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아이] 지구온난화 해결, 그렇다고 기후까지 조정할 수 있을까
유럽에 모기 비상이 걸렸다. 유럽질병관리예방센터(ECDC)는 최근 보고서에서 지난 한 해 유럽의 뎅기열 감염 사례가 총 71건이라고 발표했다. 지난 11년간의 누적 건수 74건에 육박하는 수치다. 역시 모기로 전파되는 웨스트나일열도 1000건 이상 발생해 92명이 사망했다고 한다. 유럽에 열대성 질병이 급증하는 이유로는 기후 온난화가 지목되고 있다. 날씨가 따듯해지면서 모기가 살기 좋은 환경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피부로 느끼는 기후위기의 현장이다.
이번 주 유럽연합(EU)에선 독특한 성명이 발표될 예정이다. ‘지구공학(Geo-engineering)’ 기술에 대한 규제를 촉구한다고 한다. 지구공학은 온난화를 감소하는 기술을 통칭한다. 예컨대 성층권에 햇빛 반사 물질을 뿌려 대기 기온을 떨어뜨리는 ‘태양 복사 조정(Solar Radiation Modification)’ 기술 등을 포함한다. 반면 이에 대한 국제사회의 일치된 의견이 아직 없는 상황이다. 가팔라지는 지구온난화에 대비하려면 조속히 실행해야 한다는 주장과 인간이 자연에 섣불리 개입하면 오히려 더 큰 재앙을 부를 수 있다는 입장이 맞서고 있다.
문제는 이런 지구공학 실험이 이미 여러 곳에서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일례로 지난해 4월 메이크 선셋스(Make Sunsets)라는 미국의 스타트업이 멕시코 해변에서 아마존에서 구입한 직경 1.8m 풍선 속에 이산화황을 주입해 하늘로 날렸다. 그들이 주장하는 원리는 이렇다. 날려 보낸 풍선이 높은 고도에서 터져 이산화황 먼지를 뿜어내면 그 먼지가 태양광을 반사해 지구 온도를 낮춘다는 것이다.
하지만 당시 이 시도를 처음 알린 MIT 과학자들은 이산화황의 양이 미미해 대기에 의미 있는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멕시코 정부는 이 실험에 대해 거세게 항의하며 자국에서 모든 지구공학 실험을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지구공학 기술은 다양하다. 대기 탄소 포집과 저장(carbon capture and storage), 권운 구름 축소(cirrus cloud thinning) 등 인위적인 기후 개입 기술이 초기 개발 중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기술이 향후 수년 내에 상용화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문제는 이런 기술의 위험성과 불확실성에 대한 철저한 분석이 진행되지 않는다면 더 큰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이다.
일단 스위스가 경고음을 냈다. 2019년 지구공학 기술에 대한 객관적 평가를 촉구하는 유엔 결의안을 추진했으나 결국 통과에는 실패했다. 당시 한국은 스위스의 손을 들어줬다. 이번의 EU 성명서가 주목되는 이유다. 하나로 연결된 지구촌, 한국의 선택도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
안착히 글로벌협력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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