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주장에 반박한 바이든 "바그너 반란사태, 美와 무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러시아 용병기업 바그너 그룹의 반란 사태에 미국이 관여한 바 없다고 일축했다. 앞서 바그너 그룹의 반란에 서방이 연루됐는지를 조사하고 있다는 러시아 측 주장을 직접 반박한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초고속 인터넷 구축 관련 연설에서 "우선 러시아에서 발생한 사태에 대해 몇 마디 하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이 바그너 그룹 반란 사태에 대해 공개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바그너 반란 사태 직후 프랑스, 독일, 영국 등 유럽 주요 동맹국 정상들과 통화한 사실을 재확인하며 "우리 모두가 의견이 같은지 확실히 하기 위해 주요 동맹국을 소집했다"고 말했다. 또한 이 자리에서 러시아가 이번 사태를 서방 탓이라는 핑계를 주지 않도록 확실히 해야 한다는 데 유럽 정상들과 동의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린 아무런 관련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그것은 러시아 체제 내에서의 그들 투쟁의 일부"라고 강조했다.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이러한 발언은 앞서 러시아 정보기관이 이번 사태에 서방이 연루됐는지를 조사하고 있다고 밝힌 직후 나왔다. 공개적인 반박인 셈이다.

아울러 바이든 대통령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도 오랜 시간 통화했다고 확인했다. 그는 "난 러시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든 미국은 우크라이나의 방위와 주권, 영토 보전을 지속해서 지원하겠다고 그에게 말했다"면서 "우린 그들과 계속해서 접촉을 유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오후 늦게 또는 다음날인 27일 오전 젤렌스키 대통령과 다시 연락할 예정이라고도 덧붙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우린 이번 사태의 여파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 미치는 영향을 계속 평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이 사태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에 대한 명확히 결론 내리기엔 너무 이르다. 모든 궁극적인 결과는 두고 볼 일"이라고 덧붙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향후 사태와 관련해 동맹, 파트너들과 긴밀히 협력해 조율하며 대응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러시아 용병기업 바그너그룹의 수장인 예브게니 프리고진은 지난 24일 무장반란 사태 이후 처음으로 공개 메시지를 발표했다. 그는 이날 텔레그램을 통해 공개한 11분짜리 음성메시지에서 "우리는 불의로 인해 행진을 시작했다"며 '정의의 행진'의 목표는 바그너 그룹의 파괴를 피하는 것이었다. 특별군사작전 중 실책을 저지른 이들의 책임을 묻고 싶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러시아 정부 전복을 위해 행진한 것이 아니었다"며 "러시아 병사의 피를 흘리지 않기 위해 돌아섰다"고 덧붙였다.

프리고진 주도의 바그너그룹은 반란 하루 만에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 중재로 진격을 멈추고 철수했다. 자유 고집은 러시아가 책임을 묻지 않는 조건 등으로 벨라루스로 망명하기로 했었다.

이번 사태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있어 굴욕이나 다름없다는 주요 외신들의 평가가 쏟아진다. 우크라이나 침공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첨병 역할을 한 바그너그룹의 반란으로 균열이 확인된데다, 러시아 국내 문제를 외국 정상이 나서서 해결해준 꼴이 된 탓이다. 다만 러시아 현지 언론들은 푸틴 대통령이 반란 사태가 종료된 이튿날 통상적인 업무에 복귀한 사실을 공개했다.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seul@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