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격과 불협 속의 조화, 2년 만에 돌아온 '산조'

강미경 2023. 6. 27.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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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막 첫 움직임부터 숨이 멎는 것 같았다.

가벼운 마음으로 한국무용 공연을 관람하러 왔던 동행은 예상치 못한 기이한 광경에 소름이 돋는 것 같았다고 했다.

 무용수의 상체는 꼿꼿이 고정돼있는 가운데, 풍성한 치맛자락 속에 감춰진 다리에 마치 발이 안 달린 것처럼 스르륵 미끄러져 나가는 모양이 낯설고 이질적인 느낌이 들었던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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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해오름극장 국립무용단 한국무용 공연 <산조>

[강미경 기자]

1막 첫 움직임부터 숨이 멎는 것 같았다. 

가벼운 마음으로 한국무용 공연을 관람하러 왔던 동행은 예상치 못한 기이한 광경에 소름이 돋는 것 같았다고 했다. 무용수의 상체는 꼿꼿이 고정돼있는 가운데, 풍성한 치맛자락 속에 감춰진 다리에 마치 발이 안 달린 것처럼 스르륵 미끄러져 나가는 모양이 낯설고 이질적인 느낌이 들었던 모양이다. 

지난 23일 2021 초연 이후 호평을 받은 국립무용단의 산조가 2년 만에 다시 국립해오름극장 무대에 올랐다.

무용수의 자연스러운 인간의 움직임 같지 않은, 기괴하기도 하고 때로는 익살스럽기도 한 동작을 볼 때는 다소간 긴장감마저 들었다. 인간과 비슷한 존재를 볼 때 그 유사성의 정도에 따라 호감이 불안함으로 바뀌는 구간을 지칭하는 불편한 골짜기(uncanny valley)가 떠오른다. 

관객들의 몰입도도 상당했는데 불규칙하게 전개되는 산조 가락에 무용수들이 바닥을 쓰는 안무를 할 때는, 치마와 버선이 쓸려 내는 마찰음마저 극의 장치로 느껴질 정도였다.

전통과 현대의 조화라는 극의 콘셉트처럼 한국무용의 굴신과 발 디딤에 기초해 다양한 상체 움직임을 쓰는데, 느린 진양에 쓰는 부드러운 춤사위는 발레의 포드 브라가 연상되고, 빠른 장단에 얹은 관절과 손의 세밀한 아이솔레이션은 왁킹 혹은 보깅, 때로는 팝핀 같기도 했다. 긴 작대기를 위협적으로 휘두르며 빠르게 공기를 가르는 안무는 흡사 쿵후에 봉술을 보는 듯하다.

군무도 인상 깊었는데 균형과 파격이 만들어내는 조화와 불협이라는 공연의 지향점이 안무 전체에 정교하게 구성되어 있었다. 눈에 익었던 일사불란한 칼군무가 아닌 파격과 일탈을 동작과 대형에 녹아내었는데, 이를 보고 있는 관객은 편안하게 감상하기에는 잠깐 한 눈 판 새 내가 놓치는 게 있을까 불안해 눈을 뗄 수가 없어진다.

한편 정구호 연출의 무대와 의상은 그 자체로도 유려한 춤선을 만들어 내면서, 마치 제를 올리는 고대 신전의 무희들을 눈앞에 소환한 듯한 신비로운 이미지를 남겼다.

의상은 안무 전체에 극적인 요소로도 활용되는데, 어떨 때는 휘감기는 풀치마였다가, 승무의 장삼이 되기도 하고, 오고무의 북이 되었다가, 시나브로 부채가 되어 꽃대형을 만들기도 한다.

공연이 시작된 순간부터 막이 내리는 70분 동안 눈 깜박거릴 새 없이 깊은 여운을 남긴 꽉 찬 공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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