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 깬 프리고진 "푸틴 정부 뒤집으려던건 아니다"

프리고진, 반란 중단 이후 첫 메시지
"실책 저지른 러 관리들 책임 물으려"
푸틴 "반란 주동자, 조국을 배신한 것"

러시아 용병기업 바그너 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무장 반란 실패 이틀 만에 처음으로 공개 메시지를 전했다.

26일(현지시간) AFP 통신 등에 따르면 프리고진은 이날 텔레그램을 통해 11분짜리 음성 메시지를 공개했다.

그는 "우리는 불의로 인해 행진을 시작했다"며 "아무도 국방부와 계약에 동의하지 않았고, 바그너 그룹은 7월 1일 이후로 존재하지 않을 예정이었다"고 반란 배경을 밝혔다. 앞서 러시아 국방부는 바그너 그룹 등 용병기업에 7월 1일까지 정식으로 국방부와 계약하고 활동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프리고진은 이에 반발했다.

프리고진은 "러시아 정부 전복을 위해 행진한 것이 아니었다"며 "우리는 바그너 그룹을 파괴하고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비전문적인 군사 행동과 결정을 통해 실책을 저지른 관리들의 책임을 묻기 위해 행진했다"고 주장했다.

무장 반란을 일으킨 러시아 용병 기업 바그너 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러시아 남부 로스토프나도누에서 텔레그램 메시지를 통해 자신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또 그는 "이번 행진으로 러시아의 심각한 안보 문제가 드러났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어 "우리는 공격 의사를 보이지는 않았으나 러시아군으로부터 미사일과 헬리콥터 공격을 받았고, 그것이 행진의 신호탄이 됐다"며 "러시아 항공기를 공격해야만 했던 것은 유감"이라고 전했다.

앞서 우크라이나 침공의 첨병 역할을 했던 바그너 그룹은 지난 24일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로 진격하며 무장 반란을 일으켰다. 그러나 반란 하루 만에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 중재로 진격을 멈추고 철수했다.

푸틴 "협박과 혼란은 실패할 운명"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13일(현지시간) 수도 모스크바에서 자국 매체 전쟁 담당 기자, 군사 블로거 및 텔레그램 채널 운영자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이미지출처=EPA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이번 반란 사태와 관련해 결국 실패할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이 반란에 대해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이날 밤 TV 연설을 통해 "이번 상황은 모든 협박과 혼란이 실패할 운명임을 보여줬다"고 밝혔다. 이어 "사태 시작부터 위협을 제거하고 헌정 및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모든 필요한 결정이 즉시 내려졌음을 강조한다"며 "무장반란은 어떤 경우든 진압됐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푸틴 대통령은 반란을 이끈 프리고진을 겨냥해서는 "반란 주동자는 병사들이 서로를 죽이길 원했다. 우크라이나 역시 같은 결과를 원했다"며 "반란 주동자는 조국과 자신의 추종자들을 배신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바그너 그룹이 모스크바 코앞까지 진격할 수 있었던 배경에 대해선 "사태 초기부터 유혈을 피하기 위한 조치를 시행할 것을 명령했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푸틴 요리사' 프리고진, 바흐무트 점령 과정서 러 군부와 갈등

한편 사기, 성매매 알선 등 잡범 출신으로 알려진 프리고진은 1980년대 복역을 마치고 출소해 외식사업을 시작하면서 푸틴 대통령과 인연을 맺었다.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푸틴 대통령이 즐겨 찾는 식당을 운영하며 사업을 확장한 그는 푸틴 대통령의 만찬과 크렘린궁에서 열리는 연회까지 도맡으면서 '푸틴의 요리사'라는 별명을 얻었다.

그가 본격적으로 러시아에서 세력을 형성한 것은 2014년 용병기업 바그너 그룹을 창설하면서부터다. 바그너그룹은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 우크라이나 돈바스(도네츠크·루한스크) 지역 친러시아 분쟁 등에 투입돼 전투 작전을 벌이며 러시아 정부를 도왔다.

지난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전쟁이 발발했을 때도 바그너 그룹은 빠르게 돈바스 지역에 병력을 배치했다.

특히 프리고진은 최격전지가 된 바흐무트를 러시아가 장악하는 데 기여했다. 그는 지난달 24일 바흐무트를 점령했다고 밝힌 뒤 러시아 정규군에게 이 지역을 넘기고 철수하는 절차를 밟았다. 다만 바흐무트에서 격전을 치르는 과정에서 프리고진은 러 군부와 심각한 갈등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허미담 기자 damdam@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