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경기를 장악하러 온 겁니다!"
[김형욱 기자]
▲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시리즈 <맥그리거 포에버> 포스터. |
ⓒ 넷플릭스 |
20살에 MMA에 입성한 코너 맥그리거, 올해로 데뷔 15주년이다. 그로 말할 것 같으면 이견 없이 종합격투기 역사상 최고의 인기를 구가한 슈퍼스타이자 UFC 역사상 최초로 두 체급(페더급, 라이트급) 챔피언 타이틀을 따낸 선수다. 맥그리거가 지금의 UFC를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야말로 화제성이면 화제성 실력이면 실력을 다 갖췄다.
물론 무수한 논란을 양산하니 그를 비판하고 욕하는 사람이 팬보다 더 많을 것이다. 대결 상대를 향한 무지막지한 막말은 물론 폭력 사태를 저지르기도 했다. 그 모든 게 비즈니스의 일환이라고 해도, 마땅히 해야 할 타이틀 방어전을 치르지 않는 건 비판받아 마땅하다. 그 나름대로의 피치 못할 사정이 있다고 해도 말이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시리즈 <맥그리거 포에버>가 코너 맥그리거의 최근 5년간 일상과 대전을 다루며 그가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어떤 생활을 영유하는지 그리고 어떤 사람인지 들여다보려 한다. 생각보다 괜찮은 사람일 수도 있고 역시 그런 놈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다큐에서의 모습이 모두 연출된 게 아니라면 코너 맥그리거는 생각보다 괜찮은 사람인 것 같다.
맥그리거의 연속되는 대전
맥그리거는 2016년 말 에디 알바레즈를 꺾고 기어코 라이트급 타이틀을 따내며 UFC 최초의 두 체급 석권의 대망을 이룩했다. 이후 그의 공백 역사가 시작되는데, 9개월여 후 뜬금없이 최고의 복싱 스타 플로이드 메이웨더 주니어와의 매치가 성사된다. 그 유명한 단판 1억 달러 승부, 익히 알려져 있다시피 경기는 접전 끝에 맥그리거가 TKO패 한다. 전 세계를 들썩이게 한 이벤트로 엄청난 돈을 긁어모았다.
하지만 UFC 경기, 그러니까 타이틀 방어전을 1년 넘게 치르지 않다가 라이트급 챔피언 벨트를 박탈당한다. 이후 시간이 또 오래 흐른 뒤 2018년 10월 무패를 자랑하는 하빕 누르마고메도프와 붙는다. 그 몇 개월 전에 사건이 하나 터졌었다. 하빕과 팀 메이트들이 맥그리거의 동료 로보프에게 시비를 걸고 뺨을 때리는 등의 폭행을 행사했는데, 이에 맥그리거와 로보프가 패거리와 함께 하빕과 동료들이 탄 UFC 버스를 습격해 폭력을 휘두르고 기물을 파손했다.
간신히 실형은 면한 맥그리거지만 일생일대 두고두고 그를 따라다닐 악질적이고 파행적인 짓거리였다. 그렇게 하빕과의 링 밖 대전을 끝맺음하고 링 안 대전을 치른 것이다. 2018년은 물론 UFC 역사에 남을 빅매치가 시작된다. 어떻게 되었을까? 맥그리거는 하빕에게 처참하게 패하고 하빕은 승리 후 링 밖으로 뛰어 나가 맥그리거 팀 메이트들과 집단 패싸움에 돌입한다. 여러 모로 역대급 대전이었다.
맥그리거는 영원하다 vs 맥그리거는 끝났다
코너 맥그리거는 최근 소식을 전했다. UFC에서 제작하는 유명 리얼리티 프로그램 < TUF > 시즌 31에 코치로 출연했고 8월 말 방영이 끝난 후 관례에 따라 상대방 코치인 마이클 챈들러와 복귀전을 치를 예정이다. 하지만 아직 미국 반도핑기구(USADA) 테스트를 거치지 않아 스케줄이 불확실한 상태다. UFC는 약물 테스트에 엄격한데, 경기 6개월 전에 USADA의 약물 테스트를 반드시 거쳐야 한다.
