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차장 출구에 차 세워 놓고 5일 째 사라진 임차인

차주는 평소 관리단과 관리비 문제로 갈등 빚어
도로교통법상 도로 아니라 견인도 어려워
경찰 "고의 출석 거부 시 체포영장 신청"

인천의 한 상가 건물 임차인이 지하 주차장 출구 차단기에 자신의 차량을 두고 그대로 떠난 지 닷새째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26일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지난 22일 인천 논현경찰서에는 "차량 운전자가 주차장 입구에 차를 두고 사라졌다"는 내용의 112 신고가 접수됐다. 신고자는 이 건물 관리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운전자는 출차를 위해 지하주차장에서 지상으로 향하던 중 차단봉이 내려진 요금 정산기 앞에 자신의 트랙스 차량을 세워둔 채 그대로 차에서 내려 주차장을 빠져나갔다. 이 차량은 현재까지 5일째 그 자리에 방치돼 있다.

주차장 차단기.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경찰 조사 결과 해당 차량 운전자는 이 건물 상가 임차인인 40대 남성 A씨인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지난 21일 상가 지하 주차장에 차량을 주차한 뒤 다음 날 오전 8시30분께 출차하다가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확인됐다.

A씨를 신고한 건물 관리단 측은 경찰에서 "A씨와 평소 관리비 징수 문제로 분쟁이 있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A씨에게 유선으로 출석 통보를 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아 이후 직접 A씨 거주지를 찾아가 그의 가족에게 출석 요구를 전달했다. 경찰은 추후 A씨를 불러 조사한 뒤 일반교통방해와 업무방해 혐의를 적용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A씨의 차량으로 인해 해당 상가 이용객과 관계자들은 큰 불편을 겪는 상황이지만, A씨가 차량을 방치한 곳은 도로교통법상 도로가 아닌 상가 건물 내부여서 견인 조치를 할 수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연합뉴스에 "A씨가 고의로 출석을 거부하면 체포영장을 신청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며 "형사소송법상 차량 압수가 가능한지도 검토했지만 차량 이동 목적으로 압수할 수는 없어 견인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2018년 인천 송도국제도시 한 아파트단지 지하주차장 진입로를 막아 물의를 일으킨 승용차의 모습.

한편 2018년 인천 송도국제도시 한 아파트단지에서 지하주차장 진입로를 자신의 차량으로 일부러 막은 차주가 일반교통방해와 업무방해 등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일이 있었다. 해당 차주는 자신의 승용차에 붙은 주차 위반 경고장을 떼 달라고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요청했다가 거절당하자 7시간 동안 주차장 진입로를 막은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불법 주차에 화가 난 아파트 주민들은 차량을 인도로 옮긴 다음 경찰에 신고하는 한편, 경고성 쪽지를 포스트잇 등으로 차에 빼곡히 붙이기도 해 화제가 됐다. 이 사건이 언론 보도를 통해 널리 알려지자 해당 차주는 3일 뒤 자필사과문을 아파트 게시판에 부착하며 용서를 구했었다.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