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전국시대' 끝났나…"中 전기차 시장, 대기업 중심으로 재편중"

정현진 2023. 6. 27.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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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집중도' HHI ↑…상위 4개사 점유율 44→60%
업체 500→100개로 감소…니오 등 스타트업 재정난

세계 최대인 중국의 전기차 시장이 비야디(BYD), 테슬라 등 대형 전기차 업체 위주로 재편되는 양상을 보인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중국 정부의 지원을 바탕으로 니오 등 각종 스타트업이 쏟아지며 치열한 경쟁을 펼쳤지만, 최근 들어 자국 시장에서 성장세가 주춤하며 대기업 중심으로 시장이 변화하고 있다는 평가다.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 中, 경쟁→과점 시장으로…BYD, 테슬라와 격차 벌려

27일 블룸버그통신은 중국 친환경 자동차 시장의 허핀달-허쉬만 지수(HHI 지수)가 올해 1분기 1500을 넘어섰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1분기까지만 해도 1000을 밑돌았던 중국 친환경 자동차 시장 HHI 지수는 지난해부터 빠르게 상승세를 보였고 올해 1분기 1586.1을 기록했다.

HHI 지수는 시장에 참가한 업체의 점유율을 제곱해 이를 모두 더한 수치로 산업시장의 경쟁 구조를 분석해 시장 집중도를 파악하는 지표로 사용된다. 보통 1500 미만이면 시장 참여자가 많은 '경쟁 시장', 1500~2500 정도면 일부 시장 참여자에 점유율이 집중된 '다소 집중된 시장', 2500 이상이면 독과점 등이 발생한 '매우 집중된 시장'을 의미한다.

중국 시장이 재편되면서 상위 4개 업체의 판매 점유율은 2020년 1분기 44%에서 올해 1분기 60%로 올라갔다.

그중 승기를 잡은 건 비야디(BYD)와 테슬라라고 블룸버그는 평가했다. 특히 BYD는 2021년 1분기까지만 해도 테슬라와 점유율 1위 자리를 놓고 엎치락뒤치락했지만, 2021년 6월 이후 확고한 1위 자리를 잡고 점차 격차를 벌렸다. 그 결과 2021년 6월 3.3%포인트에 그쳤던 두 회사의 점유율 격차는 올해 3월 말 24.8%포인트(BYD 36.0%, 테슬라 11.2%)까지 확대됐다.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블룸버그는 "2019년 약 500곳에 달했던 중국 전기차 업체 수가 100곳 정도로 줄어든 상태"라고 전했다. 리서치기관인 86증권연구유한공사의 왕한양 애널리스트는 "중국의 친환경 차량 스타트업의 80%가량이 시장에서 퇴출당했거나 퇴출 중"이라고 말했다.

◆ 중국 스타트업, 재정난·판매 부진에 '눈물'

한때 '테슬라 킬러'로 평가받았던 중국 전기차 스타트업 니오가 대표적인 사례다.

2014년 세워진 니오는 중국 정부의 대대적인 지원책 하에 최근까지 빠르게 성장해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니오는 재정난에 시달리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현재 니오의 현금 및 기타 단기 유동성 자산은 전년 대비 3분의 1 수준으로 감소한 50억달러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부채는 20억달러였다. 윌리엄 리 니오 최고경영자(CEO)는 회사의 손익분기점이 당초 예상보다 1년 늦은 2024년 말에야 달성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니오가 이처럼 어려움을 겪는 건 판매 부진 때문이다. 니오의 신차 판매 마진은 지난해 1분기 18%에서 올해 1분기 5%로 떨어졌다. 테슬라가 중국 내 시장에서 차량 가격을 대대적으로 인하하면서 다른 중국 전기차 기업들은 뒤이어 가격을 낮췄지만, 니오는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이에 니오의 월별 차량 인도량은 지난해 1만대 수준에서 지난 4~5월 중 6000대로 감소했다.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니오 뿐 아니라 웨이마자동차, 엑스펭 등 다른 중국 전기차 스타트업도 상황이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웨이마자동차는 올해 초 대부분의 생산을 중단하고 직원을 해고했으며 현금 부족으로 매장을 일부 철수했다. 2008년 설립돼 4000달러짜리 전기 해치백으로 유명했던 레틴오토도 지난 5월 자금을 확보하지 못해 파산했으며, 엑스펭은 지난 1월 자율주행 기능을 개선한 신규 모델을 내놓고 일부 차종에 대해 가격을 10% 인하하기로 했지만 지난해 9월 이후 계속해서 판매 부진을 겪고 있다.

◆ 中 전기차 지원금 슬슬 줄이려나…"향후 5년이 결정적"

이처럼 중국 전기차 시장이 변화를 겪고 있는 건 중국 정부의 지원금이 큰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중국 정부가 대규모 보조금을 투입해 전기차 산업을 지원해왔고 최근 2027년까지 전기차 신차 구매 시 세제 혜택을 연장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이러한 지원책을 계속해서 쏟아부으며 경영난에 빠진 업체를 살려주진 않겠다는 조짐을 보인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사업 초기만 해도 보조금과 규제 요건에 맞는 차를 생산하면 됐는데 이러한 차는 성능이나 디자인 측면에서 한발 밀려 계속해서 지원을 유지하기에 부적절한 경우가 늘고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JSC 오토모티브의 요헨 시버트는 전기차 시장에서 초반에는 자율주행이나 대형 내장 스크린 등이 인기를 끌었지만, 이제는 안전과 성능 등이 주목받고 있다면서 이는 폭스바겐 등 전통적인 자동차업체들에 유리할 수 있다고 봤다. 그러면서 "향후 5년이 결정적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조엘 잉 노무라 애널리스트는 WSJ에 "모두가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건 아니다"라면서 스타트업의 경우 내연기관차를 캐시카우로 보유하고 있는 기존 대형 자동차 업체에 비해 취약할 수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 불안한 1위 BYD, 버핏이 또 주식 매도

다만 중국에서 영향력을 확대한 BYD도 마냥 웃을 수는 없는 상황이다.

'투자의 달인' 워런 버핏이 이끄는 미국 투자회사 버크셔해서웨이가 BYD 지분 매도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버크셔해서웨이는 최근 홍콩 주식시장에 상장된 BYD 주식 253만주를 매도했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6억7580만 홍콩달러(약 1128억원) 수준이다. 버크셔해서웨이의 BYD 주식 지분율은 한때 20%에 육박했지만 이제 8.98%로 떨어진 상태다.

2008년부터 BYD에 투자한 버크셔해서웨이는 지난해 8월부터 지분을 매도하고 있다. 이번 매각을 포함해 총 12차례 주식을 팔아치웠다. 버핏은 지난달 연례 주주총회에서 "오랜 기간 자동차 산업이 매우 어렵다고 느꼈다"며 "전 세계의 경쟁자들이 있지만, 한때 승자였다고 해서 항상 승자일 수는 없다"고 말한 바 있다. 앞서 지난 4월에는 한 인터뷰에서 BYD보다 더 좋은 투자처를 찾겠다는 의사를 내비치기도 했다.

BYD의 올해 1분기 매출은 1201억7300만위안(약 21조6780억원), 순이익 41억3000만위안이다. 이는 전년 대비 각각 79.83%, 410.89% 급증한 것이지만, 지난해 4분기와 비교하면 각각 23.1%, 43.5% 감소했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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