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나자마자 변기서 숨진 영아들… 2년간 판결문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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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2020년 11월 임신을 한 후 이듬해 3월에서야 이 사실을 알게 됐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해 12월 B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하면서 "무책임한 성관계로 임신에 이르렀고 입양 등 노력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C씨의 경우 2018~2021년 동거남 아이를 3차례 임신했는데 한 명은 보육원에 보냈고 두 차례는 임신 중절을 했다.
하지만 '병원 밖 분만' 실태 등을 고려할 때 법제화 외에 미혼모 지원 등 복지 정책도 뒷받침돼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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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고인 9명 중 7명이 미혼모
“미혼모 지원 등 정책도 뒷받침돼야”
A씨는 2020년 11월 임신을 한 후 이듬해 3월에서야 이 사실을 알게 됐다. 부모가 실망할 것이라는 두려움 등으로 낙태를 결심했지만 병원비를 마련하지 못해 미루다 시기를 놓쳤다. 결국 그해 7월 주거지 화장실에서 남자아이를 출산했다. 아기는 ‘컥’하고 숨을 쉬었지만, 변기에 3분간 방치됐고 결국 숨졌다. 출산 1시간 만에 아기는 비닐봉지에 담긴 채 길거리에 버려졌다. A씨는 지난 3월 1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다.
출생신고 없는 미등록 영아가 지난 8년간 2200명이 넘는 것으로 드러난 가운데 최근 2년간 영아살해 유죄 판결이 나온 사건 9건을 보면 모두 출산 기록 조차 없는 ‘병원 밖 출산’ 사례였던 것으로 파악됐다.
26일 국민일보가 확보한 최근 2년간 아동학대 살해 사건 하급심(1·2심) 판결문을 보면 피고인 9명 중 7명이 결혼을 하지 않고 출산한 미혼모였다. 이 중 5명은 아이 아빠를 모르는 상태였다. 기혼인 2명도 배우자가 아닌 외도 상대방이 아기 친부였다. 불안정한 가족 관계와 경제적 어려움, 출산과 양육에 대한 두려움이 영아 살해 범죄로까지 이어진 것이다. 피고인 9명 중 3명이 징역 3년, 2명이 징역 2년을 선고받았고, 나머지 4명은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이들은 출산 사실을 감추고 싶다는 생각에 모두 아기를 병원 밖에서 출산했다. 7명이 주거지 화장실, 1명은 숙박업소 화장실, 1명이 산책로였다.
법원은 반성하는 점, 죄책감을 짊어지고 살아가야 하는 점 등을 양형에 반영했다. B씨는 2021년 1월 주거지에서 남자친구 아기를 분만했고 수건으로 숨지게 했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해 12월 B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하면서 “무책임한 성관계로 임신에 이르렀고 입양 등 노력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다만 “원만하지 않은 성장환경, 원치 않은 임신, 고통스러운 출산 과정을 경험하며 느낀 불안정한 심리 상태를 고려했다”는 양형 이유를 달았다.
C씨의 경우 2018~2021년 동거남 아이를 3차례 임신했는데 한 명은 보육원에 보냈고 두 차례는 임신 중절을 했다. 네 번째로 임신한 아이마저 거주지 화장실에서 출산한 뒤 30분간 변기에 그대로 방치해 숨지게 했다. 법원은 불우한 성장 과정 등을 고려해 C씨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정치권은 의료기관이 출생 정보를 직접 지방자치단체에 통보하도록 하는 출생통보제, 익명으로 출산한 아동을 국가가 보호하는 보호출산제 등 도입을 논의 중이다. 하지만 ‘병원 밖 분만’ 실태 등을 고려할 때 법제화 외에 미혼모 지원 등 복지 정책도 뒷받침돼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영아살해 사건 자체의 형량을 올려 사회적 경각심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전문가들은 미혼모 등 위기 가구에 대한 상담‧지원 정책이 함께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공혜정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는 “아기가 며칠 살지 않았다고 해서 생명의 가치가 가벼운 게 아니다”며 “열악한 가정환경 등이 면죄부가 돼선 안 된다”고 말했다. 정익중 아동권리보장원 원장(이화여대 교수)은 “아동살해죄 형량이 낮을 이유는 없다”면서도 “본인이 건강하게 키울 수 있거나 안전하게 입양 보낼 수 있다는 믿음을 주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출생 기록이 있지만 출생 신고가 안 된 이른바 ‘유령 영아’ 사건 11건을 전국에서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나성원 양한주 기자 na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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