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에겐 자부심이자 추억"…그 남자의 애마 2대는 '포니2'
"포니는 우리나라 중년에겐 추억의 자동차이자, 자부심이죠."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 근무하는 50대 직원이 40년 가까이 된 국내 최초 자동차 고유 생산 모델인 현대 '포니 2' 2대를 보유하고 있다. 그는 포니2가 고장나면 직접 수리한다. 주인공은 현대차 투싼 생산공정에서 근무하는 방형달(56) 기술주임이다. 그는 올해로 38살이 된 ‘포니2 승용’과 35살이 된 ‘포니2 픽업’을 보유하고 있다.
포니2 승용은 주행거리가 26만㎞를 넘었고, 포니2 픽업은 몇 차례나 계기판 기록이 넘어갔는지는 모르지만, 10만㎞까지만 기록되는 아날로그 계기판을 넘겨 현재 2만6000㎞를 기록 중이다. 방 주임과 포니 인연은 2007년 시작됐다. 어릴 때부터 자동차를 좋아하던 그는 뿌연 흙먼지 가득한 비포장길 위에서 포니 꽁무니를 쫓아가던 기억을 늘 갖고 있었다. 그러던 중 2007년 경기도 오산에 있는 한 중고 자동차 시장에서 1988년 생산된 포니2 픽업을 보고, 한눈에 반해 구매했다. 그러고 10년 뒤인 2017년 1985년 생산 포니2 승용 모델까지 손에 넣었다.
"특유의 엔진 소리 설레게 해"
그는 "포니는 한국 자동차의 산 역사이며, 예쁜 외형을 가졌을 뿐 아니라 잔고장 하나 없이 튼튼한 자동차이다"며 "지금도 특유의 엔진 소리는 매일 같이 마음을 설레게 한다"고 말했다. 방 주임의 '애마' 사랑은 대단하다. 단순 수집 차원을 넘어 운행이 가능하도록 관리를 소홀히 하지 않는다. 매일 타고 다니는 제네시스 G80보다 더 아낀다. 자동차 정비 기능사 자격증이 있어 공구함을 늘 가지고 다니면서 웬만한 정비와 관리를 수시로 한다.
포니처럼 오래된 '올드카'는 자동차 정비뿐 아니라 부품 구하기도 쉽지 않다. 실제로 부품은 현대차 구매 전산목록에 하나도 남아있지 않다. 이에 방 주임은 같은 올드카를 타는 자동차 동호회 회원 도움을 받아 전국 곳곳에 발품을 팔아 구해 포니를 돌본다고 한다. 그는 "이리저리 도움을 받아 구해둔 부품이 상당수 있어, 웬만한 정비는 가능하다. 현대차 직원이라고 특별히 부품을 쉽게 구한다는 오해를 할 수도 있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고 설명했다.
방 주임은 일주일에 한 차례 포니 시동, 운행 원칙을 지키면서 애마 2대를 늘 새 차처럼 닦고 기름칠하고 조인다. 그는 포니를 내다 팔 마음이 없다고 했다. 자신이 끝까지 고치며 관리해가며 가져간다는 목표다. 방 주임은 "현대차 직원으로, 대한민국 최초의 자동차 생산 고유 모델을 2대나 소유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큰 기쁨이다"고 말했다.
정의선 회장도 '포니' 각별한 애정
방 주임처럼 현대차 역시 포니를 전기차 디자인 모델로 삼는 등 포니 '헤리티지(유산)' 보존에 힘을 쏟고 있다. 1975년 출시된 포니를 통해 현대차 과거와 미래를 살펴볼 수 있는 전시 공간을 서울 강남에 마련해 다음 달 6일까지 운영한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도 직접 전시장을 찾을 만큼 포니에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이탈리아 유명 자동차 디자이너 조르제토 주지아로가 디자인한 '포니 쿠페 콘셉트' 복원 모델을 국내에 전시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포니는 올드카 가치를 조금씩 인정받고 있다. 40년 가까이 된 모델이 중고차 시장에서 적게는 1000만원에서 많게는 2500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김윤호 기자 youkno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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