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브라피시 암컷 '은밀한 선택'…건강한 정자만 유혹하는 방법
관상용으로 흔히 기르는 물고기 제브라피시의 암컷의 난자가 건강한 정자를 선택해 끌어들이는 능력을 갖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다른 생물 종에서도 이런 현상이 확인되는 등 관련 연구가 진척된다면 사람의 인공 수정에 응용될 가능성도 제기됐다.
이탈리아 파도바대학과 독일의 프리츠 리프만 연구소 소속 연구팀은 최근 영국 왕립학회의 '생물학 회보(Biology Letters)'에 발표한 논문에서 "암컷 제브라피시가 '암컷 생식액'을 사용해 난자를 수정시킬 정자를 선택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서로 다른 수컷으로부터 동시에 정자를 받았을 때, 특정 수컷의 정자를 우선해서 받아들이는 '암컷의 은밀한 선택'이 있다는 연구 결과는 있었지만, 동일한 수컷의 1회 사정 내에서도 건강한 정자를 선택한다는 사실이 처음 확인된 것이다.
정자 선택 체임버를 사용해 실험
연구팀은 특별히 만든 정자 선택 도구인 '정자 선택 체임버'를 사용해 암컷 생식액(female reproductive fluid, FRF)의 선택을 받은 정자와 선택을 받지 못한 정자 샘플을 수집하고, 정자 숫자와 생존력, DNA 결함 등을 비교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정자 선택 체임버는 가운데 큰 방에 세 개의 작은 홈(well)이 통로로 연결된 구조다.
왼쪽 홈에는 FRF를, 오른쪽 홈에는 대조군으로 물을 채운 다음 나머지 하나의 홈에 정자를 넣게 된다.
정자는 통로를 따라 가운데 큰 방으로 이동한 다음, 다시 왼쪽이나 오른쪽 홈으로 이동하게 된다.
연구팀은 20마리의 암컷과 19마리의 수컷으로 수컷-암컷 조합을 만들어 20차례 정자 선택 실험을 진행했다(수컷 한 마리는 2회 사용).
연구팀은 이 실험을 통해 FRF가 수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을 확인했다.
FRF 쪽에 정자가 몰린다
정자 가운데 FRF에 끌리는 것이 더 많았다.
FRF에 끌리는 정자에서 DNA에 결함이 없는 비율이 높았고, 살아있는 정자 비율도 높았다.
온전한 DNA를 가진 정자의 비율은 FRF 쪽이 24%, 반대쪽은 평균 15%였다.
살아있는 정자의 비율은 FRF 쪽의 정자는 평균 66%, 반대쪽은 평균 42%였다.
암컷의 난자를 둘로 나눈 다음 각각 FRF에 끌린 정자와 반대쪽 정자와 수정시켜 수정되는 비율을 파악했을 때도 FRF 쪽이 33%로 반대쪽 27%보다 높았다.
연구팀은 "난자를 수정하기 위한 정자 간의 경쟁은 난자를 만나기 전에 그들이 헤엄을 치고 이동하는 미세 환경의 영향을 받는데, 체내 수정이든 체외 수정이든 모두 정자가 받는 미세 환경은 FRF와 깊이 연결돼 있다"고 설명했다.
'암컷의 은밀한 선택' 중재자
연구팀은 "사람의 보조 생식 기술이 지닌 가장 큰 한계 가운데 하나는 사용하는 정자의 DNA가 문제가 없는지 평가할 수 없다는 것이고, 이것이 보조 생식 기술의 성공적인 결과를 줄이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FRF에 의해 선택된 정자에서 DNA 무결성이 개선됐다는 점은 보조 생식 기술에 FRF를 적용할 수 있음을 제시한다는 것이다.
물론 제브라피시에서 관찰된 이번 실험이 다른 종에서도 확인돼야 하는 등 앞으로도 추가적인 연구가 많이 필요한 것은 분명하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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