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영어는 “배경지식 필요”…수학은 “까다롭지만 ‘킬러’ 아냐"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의 변별력을 위한 이른바 킬러 문항(초고난도 문항)들이 공개된 가운데 일부 과목의 경우 문항 자체의 난도 자체는 크게 높지 않다는 분석이 나왔다.
교육부는 26일 정부 서울청사에서 ‘사교육비 경감 대책’을 발표하면서, 지난 6월 모의평가와 3년 치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서 출제된 초고난도 문항 26개를 공개했다. 과목별로는 국어영역 7개, 수학영역 9개, 영어영역 6개, 과학영역 4개였다. 아시아경제가 이투스에듀와 함께 각 과목별 킬러 문항들을 세세하게 분석해 봤다.
7문제가 지목된 국어영역에서는 지난 6월 모의평가 14번, 33번, 2023학년도 수능 15번, 17번, 2022학년도 수능 8번, 13번, 15번이 ‘킬러 문항’으로 분석됐다. 이 킬러 문항들의 평균 정답률은 28.6% 수준이었다.
정답률이 36.8%로 가장 높았던 올해 6월 모평 33번 문제에 대해 교육부는 ‘제한된 감상 정보에 의지해 각 선택지에서 제시하고 있는 내용을 작품 내에서 찾아 연결해 가며 해석해야 풀 수 있어, 많은 시간이 필요하며 높은 수준의 추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투스에듀는 “외적 준거에 따른 작품 감상 유형의 문제로, 시어와 관련해 ‘개별성’의 의미를 명확하게 판단하지 못해 학생들이 오답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오답 중 선택률이 높았던 ③의 경우 적 표현을 설명하는 데 잘 쓰이지 않는 ‘개별성’이 제시돼 학생들이 정오 판단에 어려움을 겪었을 것”이라고 풀이했다.
고작 15.1%의 정답률만 기록한 2023학년도 수능 17번 문제의 경우 교육부는 ‘추론해야 할 정보량이 과다하고, 지문에서 단절적으로 제시된 내용 요소 간의 관계를 중심으로 유사한 정보의 위치를 확인해 답을 찾아야 해 문제풀이 기술을 익힌 학생에게 유리하다’고 선별 이유를 밝혔다. 이투스에듀는 “EBS와 연계되긴 했으나 일부 개념만 활용돼 지문 이해에는 크게 도움이 되지 못했을 것”이라며 “지문의 이론과 개념 파악이 매우 어려웠으며, ‘상대 성장’을 하는 두 변수 사이의 상관관계를 정확히 이해하지 못한다면 풀기 어려운 문제”라고 분석했다.
수학 “학생마다 풀이 시간에 차별 있었을 것”
수학영역에서는 올 6월 모평 공통과목 21번과 22번, 미적분 30번, 2023학년도 수능 공통과목 22번과 확률과 통계 30번, 미적분 30번, 2022학년도 수능 미적분 29번과 기하 30번, 2021학년도 수능 나형 30번 등 9문제가 꼽혔는데, 평균 정답률은 6.5%에 그쳤다. 가장 정답률이 낮았던 문제는 올 6월 모평 공통과목 22번(2.9%)이었고, 2022학년도 수능 미적분 29번 문제가 14.0%로 가장 높았다.
그나마 쉬웠던 2022학년도 수능 미적분 29번 문제에 대해 교육부는 “공교육에서 다루는 수준보다 다소 복잡한 형태의 함수를 다루고 있어 수험생의 심리적 부담을 유발할 수 있으며, 고등학교 수준 이상으로 심화학습을 한 학생은 출제자가 기대하는 풀이 방법 외 다른 방법으로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고 정의했다. 이투스에듀도 “고난도 문항으로 자주 출제되는 유형의 문항이긴 하지만, 사교육에서 배우는 근사식을 이용하여 풀이한 학생들에게 유리할 수 있는 문제”라고 설명했다.
전체 수험생 가운데 2.9%만이 정답을 맞춘 올 6월 모평 공통과목 22번을 두고 교육부는 “3가지 이상의 수학적 개념이 결합해 문제해결 과정이 복잡하고 상당히 고차원적인 접근방식을 요구해 공교육 학습만으로 풀이 방법을 생각해내기에는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고 꼬집었다. 이투스에듀는 “고난도 문항으로 주로 출제되는 다항함수 추론문항으로, 삼차함수 f(x)의 식을 정확하게 찾아낼 수 있더라도 계산하는데 시간이 꽤 소요됐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영어영역의 경우 올 6월 모평 33번과 34번, 2023학년도 수능 34번과 37번, 2022학년도 수능 21번과 38번이 킬러 문항으로 지목됐다. 영어영역의 평균 정답률은 24.7%였다. 2023학년도 수능 34번 문제가 17.0%로 정답률이 가장 낮았고, 같은 시험 37번 문제가 29.1%로 가장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교육부는 정답률이 낮았던 2023학년도 수능 34번 문제를 ‘학생들이 구문을 해석하더라도 내용을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고, 전반적으로 공교육에서 다루는 일반적인 수준보다 어려운 어휘 및 복잡한 문장구조가 사용된 긴 문장으로 구성됐다’고 지적했다. 이투스에듀는 “학생들이 글을 제대로 해석하고 중심내용을 파악했어도 시간이 많이 걸렸을 문제”라며 “힌트 문장의 어휘 난도가 높고 문장이 길어 따로 배경 지식을 쌓지 않은 학생들의 체감 난이도는 매우 높았을 것”이라고 평했다.
높은 정답률을 기록한 같은 해 수능 37번 문제는 ‘생소한 소재가 사용돼 일반적인 의미가 아닌 법률 분야에 적합한 의미로 어휘를 파악해야 글 전체의 내용을 이해할 수 있다’는 교육부 분석과 “‘변호사 수임료 체계’라는 생소한 소재 때문에 논리적인 순서 흐름을 찾기 어려워 학생들의 체감 난이도는 매우 높았을 것”이라는 이투스에듀의 분석이 비슷했다.
이투스에듀는 “국어와 영어영역의 경우 공교육 과정에서 습득하기 어려운 배경지식들이 지문에 활용돼 소위 말하는 ‘킬러 문항’의 요건을 갖췄다”면서도 “수학영역은 상당수 문항들이 난도 자체는 높지 않았으나, 익숙하지 않은 형태로 출제돼 학생들이 당황했을 뿐 ‘초고난도’라고 평가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유병돈 기자 tamon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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