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나라 뒤흔든 '안사의 난'이 러시아서?…中네티즌 응원한 쪽은
지난 24일 벌어진 러시아 용병 바그너 그룹의 무장 반란에 중국 정부와 네티즌은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재확인했다. 중국 웨이보(微博, 중국판 트위터)를 비롯한 SNS에는 지난 8세기 중엽 당(唐) 제국을 뒤흔들었던 장수 ‘안록산(安祿山)’의 난이 21세기 러시아에서 일어났다고 비유하는 글이 등장했다. 만일 푸틴 정권의 몰락한다면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타깃이 중국으로 바뀔 것이라며 “푸틴이 쓰러져서는 안 된다”는 응원이 다수를 차지했다.
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25일 자 3면에 “반란 조직이 러시아 등에 칼을 꽂았다”는 푸틴 대통령의 화상 연설을 짤막하게 보도했다. 신문이 배달된 시점에는 이미 바그너 그룹의 반란은 종식된 뒤였다. 인민일보는 26일 자 3면에 이번 사태는 “러시아 내정이며, 우호적인 이웃이자 신시대 전면 전략적 협력 동반자로 중국은 러시아가 국가 안전을 수호하고 발전과 번영을 실현하는 것을 지지한다”는 전날 밤 외교부 대변인의 발표문을 게재했다. 또 바그너 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벨라루스의 건의를 받아들였으며 형사 기소가 취소됐다는 내용을 담은 기사를 게재했다.
관영 매체의 조심스러운 태도와 달리 관련 SNS의 인기검색어 순위는 러시아 관련 뉴스가 석권했다. 지난 주말 웨이보에서는 검색어 해시태그 ‘#러시아’가 사흘간 44억2000만 클릭, ‘#바그너’는 5억1000만 클릭을 기록했다. 해외 최신 속보를 발 빠르게 번역해 전하는 네티즌이 늘면서 모스크바 상황은 거의 실시간으로 중국 SNS에 중계됐다.
푸틴 대통령의 요리사 출신 예브게니 프리고진을 빗대 주방장을 말하는 중국어 ‘추쯔(厨子)’, 바그너 그룹을 말하는 ‘추쯔빙(厨子兵)’도 인기 키워드로 떠올랐다. 다만 추쯔빙은 26일 현재 웨이보에서 금지어로 지정돼 검색을 막았다. 군의 반란을 보는 중국의 불편한 심기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중국 내 푸틴 신봉자를 조롱하는 글도 등장했다. 한 자유파 성향의 네티즌은 “대국의 대통령이 몇몇 과두에게 사병을 모집하도록 해 은밀하고 더러운 임무를 시켰다. 게다가 그들로 정규군대를 견제하고 결국 이들 불량 무장세력이 반란을 일으켰다. 이번 극본, 이러한 나라, 이러한 체제가 뜻밖에도 많은 이들의 정신적 조국이었다”라고 푸틴 지지자를 비난했다.
프리고진을 과거 당 제국의 지방 절도사 안록산에 비유하는 글도 인기를 끌었다. 진격 목표가 당의 수도 장안(長安)에서 모스크바로 바뀌었을 뿐이라고 풍자했다. 당나라의 장군 안록산과 사사명(史思明)이 발동한 전쟁을 중국 역사에서는 ‘안사의 난’이라고 부른다. 안사의 난은 당이 전성기를 끝내고 쇠퇴하는 전환점이 됐다.
환구시보의 전 총편집 후시진(胡錫進)도 이번 반란을 중국 고대 중원 왕조의 ‘지방 절도사의 난’, ‘장군의 난’에 비유했다.
다만 프리고진의 벨라루스 퇴각으로 중국 SNS에는 실망하는 글도 보였다. “군대를 일으켰을 때는 안록산, 군대를 진군할 때는 삼국지의 동탁(董卓), 모스크바를 넘볼 때는 명나라 말기의 이자성(李自成)을 방불케 했는데 결국 최후에는 108 용사를 투항시킨 수호전 양산박의 송강(宋江)이었음을 누가 알았겠는가”라며 풍자하는 글이 인기를 끌었다.
관변 인플루언서는 이번 사태를 평가절하하며 군사반란은 서구의 주장일 뿐이라고 매도했다. 대표적인 관변 인플루언서인 전직 신화사 기자 밍진웨이(明金維)는 이번 바그너 그룹 반란이 ‘정변’, 즉 쿠데타가 아니며, 안록산도 아니고, 단지 내부 투쟁 책략에 불과하며 러시아 사병들이 불만을 표시한 사병들의 소동에 불과했다고 평가 절하했다.
밍 기자는 러시아는 절대로 무너지지 않을 것이며 이는 많은 중국 네티즌의 바람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인 절대다수는 러시아의 내란을 보고 싶어하지 않는다”며 “만일 러시아가 무너지면 미국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충돌에서 성공을 거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를 이끌고 시선과 총구를 바꿔 전력으로 중국을 상대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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