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 인터뷰] ‘인천의 현재와 미래’ 김대중·김건희, “이름값은 해야죠!”

김희웅 2023. 6. 26. 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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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별명 ‘축구 대통령’인 베테랑
“닉네임 과분… 대중 타임 생겼으면”
김건희, K리그 데뷔 희망 신인 수비수
동명이인 ‘선배 공격수’ 넘는 게 목표
김건희(왼쪽)와 김대중이 최근 인천축구센터에서 본지와 인터뷰에 임했다.(사진=김희웅 기자)
김건희(왼쪽)와 김대중.(사진=김희웅 기자)
인천 유나이티드 김대중(31)과 김건희(20)는 이름에 걸맞은 활약을 꿈꾼다. 각자 위치에서 ‘축구 1등’이 되겠다는 포부를 마음에 품고 있다. 

최근 인천축구센터에서 만난 김대중과 김건희는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 본지와 이야기를 나눴다. 프로 무대 9년 선배인 김대중이 베테랑답게 즐거운 분위기를 끌어냈고, 수줍음을 타는 김건희의 말문을 트이게 했다. 

동명이인이 많은 김대중은 흥미로운 에피소드를 먼저 이야기했다. 어릴 적부터 이름 때문에 놀림당하고 친구들과 다퉜다는 그는 “김영삼(수원FC 코치) 선수가 은퇴할 때, 구단 직원이 내게 영상 편지를 따로 찍어서 보내달라고 하더라. 나와 정치인(김천 상무)이 영상을 보냈고, 은퇴식을 그렇게 마무리했던 것 같다”며 웃었다.

김대중의 닉네임은 ‘축구 대통령’이다. 인천 장내 아나운서가 김대중을 소개할 때 실제로 쓰는 별명이다. 김대중은 “농구에는 (대통령) 허재가 있다. 축구에서는 박지성, 차범근 등 위인이 대통령으로 불려야 한다. 인천에서만 나를 대통령으로 불러주지만, 민망할 때가 있다. 내가  대통령으로 불리는 게 타당하게 하려고 노력하는데, 아직 부족한 거 같다. 더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축구 대통령으로 불리는 김대중은 슈퍼 서브로 K리그 역사에 이름을 새기길 원한다.(사진=프로축구연맹)

김건희 역시 유명한 동명이인이 여럿 있다. “(이름과 관련된) 에피소드가 딱히 없다”던 그는 과거 수원 삼성에서 활약했던 김건희(콘사도레 삿포로)의 이름을 꺼내자, “포털 사이트에 검색했을 때, 내가 먼저 나왔으면 좋겠다”며 의욕을 드러냈다. 하지만 김건희는 “이름 중 1등은 어려울 것 같다”며 미소 지었다.

소위 ‘닉값(자신의 닉네임에 걸맞은 말과 행동)’을 하려면 그라운드에서 실력을 뽐내야 한다. 누구보다 무게감 있는 별명을 가진 김대중은 애초 센터백으로 뛰다가 현재는 최전방 공격수로 활약하고 있다. 그는 ‘골’이 필요할 때, 주로 후반에 투입되는 ‘특급 조커’ 역할을 맡고 있다. 1m89㎝의 큰 신장과 높은 점프력, 위치선정이 그의 장점이다. 유년 시절부터 또래보다 키가 커 공중볼 연습을 자주 했다는 그는 공중전에서 늘 우위를 점한다. 후반에 투입돼 머리로 공을 연결하거나 직접 상대 골문을 노리는 게 그의 소임이다.

김대중은 “지금 역할이 너무 좋다. 경기에서 내가 해야 할 게 확실히 정해진 것 아닌가”라며 “은퇴하기 전까지 이 역할을 이어갈 수도 있다. 지금까지 K리그에 없었던 ‘슈퍼 서브’ 느낌을 내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인천에는 극적인 골을 잘 넣는 송시우(서울 이랜드)가 있었다. 그의 별명은 ‘시우 타임’이었다. K리그에서 넣은 25골 중 22골을 후반에 넣어 붙은 별명이다. 김대중은 “시우 타임을 대중 타임으로 바꿨으면 좋겠다”면서도 “근데 굳이 시우가 했던 거라 ‘타임’까지 쓰고 싶지 않다. (별명을) 함께 만들어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경남FC와 FA컵 16강전에서 프로 데뷔전을 치른 김건희는 K리그1 데뷔를 꿈꾼다.(사진=KFA)

올 시즌을 앞두고 ‘파검(파랑+검정)’의 유니폼을 입은 김건희는 이제 막 프로 무대에 적응하고 있다. ‘선배 공격수’ 김건희를 따라잡으려면 갈 길이 멀다. 센터백인 김건희는 지난달 24일 경남FC와 대한축구협회(FA)컵 16강전에서 데뷔했다. 당시 선발 출전한 그는 프로 첫 경기에서 깔끔한 수비와 매끄러운 빌드업을 뽐냈다. 1m 92㎝의 장신임에도 빠른 발까지 지녀 단숨에 ‘인천의 미래’로 떠올랐다. 

김건희는 “(데뷔전에서) 긴장을 별로 안 했다. 감독님께서는 열심히 준비했으니 즐기라고 하셨다. 즐기자는 마음으로 들어갔는데, 엄청 만족스럽진 않았다”며 “이제는 K리그에 데뷔하고 싶다. (데뷔했을 때 느낌은) 뛰어 봐야 알 것 같다. 명단에 내 이름이 포함돼 있으면 설렐 것 같다. 나중에는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뛰는 게 큰 꿈”이라고 밝혔다. 그의 우상은 신체조건이 비슷한 버질 반 다이크(리버풀)다. 
김건희(왼쪽)와 김대중이 최근 인천축구센터에서 본지와 인터뷰에 임했다.(사진=김희웅 기자)

조성환 감독과 포옹하는 김대중.(사진=프로축구연맹)
김건희가 경남 공격수 조상준과 경합하는 모습.(사진=KFA)
2014년부터 임대, 입대를 제외하면 줄곧 인천에서만 활약한 김대중과 입단이 6개월 남짓 된 김건희는 ‘인천이 어떤 팀인지’를 묻는 말에 공통으로 ‘팬’을 꺼냈다. 김건희는 “우리 팀은 가족 같은 분위기다. 형들이 어린 선수들을 잘 챙겨준다”며 “원정 경기는 TV로 보고 있는데, 항상 우리 팀 응원가가 더 크게 들린다. 열정적으로 응원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전했다. 김대중 역시 “인천은 팬분들이 최고다. 자부할 수 있다. 대표님부터 선수단까지 인간적인 면에서도 최고다. 정말 끈끈하다. 그게 인천의 큰 장점이며 우리의 매력”이라고 했다.

지난해 K리그1 4위를 차지한 인천은 올 시즌 구단 역사상 최초로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 나선다. 2023시즌을 앞두고 대대적으로 선수단 보강을 마친 인천은 예상과 달리 고전하고 있다. “부딪힐 때는 부딪히고 서로 도와줄 때는 도와준다. 우리의 축구는 강한 축구”라고 자부한 둘은 다부진 각오도 전했다.

김건희는 “또 경기에 나설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내가 뛰는 경기는 승리로 보답할 수 있도록 준비를 잘하겠다. 못 나서는 경기는 경기장에서 열심히 응원하겠다”며 웃었다. 김대중 역시 “나도 건희랑 같다. 이기는 건 당연하다. 당연히 결과로 보여줘야 한다”며 “팬분들이 내 역할을 보면서 행복감을 느끼시는 것 같다. 팬들이 더 행복할 수 있게 하겠다”고 다짐했다.

인천=김희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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