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동시각]'벼랑끝' 토종 OTT, 뭉쳐야 산다

임혜선 2023. 6. 27.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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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체적 난국이다. 지금 체제에서는 살아남기 어렵다."

토종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현주소에 대해 한 OTT 대표의 평가는 냉혹했다.

티빙·웨이브·왓챠 등 토종 OTT는 2019년 설립 이래 이익을 낸 적이 한 번도 없다.

토종 OTT들은 주로 철 지난 저렴한 콘텐츠를 들여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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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체적 난국이다. 지금 체제에서는 살아남기 어렵다."

토종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현주소에 대해 한 OTT 대표의 평가는 냉혹했다. 또 다른 미디어 전문가는 "OTT 시장은 넷플릭스 천하"라며 "토종 OTT는 넷플릭스를 넘어설 수 없다"고 진단했다. 티빙·웨이브·왓챠 등 토종 OTT는 2019년 설립 이래 이익을 낸 적이 한 번도 없다. 3사는 지난해만 2869억원의 적자를 냈다. 콘텐츠 제작비 부담과 가입자 성장률 둔화가 이어지면서 적자 폭은 늘었다. 더이상 대규모 적자를 감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반면 넷플릭스는 지난해 한국 시장에서 매출 7732억원, 영업이익 142억원을 기록했다. 월간활성이용자수(MAU)도 1153명으로 3사 합산보다도 많다.

토종 OTT들이 맥을 못 추는 큰 이유는 독점 콘텐츠 확보 경쟁에서 넷플릭스에 밀리고 있기 때문이다. 플랫폼의 경쟁력을 높이려면 킬러 콘텐츠가 필요하다. 토종 OTT들은 콘텐츠에 계속해서 투자했다. 하지만 거대한 자본력으로 공격하는 넷플릭스를 감당할 수 없었다. 넷플릭스는 제작사 투자액을 늘려 좋은 콘텐츠를 사들였고,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도 적극적으로 선보였다. 방송사·제작사도 토종 OTT보다 넷플릭스를 더 선호했다. 넷플릭스는 성공 여부를 떠나 제작사에 기본적인 수익을 보장해주기 때문이다. 제작사는 콘텐츠에 재투자할 기회를 얻는다. 전 세계 시청자를 쉽게 만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넷플릭스는 한국 시장에서 입지를 단단히 다졌다. 토종 OTT의 투자는 계란으로 바위 치기였던 셈이다.

토종 OTT는 콘텐츠를 다양화하기 위해 해외 OTT와도 손을 잡았지만, 효과는 미미했다. 해외 OTT들은 인기 있는 최신작의 몸값을 비싸게 불렀다. HBO의 드라마를 독점 공개하는 웨이브는 올 상반기 히트작 '더 라스트 오브 어스'를 가져오지 못했다. 토종 OTT들은 주로 철 지난 저렴한 콘텐츠를 들여왔다. 해외 드라마를 볼 수 있다고 기대했던 이용자들은 결국 등을 돌렸다.

토종 OTT가 생존하기 위해선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 구독자를 늘려야 한다. OTT 경쟁력은 자체 제작 콘텐츠 역량 확보가 핵심이다. 이용자들이 보고 싶어하는 콘텐츠가 플랫폼에 많아야 한다는 얘기다. 국내 OTT 시장 구도는 넷플릭스를 제외하면 군소 플랫폼의 난립 상황이다. 각자도생으로는 넷플릭스를 넘을 수 없다. 넷플릭스에 대항하기 위해선 토종 OTT도 규모와 자금력을 갖춰야 한다.

한국 콘텐츠를 한데 모은 플랫폼을 만들어 해외 시장으로 나가야 한다. 한국 콘텐츠의 경쟁력은 세계에서 이미 인정했다. 넷플릭스에서 K콘텐츠를 하나 이상 본 글로벌 시청자는 60% 정도다. 영화 ‘카터’, 시리즈 ‘지금 우리 학교는’, ‘더 글로리’는 90개국 이상에서 톱10을 차지했다. 아세안 국가에서는 미국 콘텐츠보다 한국 콘텐츠를 더 좋아한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넷플릭스는 5년간 약 3조2000억원을 한국 콘텐츠에 투자하기로 했다. 타이밍이 중요하다. 경쟁력 있는 K-플랫폼이 있으면 해외 시장에서 한국의 위상을 높일 수 있다. 정부와 기업이 힘을 합쳐 빠르게 K-플랫폼을 키워야 한다.

임혜선 기자 lhsr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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