올해 말쯤 복귀한다고 해도 공백이 자그마치 2년 반이다. 전성기가 지난 건 물론 다양한 활동과 다양한 부상으로 복귀가 어려울 거라 예상했는데, 그야말로 '맥그리거는 영원하다'라는 말을 몸소 실천하고 있다. 특히 가장 최근 경기에서 얻은 부상이 워낙 치명적이라 수많은 이들이 '맥그리거는 끝났다'라고 했다.
때는 2021년 7월 10일 UFC 264 라이트급에서 더스틴 포이리에와의 3차전을 치렀다. 일찍이 2014년 9월에 맥그리거가 1라운드 KO승을 따낸 후 7년 만에 열린 2021년 1월 2차전에서 맥그리거가 MMA 커리어 최초로 TKO패를 당한 후 또다시 만났다. 탄탄한 전략을 짜온 맥그리거가 경기를 잘 풀어가나 싶더니 펀치를 던진 후 발을 디디는 과정에서 발이 꺾이고 말았다. 결과는 1라운드 후 닥터 스탑 TKO패, 왼발의 정강이뼈와 종아리뼈가 부러지는 대참사가 일어났다.
이후 그는 6개월 후부터 강도 높은 훈련을 시작할 수 있었고 1년이 훌쩍 지나서야 경기에 참여할 수 있었다. 하지만 부상 여파가 작지는 않았을 터, 부상 후 1년이 지난 시점에 복귀하려 했으나 여의치 않았던 것 같다. 그를 향한 세간의 관심 중 '커리어 면에서 이룰 걸 다 이뤘고 돈도 엄청나게 벌었는데, 뭐가 아쉬워 경기를 계속하려는 거지?' 하는 의문이 있는데, 그는 링 위에서야말로 진정 살아 있는 것 같거니와 유산을 남기고 싶다고 말한다.
맥그리거의 겉모습과 이면의 모습
맥그리거는 비록 결혼을 하진 않았지만 피앙세 디 데블린과 오랜 시간 함께하고 있다. 그녀는 그가 아무것도 없던 시절부터 곁에 있었기에 맥그리거로선 데블린을 그 누구보다 그리고 그 무엇보다 소중히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그들은 세 아이를 낳았다. 맥그리거는 아빠가 되고 달라졌다고 한다. 더더욱 경기를 계속 치러야 하는 이유가 생겼고 링 안팎으로 비즈니스적인 선을 넘는 행동을 하지 않아야 하는 이유가 생겼다.
여전히 그는 수많은 팬과 안티와 돈과 화제성을 몰고 다니는 최고의 격투기 스타다. 아니, 가장 유명한 스포츠 스타일 것이다. 단순무식하게 봐도 2021년 한 해 동안 돈을 가장 많이 번 스포츠인이었으니 말이다. 그럼에도 그는 여전히 화려한 언변과 어디로 튈지 모를 행동으로 전 세계 수많은 이의 이목을 집중시킨다. 어그로의 제왕답다. <맥그리거 포에버>는 그 이면의 모습도 보여 준다. 물 밖에서 한없이 아름다운 백조가 물 안에선 필사적으로 헤엄을 치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정말 필사적으로, 상상을 초월할 정도의 훈련이다.
UFC는 맥그리거를 쉽게 놔주지 않을 것이다. 맥그리거도 UFC를 쉽게 떠나지 않을 것이다. 당분간은 UFC에서 경기하는 맥그리거를 볼 수 있을 텐데, 광분하는 맥그리거를 상상만 해도 전율이 흐른다. 단순히 비즈니스 쇼맨십 차원을 넘어선 순수한 열정이 느껴진달까. 그는 정녕 몸과 몸이 부딪히며 선혈이 낭자하고 뼈가 부러지고 환희와 좌절을 맛보는 링 위의 전쟁을 사랑하는가 보다.
이 작품 덕분에 코너 맥그리거를 다시 봤다. 아니, 사실 그동안 그를 수박 겉핥기 정도로도 알지 못했는데 이 작품으로 꽤 많이 알게 된 것 같다. 수많은 이가 그를 두고 하는 설왕설래를 뒤로 하고 공백이 길어도 반드시 다시 돌아왔다. 이번에도 다시 돌아올 게 확실시되는 만큼, 기대를 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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