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억 클럽' 박영수 前특검, 구속 갈림길… 건강상태·증거인멸 변수

김형민 2023. 6. 27. 0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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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사건을 맡아 주범들을 법정에 세워 단죄토록 하며 '국민적 영웅'으로 떠올랐던 박영수 전 특별검사가 '대장동 50억 클럽' 의혹으로 구속 갈림길에 선다.

검찰은 대장동 개발업자들의 금품로비 대상으로 지목된 '50억 클럽'을 수사한 지 약 1년7개월 만에 박 전 특검에 대해 특정경제범죄법상 수재 등 혐의로 전날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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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사건을 맡아 수사해 가장 성공한 특검으로 평가받던 박영수 전 특별검사가 '대장동 50억 클럽' 의혹으로 구속 갈림길에 선다.

박영수 전 특검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은 이르면 이날 박 전 특검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맡을 영장전담판사를 배당하고 날짜를 정한다.

검찰은 구속을 자신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박 전 특검이 구속돼야 하는 사유로 "사안의 중대성, 도망 내지 증거인멸의 우려"를 꼽았다. 직위, 권력을 앞세워 금융기관에 압력을 행사하고 사익을 추구한 것으로 의심받는 박 전 특검의 혐의 내용이 우리 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것이다. 또 중요 사건을 수사한 특별검사가 부정부패를 저지른 전력이 드러나 국민들에 실망감을 안겨준 점도 박 전 특검의 구속 필요성을 높인 이유 중 하나로 검찰은 본다.

검찰은 영장심사에서 사건에 관련된 주요 인물들과 말맞추기로 박 전 특검이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다고도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박 전 특검을 지척에서 보좌하며 우리은행이 성남의뜰 컨소시엄에 참여토록 하게 하는 과정에서 함께 의견을 나눈 양재식 전 특검보에 대해서도 함께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은 이런 맥락으로 풀이된다. 양 전 특검보는 지난 2번의 검찰 조사에서 혐의사실을 부인하면서도 박 전 특검과 진술에서 미세한 차이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이 구속되지 않는다면 말맞추기를 통해 이 차이를 없앨 가능성이 있다.

박 전 특검 측은 불구속 수사·재판 필요성의 근거로 위태로운 건강 상태를 내세울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에 따르면 박 전 특검은 최근 심신이 많이 약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혐의가 충분히 소명되더라도 건강상태가 좋지 않은 71세의 박 전 특검이 현실적으로 구속 후 제대로 된 생활을 할 수 없다고 보면 구속영장이 기각될 수 있다. 또한 검찰이 이미 박 전 특검의 혐의를 증명할 수 있는 증거자료와 진술 등을 충분히 확보했다고 법원이 판단해도 박 전 특검의 구속영장 발부 가능성은 낮아질 수 있다.

검찰은 대장동 개발업자들의 금품로비 대상으로 지목된 '50억 클럽'을 수사한 지 약 1년7개월 만에 박 전 특검에 대해 특정경제범죄법상 수재 등 혐의로 전날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박 전 특검은 우리은행 이사회 의장으로 일한 2014년 11∼12월 남욱 씨 등 대장동 민간업자들로부터 우리은행의 성남의뜰 컨소시엄 참여와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용 여신의향서 발급을 청탁해주는 대가로 200억원 상당의 이익과 단독주택 2채를 약속받은 혐의 등을 받는다.

박 전 특검은 이 혐의로 2021년 11월, 지난해 1월, 지난 22일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 검찰은 그의 신병이 확보되는 대로 2015년 7월부터 특검으로 임명되기 전까지 화천대유자산관리의 고문 변호사로 일하며 받은 급여 2억5500만원, 딸이 화천대유에서 근무하며 빌린 11억원 등이 그가 대장동 일당으로부터 약속받은 금원 중의 일부인지를 계속 살펴볼 예정이다.

박 전 특검이 구속되면 50억 클럽 수사도 동력을 얻는다. 50억 클럽 명단에 오른 인물들 중 첫 구속 사례가 나오면서 검찰도 관련자들에 대해 수사의 고삐를 당길 가능성이 있다. 앞서 2021년 12월1일 대장동 개발 컨소시엄이 무산되는 것을 막아주는 대가로 시행사 화천대유로부터 25억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의 구속영장은 기각된 바 있다. 뇌물 혐의에 대한 1심 무죄 판결로 주춤했던 곽 전 의원과 그의 아들 병채씨에 대한 검찰 수사도 박 전 특검 구속과 함께 다시 활기를 되찾을 수 있다.

영장이 기각되면 검찰은 이유를 분석해 구속영장을 재청구할 지 여부 등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박 전 특검이 받은 금전내역 전반의 성격을 추가로 확인해 보려던 검찰 수사에도 다소간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일각에선 검찰이 박 전 특검이 우리은행에 영향력을 행사한 정황을 증명할 자료와 진술을 다수 확보한 점을 들어 구속영장 재청구 없이 곧바로 기소할 것으로 점치는 분석도 있다.

김형민 기자 khm19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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