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10대 프리미어리거' 김지수가 써 내려갈 역사
[이준목 기자]
'U-20 4강 신화의 주역' 김지수가 유럽무대에서 한국인 유럽파의 새로운 역사에 도전한다. 잉글랜드 브렌트포드 FC는 6월 26일(한국시간)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K리그2 성남FC에서 김지수를 4년 계약에 1년 추가 옵션으로 영입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김지수는 브렌트포드행을 통하여 여러 가지 상징적인 기록을 세웠다. 2004년생인 김지수는 한국 선수로는 최초의 밀레니엄 출생이자 최연소(18세)-첫 10대 프리미어리거'가 됐다. 또한 K리그 2부에서 빅리그로 직행한 첫 선수이자, 중앙수비수 포지션에서 EPL로 진출한 최초의 한국인 선수이기도 하다.
한국축구는 2005년 1호인 박지성을 시작으로 이영표, 설기현, 이청용, 기성용, 손흥민, 황희찬까지 여러 프리미어리거들을 배출했다. 김지수는 이적일을 기준으로 하면 17번째, 아직 EPL에서 데뷔경기를 치르지 못한 황의조와 정상빈을 제외하면 15번째 한국인 프리미어리거가 된다.
하지만 김지수 이전의 선배들 대부분은 유럽 중소리그나 K리그 1부리그, 혹은 국가대표팀 등 성인무대에서 어느 정도 검증을 거쳐 올라온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김지수는 잠재력을 인정받으면 충분히 빅리그의 꿈을 키울수 있다는 새로운 선례를 개척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 2023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에서 한국의 4강 진출에 기여한 센터백 김지수가 21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에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의 브렌트퍼드 입단 메디컬 테스트를 받기 위해 출국하고 있다. |
ⓒ 연합뉴스 |
김지수는 이미 브랜트포드행 이전부터 '최초'라는 타이틀과 유독 인연이 많았다. 풍생고 재학중이던 2022년 성남FC에 고교생 신분으로 구단 역사상 최초의 '준프로 선수 계약'을 맺고 입단하여 성인무대 경력을 시작했다. 해당 시즌 K리그에서 가장 막내인 최연소 선수이기도 했다.
김지수는 11라운드 포항 스틸러스와 경기에서 교체 투입으로 데뷔전을 치른데 이어 그 다음 경기인 12라운드 수원 삼성과 경기에서는 당당히 선발로 출전하면서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당시 김남일 성남 감독은 10대에 불과한 고등학생 선수임에도 김지수의 뛰어난 피지컬(192cm, 84kg)과 경합, 빌드업 능력 등을 호평하며 과감하게 기회를 줬다.
김지수는 2022년 7월 13일 벌어진 올스타전 '팀 K리그 VS 토트넘 홋스퍼 FC'과의 친선경기에도 K리그를 대표하여 발탁되는 영광을 누렸다. 2022시즌 성남에서는 총 19경기에 출전하여 주축 수비수들의 부상 공백을 메우며 값진 경험을 쌓았다. 비록 소속팀 성남은 2부리그 강등의 아픔을 피하지 못했지만, 김지수의 성장은 해당 시즌 성남이 남긴 가장 큰 유산으로 재평가받고 있다.
특히 김지수의 이름을 전세계 축구계에 각인시킨 것은 역시 지난 '2023 FIFA 아르헨티나 U-20 월드컵'이었다. FIFA에서도 대회전 한국에서 가장 주목할 선수로는 김지수를 낙점할 정도로 많은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정작 올시즌 K리그2로 내려간 이후로 김지수는 팀내 주전경쟁과 20세 이하 대표팀 일정 등으로 인하여 많은 경기에 꾸준히 출전하지 못하면서 경기감각에 대한 우려를 자아내기도 했다. 이번 김은중호가 4년 전 준우승을 차지했던 정정용호와는 달리, '골짜기 세대'로 불리울만큼 성적에 대한 기대치도 높지 않았다.
