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회숙의 음악으로 읽는 세상] 인생이란 공허한 바다에서 꾸는 헛된 꿈
차이콥스키가 푸시킨의 소설을 바탕으로 작곡한 오페라 ‘스페이드의 여왕’은 인간의 탐욕에 대한 이야기이다. 주인공 게르만은 어느날 젊은 시절 도박으로 큰돈을 번 늙은 백작 부인에 대한 얘기를 듣는다. 그녀가 도박에서 확실히 이길 수 있는 카드의 비밀을 알고 있다는 것이다. 이 말을 듣고 게르만은 밤에 백작 부인의 집에 들어가 그녀에게 카드의 비밀을 알려 달라고 협박한다. 하지만 그는 백작 부인으로부터 예상치 못한 말을 듣는다. 사실 그 말은 농담이었다는 것이다. 이에 흥분한 게르만은 권총을 꺼내 들고, 그것을 본 백작 부인은 충격으로 그 자리에서 숨을 거두고 만다.
카드의 비밀을 알아내는 데에 실패한 게르만이 시름의 나날을 보내고 있던 어느날 밤, 홀연히 백작 부인의 영혼이 나타난다. 그리고 그에게 카드의 비밀을 알려준다. 그녀가 일러준 세 장의 카드는 다름 아닌 ‘3, 7, 1’. 비밀을 알아 낸 게르만은 그 길로 도박판으로 달려가 부인이 가르쳐 준 대로 3과 7을 잇달아 내서 큰돈을 번다. 자신감을 얻은 게르만은 마지막 판에서 가지고 있는 모든 돈을 건다. 그리고는 부인이 가르쳐준 대로 1을 낸다.
하지만 이게 웬일일까. 분명 1을 낸다고 냈는데, 그의 손에는 1 대신 스페이드의 여왕이 들려 있었다. 백작 부인은 이렇게 해서 게르만에게 복수하고, 가진 돈을 몽땅 잃은 게르만은 결국 권총을 꺼내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인생이란 무엇인가? 도박이야. 선과 악? 꿈같은 소리. 일과 명예? 그건 미신이야. 무엇이 진실이지? 오직 죽음만이 진실이지.”
게르만이 죽기 직전에 했던 독백이다. 인생이라는 공허한 바다에서 꾸었던 헛된 꿈, 그 끝은 단 하나. 바로 죽음이었다. 하지만 인간은 파국에 직면하고 나서야 비로소 이 진리를 깨닫는다. 이것이 바로 인간존재의 원초적 비극 아닐까. 차이콥스키도 그것을 절감했는지 이 부분을 작곡하면서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진회숙 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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