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점 47·43골...역대급 전반기 울산, 비결은 홍명보식 공격축구 '막공'

피주영 2023. 6. 27.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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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 성적으로 전반기를 마친 홍명보 울산 현대 감독. 송봉근 기자

"다 우리 선수들 덕분이죠. 지난해 17년 만의 리그 우승으로 자신감이 붙었어요. 지난해보다 더 높은 승점으로 우승하는 게 목표입니다."

최근 울산 동구의 프로축구 울산 현대 클럽하우스에서 만난 홍명보(54) 감독은 침착한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그의 얼굴에서 '승자의 여유'나 '방심'은 찾아볼 수 없었다. 반환점(19라운드)을 돈 올 시즌 K리그1에서 디펜딩 챔피언 울산은 승점 47(15승2무2패)로 압도적인 선두다. 2위 포항 스틸러스(승점 34)에 승점 13 앞섰다. 울산이 지난 시즌 승점 76으로 리그 우승 트로피를 들었는데, 올 시즌은 전반기에 이미 지난해 전체 승점의 60% 이상을 달성했다.

전반기만 치르고도 지난 시즌 총 승점의 60%를 달성한 울산. 연합뉴스
울산 상승세의 비결은 마지막 순간까지 몰아쳐 막판에 뒤집는 '막공'이다. 사진 프로축구연맹

현재 페이스면 승점 94까지 쌓을 수 있다. 2013년 승강제 도입 후 K리그1 역대 최다 승점으로 우승했던 2018년 전북 현대(당시 승점 86)를 훌쩍 뛰어 넘을 수 있다. 홍 감독은 "2위 팀에 이렇게 큰 격차로 앞선 1위로 후반기를 맞이할 줄은 예상 못했다"면서도 "당장 지금은 흐름이 좋아도 나중에 위기가 올 수 있다. 시즌은 아직 반이나 남았다. 빈틈을 보이지 않겠다"고 밝혔다.

울산 상승세의 비결은 '막공(막판·마지막 순간까지 공격)'이다. 지고 있든 큰 점수 차로 앞서고 있든, 종료 휘슬이 울리는 순간까지 쉬지 않고 공격을 몰아치는 전술이다. 준우승만 줄곧 하던 울산을 부임 2년차였던 지난해 우승으로 홍 감독은 "우승을 하고 보니 그동안 울산이 2인자였던 건 선수들의 실력이나 유명세 부족 때문이 아니었다. 모든 선수들이 같은 목표를 향해 달리는 '원팀 정신'이 필요했다"면서 "올 시즌 공통의 목표인 '승리'만 보고 뛰자고 당부했다. 골이 많으면 이길 확률은 높아지기 때문에 후반 추가시간까지 공격하자고 주문했다"고 설명했다.

홍명보 감독은 뒷심이 부족했던 울산에 '막공 DNA'를 심었다. 송봉근 기자
울산은 공격수 전원이 득점왕 후보일 만큼 막강 화력을 과시 중이다. 사진은 헝가리 국가대표 공격수 마틴 아담(오른쪽). 연합뉴스

그 결과 울산은 올 시즌 선제골을 내주고도 역전한 경기가 전체 15승 중 30%에 해당하는 4경기다. 지고 있다가 비긴 경기도 2경기나 된다. 지난해 총 57골을 넣은 울산은 현재 43골을 기록 중이다. 간판 공격수 주민규와 바코(조지아)는 나란히 10골을 터뜨려 득점 1, 2위를 달리고 있다. 울산 선수와 홈팬 사이에선 지고 있어도 언제든 경기를 뒤집을 수 있다는 믿음이 생겼다. 홍 감독은 "팬들에겐 재밌는 축구를 보여드릴 수 있어서 기쁘다"면서도 "감독 입장에선 지고 있을 때 속이 탄다. 개인적으로는 역전승보다는 선제골을 넣고 이기는 게 더 좋다"며 웃었다.

홍 감독이 '막공'이 막공을 펼칠 수 있는 것은 주전과 후보의 경계가 없는 막강 전력의 울산이라서 가능하다. 울산은 김영권, 조현우, 엄원상, 주민규 등 공·수 전 포지션에 걸쳐 국가대표급 선수들이 버티고 있다. 외국인 선수인 마틴 아담(헝거리), 다리얀 보야니치(스웨덴), 바코 등도 자국 국가대표 출신이다. 스타 선수라도 경기에 뛰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홍 감독은 특유의 '존중의 리더십'과 강한 카리스마를 동시에 발휘하며 팀을 이끌고 있다.

홍명보 감독은 평소 '존중의 리더십'을 펼치지만, 원팀을 깨는 선수는 강한 카리스마로 다스린다. 연합뉴스

그는 후보 선수들에겐 '뛰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솔직히 말해준다. '다음에 기용하겠다'는 지키지 못할 약속은 하지 않는다고 했다. 대신 부족한 부분을 보완했을 땐 기회를 주려고 노력한다. 현역 시절 일본과 미국에서 뛴 홍 감독은 외국인 선수들에겐 먼저 다가가 산책하며 조언한다. 타지에서 선수 생활하는 잘 알고 적응을 돕겠다는 의도다. 홍 감독은 젊은 층에서 유행하는 MBTI 성격 유형 검사를 선수 전체에게 시키면서 가까이 다가서기도 했고, 일주일에 한 번쯤은 선수단 전체 회의도 연다.

홍 감독은 "선수들에게 솔직하게 털어놓으려 한다. 또 주전과 후보 선수 구분 없이 인간 대 인간으로 존중하려고 노력한다. 특히 경기에 나서지 못하는 선수에게 더 마음이 간다"며 원팀의 비결을 밝혔다. 그러나 규율을 어기는 선수에겐 '호랑이 감독'으로 변한다. 그는 "누구나 불만이 있을 순 있지만, 표출하지 않은 것도 프로의 덕목이다. '원팀'을 깬 선수는 존중하지 못한다"고 잘라 말했다. 홍 감독은 '원팀 울산'과 지난해보다 더 풍성한 시즌을 꿈꾼다. 그는 "프로팀 감독은 우승 타이틀이 중요하다. 지난해엔 리그 우승을 했다면 올해는 아시아 챔피언스리그까지, 2개 이상의 우승컵에 도전하겠다"며 2관왕에 대한 포부를 밝혔다.

울산=피주영 기자 akap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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