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낙규의 Defence Club]"비행 10분만에 식은땀"…빨간마후라 훈련 체험기

양낙규 2023. 6. 27. 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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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군 광주 제1전투비행단
전투기 조종사 교육 전담
T-50훈련기 교육…2년간 조종훈련

1950년 6월25일 일요일 새벽 북한군이 암호명 '폭풍 224'라는 작전을 앞세워 기습 남침하면서 발발한 6·25전쟁 당시 우리 공군은 초라했다. 각종의 연락업무에 사용되는 연락기 12대와 2차 세계대전에서 미군이 개발한 AT-6 훈련기 10대가 전부였다. 하지만 1991년 국내 기술로 처음 만들어진 군용 항공기 KT-1 기본훈련기 도입을 시작으로 항공산업의 기틀을 다졌고, 최초의 국산 초음속 항공기 T-50까지 성공하면서 공군은 자체 전력을 보유하는 쾌거를 이뤘다.

최근 방문한 전라도 광주에 위치한 공군 제1전투비행단은 공군의 달라진 위상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T-50이 보급되면서 조종사들의 전투기 훈련과 적응 속도는 빨라졌다. 이 기지는 다른 공군기지보다 전투기 엔진소리가 훨씬 요란했다. 전투임무 외에도 학생조종사까지 양성하기 때문에 전투기 출격이 더 잦을수 밖에 없어서다.

통합교육훈련대대은 전투기를 조종하기 위해 가상의 세계에서 비행을 하는 시뮬레이션 훈련을 받는 곳이다. 학생조종사은 실제 전투기를 몰수 없기 때문에 반드시 필요한 교육 과정이다. 전투기조종사가 되려면 프로펠러기인 KT-100으로 입문교육을, 프로펠러기인 KT-1으로 기본 교육을 이수해야한다. 이후 광주비행단에서 제트엔진을 장착한 T-50훈련기로 고등교육까지 마쳐야 비로소 공군 조종사의 상징인 '빨간마후라'를 목에 걸 수 있다. 모든 교육을 마치는데 2년이 걸린다. 이 과정에서 시뮬레이션을 통해 의무비행을 하게 된다.

시뮬레이션 정면에는 가로와 세로가 각각 1m가 넘는 대형 모니터 4대가 붙어 있었다. T-50과 동일하게 생긴 좌석에 앉아 모니터를 주시하자, 전방 140도 가량 시야를 현실감 있게 보여줬다. 비행지역은 광주지역 일대. 좌측 손으로 조종대를 밀자 훈련기는 금새 시속 700km를 넘어섰다. 우측 손으로 조종대를 움직여 훈련기를 고도와 방향을 바꿨다. 미세했다. 조금만 움직여도 훈련기는 금새 반응했다. 광주 상공을 날고 있는 지형을 살피는동안 속도는 마하(음속의 속도)를 넘어섰다. 방향을 바꿨다. 모니터는 가만히 있었지만, 좌석이 좌우로 기울었다. 마치 실제 공중에서 회전 비행을 하고있다는 착각이 들었다. 비행 10분만에 어지러움이 식은땀이 흘렀다. 군산 앞바다에 도착한 뒤, 선회비행을 시작해 광주기지로 머리를 돌렸다. 갑자기 화면이 깜깜하게 변했다. 야간비행 훈련이었다. 신준수 교관(대위)는 “비행도중 여러가지 환경에 부딪힐 경우 대처하는 방법을 터득하는 것이 시뮬레이션 훈련의 목적”이라면서 “눈을 믿지말고 자세, 속도, 방향, 고도를 계기판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귀뜀했다.

계기판에는 100여개가 넘는 버튼과 수치판이 보였다. 어느 용도인지 알 수 가 없었다. 교관이 지시한대로 다시 전방 헤드업디스플레이(HDU)의 목표지점을 주시했다. 기지활주로가 눈앞이었지만, 속도와 고도를 동시에 맞추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끝내 활주로에 입구에서 가상의 훈련기는 추락했다.

한순간의 실수가 치명적인 사고나 임무 실패로 이어지기 때문일까? T-50 훈련기 활주로에서 만난 교관조종사의 눈은 매서웠다. 교관조종사는 학생조종사가 야간비행을 위해 G슈트(정식명칭은 Anti-G suit)를 입고 T-50 훈련기를 점검 중이었다. G슈트는 하중을 견디기 위한 전투기조종사의 옷이다. 일반인들이 지상에 서 있을때 느끼는 중력의 하중은 1G이며, 놀이공원의 바이킹 같은 속도감 있는 놀이기구를 탈때 느끼는 중력은 2G다. 하지만 전투기조종사는 공중에서 9G의 하중을 견뎌야 한다. 박민우 학생조종사(중위)는 “고등훈련과정에서 G-슈트를 처음 입어봤다”면서 “조종사는 해야할 공부도 많지만 준비해야할 절차도 많아 항상 긴장한다”고 말했다.

양낙규 군사전문기자 if@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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