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9% VS 0%…노사 최저임금 '2590원' 격차, 논의도 멈췄다
‘26.9% vs 0%’
노사(勞使)가 각기 내놓은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률이다. 노동계는 내년에 시간당 1만2210원까지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경영계는 올해(9620원)와 같은 수준으로 동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법정 심의기한(29일)을 이틀 남겨놓고 양측 입장차가 팽팽한 가운데 근로자위원이 정부의 노동계 탄압을 이유로 전원회의 참석을 거부하면서 논의가 표류하고 있다.
사용자위원 측은 2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제8차 최저임금위 전원회의에서 내년 최저임금 최초안으로 ‘동결’을 제시했다. 올해 최저임금인 시간당 9620원과 같은 수준을 내년에도 유지해야 한다는 의미다.
사용자위원인 류기정 경총 전무는 모두발언을 통해 “임금 결정에 있어 가장 중요한 기업의 지불능력 등을 살펴볼 때, 내년 최저임금은 올해보다 인상하기 어려운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소상공인과 영세·중소기업의 지불능력은 한계상황에 직면해 있고, 현 최저임금조차 감당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밝혔다. 이어 “노동생산성이나 소득분배 측면에서도 최저임금 인상요인을 찾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앞서 근로자위원 측은 최저임금 최초안으로 올해보다 26.9% 오른 시간당 1만2210원을 제시했다. 이에 따라 노동계와 경영계 간 최초안 격차는 2590원(26.9%포인트)으로 벌어지게 됐다. 이는 3260원(43.3%포인트)의 격차를 보였던 2018년 이후 가장 큰 수준이다. 최종 최저임금은 양측의 최초안을 기준으로 최저임금위 논의를 거쳐 좁혀가는 방식으로 결정된다.
하지만 근로자위원들이 정부의 노동계 탄압을 이유 최저임금 심의 참여를 잠정 중단하기로 결정하면서 이날 논의는 이뤄지지 못했다. 근로자위원인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전원회의 모두발언에서 “최저임금노동자의 생명과 삶을 담보로 정부의 비정상적이고 비상식의 노동 탄압 폭거가 난무하는 상황에서 더는 최저임금위 참석이 어렵다”고 밝힌 뒤 다른 근로자위원들과 함께 회의장을 박차고 나왔다.
앞서 고용노동부는 전남 광양에서 농성을 벌이는 과정에서 쇠파이프를 휘둘러 경찰을 다치게 한 혐의 등으로 구속된 김준영 금속노련 사무처장을 근로자위원직에서 직권해촉했다. 이후 한국노총이 공석이 된 근로자위원 자리에 김만재 금속노련 위원장을 추천했지만, 정부는 지난 26일 공문을 통해 “해촉된 위원과 공동불법행위 혐의로 수사 중인 상황에서 제청하기 적합하지 않다”며 거부했다.
최저임금법상 재적 위원 과반수가 참여하면 회의는 진행할 수 있지만, 근로자위원과 사용자위원의 3분의 1이 출석하지 않으면 안건을 의결할 수 없다. 이날 회의도 근로자위원 없이 속행됐지만, 오는 29일까지인 법정 심의기한 내에 내년도 최저임금을 의결하는 것은 사실상 어려울 전망이다. 다만 심의기한은 법적인 강제성이 없는 일종의 ‘훈시규정’으로 해석되는 만큼 지켜지는 경우는 많지 않다. 최저임금제를 도입한 1988년 이래 심의기한을 준수한 경우는 9번뿐이다.
세종=나상현 기자 na.sangh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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