했다”며 “그동안 해외 발레단에 진출한 무용수들이 상대적으로 높이 평가된 데 반해 국내에도 세계 수준의 무용수가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이번 수상은 국내파 무용수들에게 자극이 되는 순간이었다”고 설명했다.
강미선을 볼쇼이 무대의 주인공으로 만든 ‘미리내길’은 유병헌 유니버설발레단 예술감독의 안무작 '코리아 이모션'에 포함된 작품이다. 드라마 OST 대가 지평권의 국악 크로스오버 곡에 죽은 남편을 그리워 하는 부인의 애절함을 한국 무용으로 풀어낸 창작발레로, 공연 당시 강미선은 절절한 아내의 그리움을 섬세하게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발레만 해온 그에게 한국적 정서와 춤사위가 담긴 작품이 어렵지 않았냐는 질문에 강미선은 "무용을 여덟살 때 시작했는데, 당시 학원이 한국무용과 발레를 모두 가르치는 곳이라 6년 정도 한국무용을 배웠고 원장님이 한국무용으로 진로를 권했지만, 발레에 더 매력을 느꼈었다“며 ”그때 익힌 한국무용의 동작과 느낌이 마음속에 배어 있어 지금도 한국적 춤사위가 들어 있는 작품은 더 자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강미선은 일반인에겐 낯선 이름이지만 무용계에서는 ‘갓(god) 미선’이라 불리며 다양한 작품과 배역을 완벽하게 소화해낸 실력파 무용수로 명성을 얻었다. 그는 선화예중·예고를 거쳐 미국 키로프아카데미 졸업과 동시에 2002년 유니버설 발레단에 입단했다. 코르 드 발레(군무) 무용수로 시작해 드미솔리스트(2005~2006), 솔리스트(2006~2010), 시니어 솔리스트(2010~2012)를 거쳐 2012년 수석무용수에 올랐다. 이후 ‘백조의 호수’, ‘심청’, ‘춘향’ 등 유니버설발레단 대표 레퍼토리에서 주역으로 활약했다.
21년째 유니버설발레단에서만 활동한 그는 “사실 이렇게 한 발레단에서 오랫동안 춤을 출 줄 몰랐다”며 “해외 발레단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안 한 것은 아니지만, 계속 배워가는 단계라고 생각했고 (나가지 않은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강미선은 “사실 이렇게 오랫동안 한 발레단에서 춤을 출 줄은 몰랐다”면서도 “계속 배워가는 단계이기 때문에 해외에 나가지 못한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유니버설발레단 고유 레퍼토리를 어릴 때부터 봐 왔고 제게는 무조건 이 발레단이 꿈이었다”고 덧붙였다.
지난주 그의 수상 소식에 언론은 일제히 발레계에서 흔치 않은 ‘워킹맘’ 발레리나의 업적을 추켜세웠다. 강미선은 2014년 같은 발레단 수석무용수 콘스탄틴 노보셀로프(37)와 결혼, 2021년 10월엔 아들 레오를 출산한 국내 무용계에 몇 안 되는 '워킹맘' 발레리나다. 하지만 그는 자신만 특별한 워킹맘처럼 비치는 것이 부담스럽다고 했다. “육아와 발레를 병행하면서 힘들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다. 항상 워킹맘 관련 질문을 많이 하시는데, 워킹맘 발레리나라서 특별히 더 힘들기보단 오히려 무대에 오르면서 몸 쓰고 연습하면 육아 스트레스가 풀려 더 열심히 했던 것 같다.”
올해 브누아 드 라 당스 심사위원이었던 유지연 유니버설발레단 지도위원은 “강미선은 아직 세계에 알려지지 않은 숨은 스타라는 자부심이 있었다”고 말했다. 문 단장 또한 “(강미선은) 어떤 작품이라도 믿고 맡길 수 있고, 그 책임을 온전히 해내는 무용수”라고 평가했다. 인정과 찬사는 수상의 기쁨으로 이어졌지만, 강미선은 여전히 겸손한 태도를 견지했다. “부족한 부분을 채우려 노력하다 보니 시간이 많이 지난 것 같다. 발레리나를 꿈꾸는 분들, 이제 막 시작하는 발레리나들에게 좋은 영향을 주는 무용수가 되고 싶고, 또 그렇게 되려 노력하고 있다”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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