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사망선고 받은 대학스포츠, 이대로 괜찮은가

김해슬 2023. 6. 27.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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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 진출을 위한 디딤돌이 되어버린 대학 스포츠... 관심이 필요해

[김해슬 기자]

2022년,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12년 만에 16강 진출에 성공하며 축구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은 여느 때보다 뜨거웠다. 국민들의 뜨거운 관심은 '2023 K리그1'의 개막까지 이어졌다. 티켓 오픈 하루 만에 전석이 매진되는 등 그야말로 'K리그 붐'이 찾아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야구도 마찬가지다. 대한민국은 2023 WBC에서 1라운드 탈락이라는 수모를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2023 KBO리그 개막과 동시에 10구단 체제 후 처음으로 전 구장이 매진을 기록했다. 현재 KBO 리그에서 성범죄, 불법 도박과 같은 대형 악재들이 터지고 있지만, 국민들은 여전히 비판 섞인 뜨거운 관심을 보인다. 

이처럼 대한민국에서 프로 스포츠는 없어서는 안 될 존재다. 그에 비해 대학스포츠에 대한 관심은 현저히 낮다. 

대학스포츠를 향한 무관심, 그 원인은?

대학스포츠가 흥행 참패를 면치 못하고 있는 여러 원인 중 프로 스포츠의 출범이 가장 독보적이다. 각 종목에서 두각을 나타낸 고교 거물급 신인들은 대개 고등학교 졸업과 동시에 프로에 진출한다. 그뿐만 아니라 대학에 진학한 선수조차도 가능만 하다면 중간에 프로 입단을 택한다. 홍익대학교 야구부 A씨는 "'얼리 드래프트'(4년제 대학이나 3년제에 재학 중인 학생 선수가 2학년 수료 뒤 드래프트에 참가하는 것-기자 주)로 프로에 진출하는 것은 '하늘에 별 따기'지만 대다수의 선수들은 프로 진출을 위해 노력한다. 재학 도중 공개 테스트를 통해 프로 구단에 입단하려는 선수들도 많다"라며 "일단 프로로 진출해야 장래와 수입이 보장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대학스포츠에서 관중몰이를 담당할 유망주를 찾아보기는 힘들다.

유망주의 부재는 관중 동원력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리그 수준에도 영향을 준다. 전 연세대학교 스포츠응용산업학과 B교수는 "우수한 선수들이 대학을 거치지 않으면서 대학 리그와 프로 리그의 수준 차가 더욱 심해지는 추세다"라고 말했다. 경기의 질적 측면에서 아마추어보다 크게 뛰어난 프로 스포츠가 팬들의 관심을 독점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연세대학교에 재학 중인 C(신학, 19) 씨는 "평소 축구와 농구를 즐겨 보는데, 대학 리그는 본 적이 없다. 경기력이 뛰어난 프로 리그를 보다가 대학 리그를 보면 조금 지루할 것 같다"며 대학스포츠를 시청하지 않는 이유를 설명했다.
 
 2023 대학축구 U리그1 1권역 연세대 vs 선문대전
ⓒ 김해슬
 
명색이 '대학' 스포츠인데… 관심없는 학생들

경기력만이 문제는 아니다. 명색이 '대학' 스포츠인데 대학에서 경기가 열릴 때마다 대부분은 관중석이 텅 비어있다. 그나마 공백을 메우는 건 선수들의 학부모와 몇 안 되는 지인들, 그리고 학보사 기자들뿐이다. 학생들은 대학스포츠에 관심을 안 갖는 걸까, 못 갖는 걸까? 

연세대학교 경영학과 D씨는 "U리그를 보러 가고 싶어도 경기 일정이 잘 알려지지 않아 특별한 관심이 있지 않은 한 직관 가기가 어렵다"라며 "학교 측에서 더 적극적으로 홍보를 했으면 좋겠다"라고 의견을 밝혔다. U리그를 주최하는 KUSF는 홈페이지에서 종목별 U리그 일정을 안내하고 있지만, KUSF의 존재를 모르는 일반 학생들을 위해 학교 측의 적극적인 일정 홍보가 필요하다. 학생들에게 '우리 운동부'라는 인식을 심어줘야 할 대학 본부에서는 리그 홍보를 위한 눈에 띄는 움직임을 취하고 있지 않다. 결국 학생들은 대학스포츠에 관심을 갖고 싶어도 마땅한 환경이 마련돼 있지 않은 것이다.

대학스포츠에 가장 필요한 것은 결국 관심

침체된 대학스포츠를 되살릴 여러 방안 중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학생들의 관심이다.  KUSF는 학생들이 경기장에 쉽게 찾아갈 수 있도록 농구와 축구의 운영 방식을 '홈 앤드 어웨이'(스포츠 경기에서 서로 다른 두 팀, 즉 홈팀과 원정팀이 각각 상대방의 홈구장에서 한 번씩 대결하는 방식-기자 주)로 채택하고 있다. 접근성은 용이해졌지만, 문제는 학교 측의 제대로 된 홍보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홍보의 부재를 해결하기 위해 발 벗고 나선 교내 학생 단체들이 있다. 연세대학교 스포츠 매거진 '시스붐바'는 5개 부의 U리그 경기를 모두 취재해 기사를 작성하고, SNS를 통해 일정 및 결과를 안내하고 있다. 프로 스포츠에만 존재하던 '프런트' 개념을 도입한 연세대학교 축구부 프런트는 선발 라인업에 대한 정보를 학생들에게 제공한다. 또한 연세대학교 농구부 서포터즈 '블루림'은 각종 굿즈를 판매하고 현장 이벤트를 진행하며 관중 동원에 힘쓰고 있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교내에서 대학스포츠에 대한 인지도가 소폭 상승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비전문적인 학생들의 홍보만으로는 분명히 한계가 있다. 따라서 대학, KUSF, 학생 단체 간 연계를 통해 홍보를 제도적으로 진행해야 한다. 

대학스포츠는 인기가 없지만 정기 연고전이 열리면 수많은 학생이 운동장을 가득 채운다. '연고전'이라는 이름값과 더불어 교내에서 홍보가 활발하게 이뤄지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지금 대학 스포츠에게 필요한 것은 학생들의 관심이다. 학생들이 대학 스포츠를 쉽게 접할 수 있는 환경만 조성된다면 충분히 대학스포츠의 청사진을 그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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