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성탈출' 세계관 포기 못한 제작사, 뜻밖의 선택
[양형석 기자]
지난 1999년 5월, 전 세계 영화팬들에게 반갑고도 놀라운 소식이 들려왔다. 바로 세계 영화사에 한 획을 그은 SF명작영화 <스타워즈>의 새로운 에피소드가 12년 만에 개봉한 것이다. 하지만 <스타워즈> 새 에피소드에 대한 사전 정보 없이 극장을 찾은 관객들은 커다란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스타워즈>의 새로운 이야기에는 관객들이 그토록 좋아하던 루크 스카이워커(마크 해밀 분)도, 한 솔로(해리슨 포드 분)도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스타워즈 에피소드1: 보이지 않는 위험>은 영화 역사상 최고의 빌런 다스베이더의 어린 시절을 다룬 영화다. 다스베이더가 어린 시절 이름인 아나킨 스카이워커(제이크 로이드 분)로 등장하고 아나킨의 스승 역할을 한 제다이 콰이콘 진(리암 니슨 분)과 오비완 캐노비(이완 맥그리거 분)도 볼 수 있다. <보이지 않는 위험>은 1999년에 개봉했던 모든 영화들 중 전 세계 흥행 1위를 기록하며 <스타워즈>의 건재를 알렸다(박스오피스 모조 기준).
▲ <혹성탈출: 진화의 시작>은 국내에서도 277만 관객을 동원하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 |
ⓒ 이십세기폭스코리아(주) |
본편의 이전 시점 보여주는 프리퀄 영화들
프리퀄은 <스타워즈: 보이지 않는 위험>이 엄청난 흥행을 하면서 본격적으로 유행한 듯 하지만 사실 프리퀄은 1980년대에도 존재했다. 대표적인 작품이 '홍콩 누아르의 걸작' <영웅본색3>다. 오우삼 감독이 제작, 서극 감독이 연출로 역할을 바꾼 <영웅본색3>는 마크(주윤발 분)가 송자호(적룡 분)를 만나기 10년 전, 베트남을 배경으로 만들어진 영화다. 하지만 <영웅본색3>는 특유의 누아르 정서가 약하다는 혹평 속에 흥행에서도 큰 재미를 보지 못했다.
<스타워즈> 이후 가장 성공한 프리퀄 시리즈는 역시 <엑스맨>의 프리퀄이다. <엑스맨> 오리지널 3부작이 끝난 지 5년 만에 개봉한 프리퀄 시리즈의 첫 편 <퍼스트 클래스>는 친구이자 동료였던 프로페서 X(제임스 맥어보이 분)와 매그니토(마이클 패스벤더 분)가 분열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영화다. 그리고 2014년 <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에서 복귀한 브라이언 싱어 감독은 오리지널 3부작과 프리퀄 배우들의 만남(?)을 시도하기도 했다.
2013년에 개봉해 세계적으로 7억4400만 달러의 흥행성적을 기록한 <몬스터 대학교>도 전편 <몬스터 주식회사>의 이전 시점을 다루고 있는 프리퀄 영화다. <몬스터 대학교>는 <몬스터 주식회사>의 두 주인공 마이크(빌리 크리스탈 분)와 설리반(존 굿맨 분)의 대학시절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몬스터 주식회사>는 지난 2021년 몬스터 주식회사 시설팀 이야기를 다룬 디즈니+ 시리즈 <몬스터 근무일지>를 선보이며 세계관을 이어가고 있다.
'매너가 사람을 만든다(Manners, Maketh,Man)'라는 말을 크게 유행시켰던 <킹스맨>은 <시크릿 에이전트>와 <골든 서클>로 8억2400만 달러의 흥행성적을 기록했다. 그리고 제작사에서는 2021년 제1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한 프리퀄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를 선보였다. 하지만 콜린 퍼스도, 테런 에저튼도 출연하지 않은 <퍼스트 에이전트>는 코로나 시국과 맞물리면서 기대에 한참 못 미치는 흥행성적(1억2500만 달러)에 머물렀다.
한국에서도 최근 프리퀄 영화의 제작이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영화 <부산행>의 프리퀄 <서울역>은 <부산행>보다 먼저 제작을 마쳤지만 먼저 개봉한 <부산행>이 대박을 치면서 2016년 8월 극장에서 개봉했다. 작년에 개봉해 720만 관객을 동원했던 김한민 감독의 '이순신 3부작' 중 두 번째 이야기 <한산: 용의 출현> 역시 명량해전 5년 전에 있었던 한산도 대첩을 소재로 만든 프리퀄 영화다(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기준).
