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지컬 100’→’사이렌’..생존 서바이벌 예능, OTT로 날개 달았다 [상반기 결산] ③
유지희 2023. 6. 27. 06:00
2023년 상반기 방송계에선 OTT의 생존 서바이벌 예능이 뜨거운 화제몰이를 했다. 기존엔 오디션 서바이벌 프로그램들이 주를 이루고 화제를 모았다면, 올 상반기는 상금 또는 명예를 건 도전자들이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생존 서바이벌이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넷플릭스 ‘피지컬 100’이 올 상반기 그 포문을 열었다. ‘피지컬 100’은 나이, 성별, 국적, 체급을 불문하고 최강의 피지컬을 가진 100명이 상금 3억원을 건 서바이벌 게임이다. 올해 1월 공개 후 단숨에 국내 예능 최초로 세계 넷플릭스 TV쇼 부문 1위에 올랐으며, 82개국 톱10에 랭크됐다. 또 6주간 누적 1억9263만 시간 시청 기록을 썼다.
지난 4월 웨이브에서 공개된 ‘피의 게임 시즌2’가 ‘피지컬 100’의 바통을 이어받았다. 14명의 플레이어가 최대 상금 3억원을 목표로 벌이는 생존 서바이벌인 ‘피의게임2’는 OTT의 대표 성과 지표인 신규유료가입견인 지수에서 ‘피의 게임1’의 2배를 넘어서는 수치로 1위를 차지하면서, 시즌1과 시즌2 모두 역대 웨이브 신규유료가입견인 지수 1,2위를 차지했다.
‘사이렌: 불의 섬’(이하 ‘사이렌’)의 인기도 만만치 않았다. ‘사이렌’은 최강의 전투력과 치밀한 전략을 모두 갖춘 여성 24인이 6개의 직업군별로 팀을 이뤄 미지의 섬에서 치열하게 부딪히는 내용이다. 지난달 말과 이달 초, 두 번에 걸쳐 1~10회까지 공개된 ‘사이렌’은 넷플릭스 ‘오늘의 대한민국 톱10’의 2위까지 달성했으며,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큰 화제를 모았다. 각 팀별로 팬덤까지 형성되며 뜨거운 인기를 증명했다.
‘피지컬 100’, ‘피의 게임 시즌2’, ‘사이렌’ 등의 흥행이 OTT와 만나 날개를 펼쳤다는 점도 눈길을 끌었다. OTT 특성상 상대적으로 수위의 제약을 받지 않고, 제작비를 보전해주는 시스템이다보니 다양한 시도가 서바이벌 예능 론칭으로 이어진 것이다. ‘피지컬 100’은 MBC에서 기획 및 제작됐으나, OTT 플랫폼이 더 적합하다는 판단 하에 넷플릭스로 플랫폼을 결정하고 ‘대박’이 난 작품이다. ‘피의 게임’ 또한 지난해 시즌1 당시 MBC에서 1%대(닐슨코리아, 전국 기준)의 시청률을 기록했으나, 정작 웨이브에선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이에 시즌2를 웨이브에서 단독 공개했다.
‘피의 게임’의 현정완 PD는 시즌2가 시즌1의 인기를 뛰어넘은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로 플랫폼의 차이를 꼽았다. TV와 비교해 특정 시청자층을 겨냥하고 상대적으로 규제가 약한 OTT의 특성을 십분 활용했다는 것이다. 현정완 PD는 “방송사에선 방통위 심의 기준에 맞춰 피드백 및 규제가 이뤄지는데 OTT는 영등위 심의라서 그 기준이 영화와 비슷한 수준으로 완화된다”며 “시즌2 방영 당시 화제가 된 출연자들 간의 몸싸움과 욕설도 TV였다면 몸싸움을 통째로 편집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생존 서바이벌 예능은 여타의 오디션 프로그램보다 확장성이 낮아 제작이 쉽지 않았다. 오디션 프로그램 같은 경우 공연, 굿즈 판매 등으로 수익을 창출할 가능성이 높지만 생존 서바이벌 예능은 인기를 얻더라도 출연자들의 인지도는 높일 수 있으나 방송사의 수익으로는 직결되지 않는 탓도 크다. 그러나 생존 서바이벌 예능은 특정 시청자층을 공략하는 OTT를 만나 제작이 활발해지고 있다. 더구나 오디션 프로그램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제작비도 낮기 때문에 앞으로 OTT플랫폼으로 공개되는 생존 서바이벌 예능 제작은 더 두드러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생존 서바이벌 예능은 출연자들의 ‘극한 상황’을 보여주기 때문에 선정성에 대한 우려도 동반된다. 김성수 대중문화 평론가는 “서바이벌 예능은 게임을 통해 경쟁하고 보상하는 과정을 보여주는데 심의 기준이 낮은 OTT에서 그 과정이 자극적이고 선정적이게 그려지기 쉽다”며 “선정성에 치우친다면 날 것을 보여주는 것으로만 흘러 시청자들에게 외면 받을 수 있다. 이에 따라 참신한 소재 또는 시청자들이 대부분 공감할 만한 시대정신 등의 요소들과 잘 엮어내야 하는 것이 서바이벌 예능의 과제”라고 말했다.
유지희 기자 yjhh@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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