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배 제한’ 판결에 노란봉투법 힘 받은 野…30일 강행처리 예고
야권이 주도하는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 개정안)’을 둘러싸고 6월 임시국회 막판 여야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의 요구로 30일 본회의 부의 가능성이 커진 가운데, 국민의힘은 대통령 거부권 건의와 함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포함한 맞대응 옵션을 검토하며 저지에 나설 계획이다.
민주당은 대법원이 지난 15일 노란봉투법과 비슷한 취지의 판결을 내리자, 노란봉투법 본회의 처리에 드라이브를 걸기 시작했다. 노란봉투법은 노조법 2·3조를 개정해 노사 관계와 관련한 사용자 범위를 넓히고, 불법 쟁의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게 골자다. 노란봉투법이란 이름은 2014년 쌍용차 노동자들에게 법원이 47억원의 손해배상 판결을 내리자 노란색 봉투에 성금을 담아 전달한 데서 유래됐다. 이 법은 지난달 24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야권 주도로 본회의에 직회부됐다.
민주당은 대법원이 지난 15일 현대차 불법파업 손해배상 소송에서 “배상 책임을 개별적으로 따져야 한다”고 판단한 것을 근거로 노란봉투법의 정당성이 확인됐다고 주장한다. 이 판례는 노란봉투법 3조 2항에 신설되는 ‘손해배상 책임 제한’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 ‘법원은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경우, 각 손해의 배상의무자별로 귀책사유와 기여도에 따라 개별적으로 책임 범위를 정해야 한다’는 조항이다. 사측이 개별 파업 노동자에게 과도하게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을 법으로 제한하자는 게 야당의 입법 취지다.
이에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측은 “회사 측이 조합원 각각이 불법행위에 가담한 정도를 파악해 입증하라는 것인데 손해배상 청구를 원칙적으로 제한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기업들은 노란봉투법이 통과되면 불법파업 손해배상에 대한 면책범위가 넓어져 불법파업이 잦아질 거라 우려하고 있다.
더 큰 쟁점은 야당에서조차 “노사관계의 틀을 획기적으로 바꿀 것”(민주당 환노위 관계자)이라고 자평하는 노란봉투법 2조 2호다. 해당 조항은 현재 ‘사업주, 사업의 경영담당자’로 규정된 사용자 개념을 ‘근로 조건에 대하여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자’까지 넓히도록 규정했다. “이 규정이 통과되면 2·3차 협력사 노조까지 원청을 상대로 교섭을 요구하고 쟁의행위에 돌입할 수 있어 ‘파업 조장법’이 된다”는 게 정부·여당 측 우려다.
학계에선 노란봉투법 2조 2호가 노사 관계의 불안정성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지순 고려대 로스쿨 교수는 “교섭의 대상이나 주체가 대폭 확대되면 교섭을 요구하는 행위가 늘어날 것이고, 손해배상 책임의 부담으로부터 벗어나기 때문에 더 강한 투쟁 수단을 선택할 가능성 또한 커진다”며 “노사관계의 불안정성을 초래하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질적·구체적 지배력’이란 개념 자체가 법적으로 모호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형 로펌 관계자는 “이 조항이 통과되면 단체교섭권 유무를 둘러싸고 노사 간 대거 소송전이 개시될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자가 사용자에 해당한다’는 취지의 2010년 대법원 판결을 근거로 “법리상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박지순 교수는 “해당 판례는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 책임과 관련된 것으로 노사 간 교섭 전반엔 적용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한편, 민주당 을지로위원장인 박주민 의원과 이은주 정의당 의원은 27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민주노총 등과 27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국회의 노란봉투법 처리를 촉구하며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의 부당성을 주장했다. 이들은 “노조법 2·3조 개정안의 법적 정당성과 사회적 공감대는 충분히 확인됐으며, 거부권 행사는 위헌임이 명백하다”며 정부·여당을 압박했다.
위문희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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