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태형의 음악회 가는 길] 판 즈베던과 서울시향의 시간
팝스타 브루노 마스가 지난 17~18일 잠실종합운동장 주경기장에서 펼친 내한공연은 대중음악계의 화제였다. 9년 전보다 열 배 가까운 청중이 몰렸다. 브루노 마스의 곡을 좋아하는 지휘자가 있다. 서울시향 차기 지휘자인 야프 판 즈베던(62)이다. 그는 지난 4월 5일 MBC ‘배철수의 음악캠프’에 출연해 마스의 히트곡 ‘베르사체 온 더 플로어’를 선곡했다. 베토벤 교향곡 7번의 2악장도 신청했다.
네덜란드 출신인 판 즈베던은 19세 때 암스테르담 콘세르트헤바우 오케스트라 사상 최연소 악장으로 입단했다. 번스타인의 초청으로 베를린에서 지휘를 시작했다. 2000년 헤이그 레지덴티 오케스트라 수석지휘자, 2005년 네덜란드 라디오필하모닉 수석지휘자, 2008년 댈러스 심포니 음악감독, 같은 해 안트워프 심포니 음악감독에 이어 2012년 홍콩필하모닉 음악감독, 2018년 뉴욕 필하모닉의 음악감독으로 부임했다. 내년을 마지막으로 뉴욕 필을 떠나지만 우리는 판 즈베던과 서울시향의 시간을 맞이한다.
판 즈베던은 4월 18일 ‘콘세르트헤바우상’을 수상했다. 세계적인 콘서트홀인 콘세르트헤바우에 탁월한 예술적 업적으로 기여한 음악인에게 주는 상으로, 지휘자 중에는 베르나르트 하이팅크(2007), 존 엘리어트 가디너(2016) 등이 받은 적이 있다. 시몬 레이닝크 콘세르트헤바우 사무국장은 “판 즈베던은 동세대 지휘자 중 국제적으로 러브콜을 많이 받는 음악인 중 하나”라고 말했다.
판 즈베던은 한국의 차세대 음악가에도 관심이 많다. 그는 패션 브랜드 펜디가 제정한 ‘펜디 음악상’ 심사위원장으로 참여했다. 매년 한국의 젊은 음악가를 선정해 시상한다. 제1회 수상자인 첼리스트 최하영은 10월 서울시향 정기공연에서 협연할 예정이다. 판 즈베던은 바리톤 김태한이 올해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우승하자마자 “그와 공연하겠다”고 공언했다.
지난해 가을 서울시향 차기 감독으로 내정된 그는 내년 1월 1일, 5년의 임기를 시작한다. 서울시향과는 올해부터 협력해 왔다. 지난 1월 부상으로 못 온 오스모 벤스케의 대타로 서울시향 지휘봉을 잡았다. 4월에는 이화여대에서 열린 ‘아주 특별한 콘서트’를 무보수로 지휘했다.
그리고 7월 20~21일 그를 위해 기획된 첫 정기연주회 지휘대에 서며 청중들과 만난다. 차이콥스키 교향곡 4번과 베토벤 교향곡 7번. “서로 다른 스타일의 작품을 능숙하게 연주하는 카멜레온 같은 오케스트라가 돼야 한다”는 그의 지론이 반영된 선곡이다. 급작스레 진행된 1월 공연에서 단 이틀만의 리허설로 서울시향 단원들의 잠재력을 끄집어냈던 판 즈베던이다. 정기공연의 첫 신호탄인 7월 무대가 기대되는 이유다.
류태형 대원문화재단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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