하지만 김은중호는 예상을 뒤엎고 4강이라는 대반전을 일궈냈다. 김지수는 조별리그와 토너먼트 7경기에 모두 출전하며, 브론즈볼 수상자인 주장 이승원, 센터벡 파트너 최석현 등과 함께 김은중호의 핵심멤버로 맹활약했다. 대회의 성공 이후 자연히 김지수를 향한 유럽 구단들의 러브콜도 쏟아지기 시작했다.
더구나 김지수의 EPL 진출에는 운과 타이밍도 따랐다. 최근 영국 정부가 '워크퍼밋' 정책 일부를 변경하면서 잉글랜드 축구협회(FA)의 기존 규정(A매치 경력, 소속리그 등급)에서는 워크퍼밋을 받을 수 없었을 선수들도 EPL 및 챔피언십(2부 리그) 구단에 입단이 가능해졌다. A대표팀 경력이 아직 전무한 아시아 2부리거인 김지수가 브렌트포드에 전격 입단할 수 있었던 이유다.
물론 김지수가 요행만으로 유럽진출에 성공한 것은 결코 아니다. 영국의 유명 언론 'BBC'는 김지수의 이적을 비중있게 전하며 그가 바이에른 뮌헨(독일)과 스포르팅 리스본(포르투갈)에서도 스카우팅을 받았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두 팀 모두 유럽에서도 명성이 알려진 빅클럽이며, 특히 독일 최고 명문인 뮌헨은 최근 국가대표 중앙수비수 김민재의 합류가 유력한 구단이기도 하다. 그만큼 김지수가 유럽에서도 일찌감치 촉망받는 유망주로 인정받고 있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EPL의 떠오르는 다크호스인 브렌트포드는 2020-21시즌 플레이오프를 거친 끝에 74년 만에 1부로 승격했다. 2022-23시즌에는 리그 9위로 중위권까지 오르며 선전했다. 브렌트포드는 김지수를 당장 즉시전력감이라기보다는 몇 년 뒤를 감안하고 육성에 무게를 두고 영입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어린 나이에 유럽진출은 일장일단이 공존한다. 한 살이라도 어릴 때 유럽무대를 경험해본다는 것은 유망주들에게는 귀중한 자산이다. 18세의 김지수가 잉글랜드 FA 규정상 21세 이하 전에 잉글랜드 FA에 속한 팀에서 3년 동안 뛰면 '홈그로운' 선수자격을 얻을 수 있다는 것도 향후 미래를 감안하면 유리한 조건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꾸준히 경기에 나갈 수 없다면 무용지물이다. 유럽의 많은 유망주들이 성인팀 레벨 초기에 임대나 이적을 전전하다가 사라지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이미 K리그 1부와 U-20 월드컵까지 큰 무대들을 잇달아 경험해본 김지수로서는, 한창 성장세를 이어갈 시기에 낯선 타지에서 전혀 다른 문화와 환경에 새롭게 적응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 또한 치열한 경쟁체제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슬기롭게 극복해낼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모든 포지션이 마찬가지지만, 특히 아시아 중앙수비수가 유럽에 진출한 사례 자체가 매우 드물다. 한국 센터백으로는 김민재 이전에 홍정호(전북)가 독일 분데스리가 아우크스부르크로 이적해 3시즌 동안 주전급 수비수로 활약한 게 사실상 유일하다. 유럽파가 훨씬 많은 일본에서도 요시다 마야(살케), 도미야스 다케히로(아스날) 정도가 그나마 성공한 케이스로 꼽힌다.
최근 김민재가 유럽진출 이후 2년만에 터키(페네르바체)와 이탈리아(나폴리) 무대를 정복하며 세계 최정상급 수비수로 성장하면서 아시아 센터백의 신기원을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제2의 김민재'로 불리는 김지수가 선배의 뒤를 이어 유럽무대에서 차근차근 잘 성장하여 또 하나의 한국 센터백 성공신화를 이뤄낼 수 있을지 축구팬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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