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돋을새김] 오염수, 일본의 실패

이영미 2023. 6. 27. 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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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대한 국내 여론은 반대가 압도적으로 높다.

그래도 일본이 버릴 오염수가 안전하다면, 방사능 수치가 과학이 허락하는 기준치 이하라면 방류에 시비를 걸기는 어렵지 않겠냐고 말하는 전문가들이 있다.

보도되기로는 2015년 오염수 방류를 권고한 게 일본인이 사무총장이던 시절의 IAEA였다.

우리 정부가 진짜 협상 파트너인 일본 정부를 향해 오염수 방류 반대 의사를 분명하게 밝혀두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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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미 영상센터장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대한 국내 여론은 반대가 압도적으로 높다. 얼마 전 조사에서는 한국인 84%가 방류에 반대했다. 나 역시 반대한다. 따져봤지만 찬성할 이유를 못 찾았다. 일본이 사고 원전의 오염수를 태평양에 버리는데 우리한테 좋은 일이 생길 리가 없다. 누가 봐도 득은 없고 손해는 확실한 일이다. 당장 떠안아야 하는 직간접 비용과 리스크도 적지 않다. 국토의 삼면을 감싼 바닷물과 선박이 싣고 오는 평형수부터 잡고 기르고 수입한 생선·어패류, 시장·마트·횟집·가공업체에 유통되는 수산물까지 정부가 방사능 수치를 실시간으로 점검하고 검사해야 하는 항목과 분야, 빈도는 기하급수로 늘고 있다. 전부 비용이다.

그렇게 노력한다고 소비자 불안이 사라질지도 미지수다. 최소화할 수는 있겠으나 업계 타격이 없을 수는 없다. 괴담 탓이 아니고, 과학적 무지 탓도 아니며, 선동꾼이 퍼뜨린 공포 탓도 아니다. 모든 건 일본의 선택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일본은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를 자국 영토 안에서 해결하는 데 최종적으로 실패했다. 원전 사고 수습의 실패. 2021년 태평양 방류라는 해법이 나온 배경이다. 오염수 방류는 실패가 낳은 리스크와 비용을 바다에 버려 희석하는 방식이다. 일본 입장에서는 저렴하고, 기술적으로 손쉬운 묘책이다. 무엇보다 이기적인 해결책이다. 개별 국가의 실패를 지구화한 셈이니까. 어민 반대에도 일본인 60%가 방류에 찬성한 데는 이유가 있다. 대가는 우리가 치를 모양이다. 그것도 비싸게.

그래도 일본이 버릴 오염수가 안전하다면, 방사능 수치가 과학이 허락하는 기준치 이하라면 방류에 시비를 걸기는 어렵지 않겠냐고 말하는 전문가들이 있다. 그런가. 일본이 자체 개발한 다핵종제거설비(ALPS) 처리수 데이터의 신뢰성을 두고는 논란이 많다. 오염수 데이터는 치열한 동료 평가를 거쳐 ‘네이처’나 ‘사이언스’에 공개되는 과학 커뮤니티의 공유 지식 같은 게 아니다. 일본 민간기업이 운영하는 1급 보안시설에서 사고 당사자가 임의로 제출한 데이터일 뿐이다. 숫자의 신뢰성은 국제 정치와 기업의 생존 본능, 외교적 줄다리기의 과정에서 검증될 수도, 의심받을 수도 있다.

어쩌면 이런 불확실성이야말로 오염수 사태의 핵심이다. 모든 정보와 결정권은 일본이 쥐고, 우리에게는 일본이 알려주는 대로 믿거나 아무것도 모르거나 선택지가 두 가지뿐이다. 그간 우리 정부가 치열하게 항의하고 자료를 요구했다면 불신의 분위기가 누그러졌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정부에는 감시할 의지가 없는 듯했다. 방류가 코앞인데 도쿄전력으로부터 받아온 데이터는 아직도 분석 중. 지난달 일본에 다녀온 한국 시찰단은 최종 결론도 내지 못했다.

불안한 사람들은 국제원자력기구(IAEA)만 바라보고 있다. 그렇다면 IAEA는 중립적인 감시자일까. 보도되기로는 2015년 오염수 방류를 권고한 게 일본인이 사무총장이던 시절의 IAEA였다. IAEA는 자신의 제안을 실행하는 도쿄전력을 지금 얼마나 엄격하게 검증하고 있을까.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 이대로라면 IAEA는 승인하고, 일본은 방류하고, 한국은 따라가는 구도가 될 수밖에 없다.

너무 늦었을까. 나는 윤석열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고 생각한다. 방류는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다. 수십년 이어질 폐기의 과정이다. 반일 선동한다는 비난 말고, 괴담 처벌 같은 협박 말고, 횟집 챌린지류의 코미디도 말고. 국내 정치판만 염두에 둔 그런 좁은 정치 말고. 우리 정부가 진짜 협상 파트너인 일본 정부를 향해 오염수 방류 반대 의사를 분명하게 밝혀두면 좋겠다. 그래야 당장 못 막아도 언젠가 길이 생긴다. 윤석열정부가 가고 나서라도.

이영미 영상센터장 ym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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