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 대개조… 강남에도 녹지생태도심 개념 적용”

김이현 2023. 6. 27. 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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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왕이 사는 궁궐 주변으로 높이 150m가 넘는 고층빌딩 수십 개가 즐비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5일 일본 도쿄 마루노우치 지구를 찾아 "서울 도심부에도 빌딩 근무 직원이 내려와 (녹지에서) 점심을 먹고 도심을 즐길 수 있도록 만들 수 있다"며 "이렇게 만들기 위해서 서울을 대개조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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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마루노우치 재개발 지구 방문
빌딩 저층에 녹지 조성·개방 땐
용적률 완화 등 인센티브 부여
오세훈 서울시장이 25일 일본 도쿄 마루노우치 지역을 찾아 기자들에게 녹지생태도심 방안을 서울 전역에 적용하는 서울대개조 방안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서울시 제공


일왕이 사는 궁궐 주변으로 높이 150m가 넘는 고층빌딩 수십 개가 즐비했다. 건물의 저층부에는 업무시설이 아닌 시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상업시설이 배치됐다. 빌딩 사이로 시민들이 즐길 수 있는 녹지공간도 적지 않았다. 문화재로 인해 개발이 제한돼 낙후된 서울 도심부와는 달랐다. 서울시도 이러한 형식의 개발 방식을 적용해 ‘서울 대개조’에 나선다고 26일 밝혔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5일 일본 도쿄 마루노우치 지구를 찾아 “서울 도심부에도 빌딩 근무 직원이 내려와 (녹지에서) 점심을 먹고 도심을 즐길 수 있도록 만들 수 있다”며 “이렇게 만들기 위해서 서울을 대개조하겠다”고 말했다.

오 시장이 찾은 마루노우치 지구는 일본 왕궁(고쿄)과 도쿄역 사이 35만㎡ 부지에 조성됐다. 이곳은 왕궁으로 인한 고도제한(31m)으로 개발이 이뤄지지 못하던 지역이다. 고도제한은 1960년대 해제됐지만 이후에도 왕궁 근처라는 상징성 때문에 개발이 본격적으로 이뤄지지 않았다. 마루노우치 지구가 쇠퇴하는 사이 신주쿠나 시부야 등으로 도심 기능이 옮겨가기 시작했다.

이에 도쿄도·치요다구·JR동일본 등 공공 영역과 지역 지권자들로 조직된 다이마루유지구 마지즈쿠리 협의회가 협력해 2000년 ‘도쿄역 주변 지구정비 유도방침 및 가이드라인’을 마련했고, 이를 기반으로 지구 재개발이 본격 추진됐다. 송준환 야마구치 대학 부교수는 “마루노우치 개발은 일본에선 구도심 개발이 이뤄지지 않으면 국제적인 기업도 오지 않는다고 판단한 결과”라고 부연했다.

가이드라인에 따라 민간에서는 개발을 진행하면서 건폐율(대지 내 건축물 면적)을 줄여 저층부에 시민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녹지 등을 조성하는 대신 공공에서는 높이·용적률을 완화해주면서 고밀 개발이 이뤄졌다. 근처 궁궐이 있다는 점을 고려해 스카이라인은 궁궐 쪽은 낮게, 도쿄역 쪽은 높게 하는 식으로 관리됐다. 대표적으로 미쓰비시는 34층·170m 높이의 마루노우치 파크 빌딩을 짓기 위해 마루노우치 지구 내 최초의 서양식 사무용 건물이던 미쓰비시 1호관을 복원하고 녹지를 조성해 용적률을 완화받았다.

서울시는 현재 이와 비슷한 개념을 종묘부터 퇴계로를 잇는 세운지구 일대에서 ‘녹지생태도심’이라는 이름으로 진행하고 있다. 향후 이 개념은 세운지구뿐 아니라 강남 등 다른 지역 개발 때도 적용될 방침이다.

오 시장은 “강남에서는 지나가는 사람들이 지나가면서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 전혀 없다. 매우 실패한 도시계획”이라며 “세운 지구를 시작으로 서울 시내에 건물을 허물고 새로 짓는 공간은 모두 이 개념을 적용하도록 시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이를 위해 도시계획국을 도시공간국으로 개편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이 경우 현재 균형발전본부가 추진하고 있는 세운지구 녹지생태도심 사업을 포함해 전반적으로 이같은 방식의 개발을 총괄하는 부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도쿄=김이현 기자 2hy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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