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 발언에 움직인 중국…인민일보 "한·중 관계 중시"
27일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가 한·중 관계를 중시한다는 기사를 실어 그 의도가 주목된다. 싱하이밍(邢海明) 주한 중국 대사의 ‘베팅’ 발언으로 악화한 양국 갈등이 길어지자 봉합에 나선 것 아니냐는 해석과 이를 중국의 입장 전환으로 받아들이기엔 시기상조라는 분석이 엇갈리고 있다.
인민일보는 이날 2면에 “중국은 한국과 관계를 중시하고 발전시킨다는 기본 입장에 변화가 없다”는 전날 마오닝(毛寧) 중국 외교부 대변인의 발언을 제목으로 뽑은 기사를 게재했다. 인민일보에 외교부 대변인의 한국 발언이 실린 것은 지난 4월 29일 마오닝 대변인이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상하원 의회연설에 대한 불만을 제기한 뒤 두 달여 만에 처음이다.
이번 인민일보의 한·중 관계 중시 보도는 박진 외교부 장관 발언 직후 나왔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지난 25일 방송에 출연해 “윤석열 정부의 입장은 중국과 척지고 지낼 이유가 없고, 그렇게 하고 싶은 생각도 없다는 것”이라며 “계속해서 한·중 우호 증진을 위해 전략적 소통을 강화하겠다”고 중국과 관계 개선 의지를 밝혔다.
중국은 26일 외교부 정례 브리핑 첫 질문으로 중국 기자가 “25일 박진 한국 외교장관이 상호존중, 호혜와 공동이익에 기반을 둔 성숙하고 건전한 한·중 관계 발전을 언급하면서 윤석열 정부는 중국과 척질 이유도 없고 생각한 적도 없다고 말했다”며 중국 측 입장을 물었다. 이에 마오 대변인은 “중국은 박진 장관의 발언에 주의한다”며 “중·한은 우호적인 이웃으로 상호 중요한 협력 동반자다. 중·한 관계의 건강하고 안정적인 발전은 양국의 공동 이익에 부합한다”고 답했다. 이어 “현재 중·한 관계는 일련의 어려움에 직면했지만 문제점은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한·중 관계 악화의 이유가 중국에 있지 않다며 한국에 책임을 돌리던 기존 발언에서 수위를 낮췄다.
그러면서 마오 대변인은 “한국이 중국과 서로 마주 보고 나아가며, 양국 관계가 건전한 발전의 궤도로 돌아가도록 노력하길 희망한다”며 한국의 성의를 촉구했다.
다만 중국은 싱하이밍 대사의 문제 발언에 대한 유감 표시는 거부했다. 이날 브리핑에서 한국 기자가 싱하이밍 대사의 발언이 외교관의 본분에 어긋났다는 박진 장관의 발언에 대한 중국 측 입장을 묻자 과거 발언을 반복하면서다. 마오 대변인은 “박진 장관의 중국 주한 대사에 대한 발언에는 주재국 각계와 광범하게 접촉 교류하는 것은 외교관의 직책이며 정상적인 교류가 화젯거리(炒作的話題, 이슈화)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기존 답변을 바꾸지 않았다. 인민일보는 싱하이밍 대사 관련 부분은 지면에 게재하지 않았다.
베이징 외교가에서는 박진 장관의 발언과 중국 외교부의 진전된 발언에 대해 “아직 판단하기 이르다”면서 “향후 진전 상황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에 따라 오는 7월 13일 인도네시아에서 열리는 아세안+3(한·중·일) 회의가 주목된다. 박진 장관과 친강(秦剛) 중국 외교부장의 첫 대면 양자회담과 한·중·일 3자 외교장관 회담까지 개최된다면 하반기 한국이 의장국인 한·중·일 정상회담 개최가 탄력을 받게 될 전망이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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