▲ 시저는 뛰어난 컴퓨터 그래픽과 '모션캡처 연기의 귀재' 앤디 서키스가 만나 카리스마 넘치는 유인원들의 리더로 탄생했다. |
ⓒ 이십세기폭스코리아(주) |
<혹성탈출>은 영화 역사상 가장 충격적인 엔딩 장면으로 유명한 1편(1968년)을 시작으로 1973년 5편까지 제작되면서 소위 '단물'을 모두 빼 먹은 시리즈물이다. 특히 1973년에 개봉한 <혹성탈출: 최후의 생존자>에서는 2600년대부터 시작됐다는 유인원들의 문명화가 2000년대로 600년이나 앞당겨지는 '설정붕괴'까지 있었다. <혹성탈출>은 지난 2001년 '할리우드의 괴짜' 팀 버튼 감독에 의해 리메이크되기도 했다.
하지만 '인간 대신 유인원들이 지구를 지배한다'는 <혹성탈출>의 세계관과 설정은 그냥 포기하기엔 너무 아까웠고 제작사 20세기 폭스에서는 이 흥미로운 이야기를 다시 만들기로 결정했다. 그렇게 2011년 <진화의 시작>으로 새롭게 출발한 <혹성탈출> 프리퀄 시리즈는 2014년 <반격의 서막>, 2017년 <종의 전쟁>까지 세 편 합쳐 16억8100만 달러라는 엄청난 흥행성적을 기록했다.
같은 세계관에서 앞선 시점의 이야기를 만드는 것을 '프리퀄'이라 하고 시리즈의 설정만 유지한 채 이야기를 처음부터 새롭게 만드는 것을 '리부트'라고 한다. 그런 점에서 보면 원작과 많은 변화가 있는 <진화의 시작>은 '프리퀄'보다 '리부트'에 더 가깝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유인원들이 어떤 계기로 문명을 갖게 되는지 보여주는 영화라는 점에서 <진화의 시작>부터 <종의 전쟁>까지 이어지는 3부작을 프리퀄로 보는 의견 역시 틀리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영화에서 야생의 유인원들보다 뛰어난 지식을 가진 시저(앤디 서키스 분)가 유인원들의 리더가 되고 보호소를 탈출해 숲으로 탈출하는 장면과 그 과정에서 벌어지는 유인원과 인간의 전투 장면은 단연 <진화의 시작>의 백미다. 실제 금문교를 재현한 세트에서 촬영한 스펙터클한 액션과 유인원들의 실감나는 움직임, 그리고 윌(제임스 프랭코 분)과 시저의 가슴 시린 이별로 이어지는 마지막 20분을 놓치면 <진화의 시작> 전체를 놓치는 것과 마찬가지다.
<혹성탈출> 프리퀄 3부작이 끝난 지 6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아직 <혹성탈출> 시리즈는 끝난 것이 아니다. <메이즈 러너> 시리즈를 연출한 웨스 볼 감독이 연출하는 <혹성탈출4>가 내년 5월 24일로 개봉 일을 확정하고 제작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캐스팅 명단에 시저 역의 앤디 서키스가 빠진 만큼 시저 사망 후 유인원과 인간의 갈등을 다룰 것이라는 예상이 많지만 아직 공식적으로 발표된 신작의 내용이나 정보는 알려진 바가 없다.
▲ <해리포터> 시리즈의 말포이로 유명한 톰 펠턴은 <진화의 시작>에서도 시저를 비롯한 유인원들을 괴롭히는 빌런으로 출연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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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영화가 크게 성공해 시리즈로 발전할 경우 큰 이변이 없는 한 전편의 주인공이 속편에도 계속 출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진화의 시작>에서 인간 주인공 윌 로드먼을 연기했던 제임스 프랭코는 후속편 <반격의 서막>부터 더 이상 출연하지 않았다. 아무래도 <반격의 서막>부터는 인간보다 유인원의 비중이 점점 커지는 것이 프랭코의 출연고사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보인다.
할리우드와 모국을 오가며 활동하는 인도 배우 프리다 핀토는 <진화의 시작>에서 옆집 아저씨에게 맞아 다친 시저를 치료해주는 수의사 캐럴라인을 연기했다. 캐럴라인은 시저의 도움으로 윌과 연인 사이로 발전한다. 캐럴라인은 영화 후반 윌이 금문교에서 시저를 찾으려 할 때 일부러 난동을 피워 경찰들의 주목을 끌고 윌에게 길을 터주는 역할을 한 후 영화에서 조용히 퇴장한다.
시저가 들어가는 유인원 보호소에서 일하는 직원이자 보호소장의 아들 도지 랜던은 유인원들을 멸시하고 학대하는데 그 중에서도 자신의 말을 듣지 않는 시저를 특히 싫어한다. 시저에게 고압호스로 물을 뿌리고 전기충격기로 지져대며 학대를 즐기던 도지는 각성한 시저가 고압호스를 빼앗아 물을 뿌리자 손에 들고 있던 전기충격기에 감전돼 사망한다. 도지를 연기한 배우는 <해리포터> 시리즈의 말포이로 유명한 톰 펠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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