퀸 꺼내는 탑, 케넨 잡는 탑

윤민섭 2023. 6. 26. 17:1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LCK 제공

KT 롤스터가 디플러스 기아를 잡은 지난 22일, 첫 세트 일등공신으로는 ‘기인’ 김기인이 꼽혔다. 맞라이너 ‘칸나’ 김창동이 레넥톤을 먼저 고르자 그는 퀸을 선택해 라인전에서 우위를 점했다. 라인전을 마친 뒤에는 스플릿 푸시를 통해서 디플 기아의 운영을 마비시켰다.

퀸은 비주류 챔피언이다. 체력이 낮아 갱킹에 취약한데, 라인전에서 한 번이라도 실수해서 데스를 당하면 챔피언의 존재감이 옅어지기 때문에 선수도 코치도 선호하지 않는다. 하지만 실수하지 않는다면 큰 리턴을 기대할 수 있는 챔피언이기도 하다. 게임 내내 일방적으로 상대를 때려대는 퀸은 브루저와 탱커들에게 악몽같은 존재다.

그리고 KT의 탑라이너는 이런 비주류 챔피언, 하이리스크 하이리턴형 챔피언을 꺼내는 데 거리낌이 없다. 이전부터 루시안과 칼리스타, 베인, 트리스타나, 아크샨 등을 탑라인에서 써왔던 그는 외줄 타기 도중 미끄러지지 않을 거란 확신을 갖고서 게임한다.

탑라인에서 특색있는 챔피언을 고를 수 있어서 올여름 KT의 밴픽은 더 다채롭다. KT의 밴픽 노트를 보면 탑라인에는 퀸 외에도 레넥톤, 말파이트, 케일, 사이온, 오른, 잭스, 그라가스 등 주류와 비주류 챔피언이 섞여 있다. 봄의 데이터까지 덧대면 우르곳, 카밀, 라이즈 등 김기인의 주무기가 몇 개 더 추가된다.

디플 기아전 직후 김기인을 만나 원거리 챔피언에 대한 얘기를 나눴다. 그는 “프로 데뷔 후 원거리 챔피언을 많이 했고 또 즐겨했다”면서 “플레이할 때 딱히 부담감을 느끼지 않는다”고 말했다. 2017년 여름, 김기인의 ‘LoL 챔피언스 코리아(LCK)’ 데뷔전 파트너는 루시안이었다. 그는 “데뷔 시즌부터 탑 루시안을 많이 연습했다. 원거리 챔피언이 더 편한 감도 있다”고 말했다.

사실 다른 LCK 탑라이너들도 밴픽창에서 원거리 챔피언을 만지작거린다. 풍문을 들어보면 스크림에서 모 선수가 베인을 골라서 좋은 성적을 냈다고 한다. 하지만 스크림은 스크림일 뿐이다. 실전에서 이렇게 자신 있게 원거리 챔피언을 꺼내고, 또 좋은 플레이를 펼치는 건 현재로선 김기인이 유일하다.

충분한 연구가 뒷받침됐기에 나오는 자신감이다. 퀸의 아이템 빌드는 몇 갈래로 나뉜다. 한동안은 추격과 카이팅에 강점이 있는 ‘폭풍갈퀴’ 빌드가 각광을 받았다. 하지만 김기인은 디플 기아전에서 ‘스태틱의 단검’을 1코어 아이템으로 하는 빌드를 택했다. 스태틱의 단검은 라인 클리어를 빠르게 할 수 있어 많은 선수가 다양한 챔피언으로 연구 중인 아이템이다.

김기인은 라인 푸시력이 곧 퀸의 성능과 직결된다고 봤다. 그는 “퀸은 기동성이 좋은 챔피언이어서 라인을 빨리 밀면 밀수록 좋다”면서 “개인적으로도 좋은 아이템이라고 생각해서 선택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그는 이날 라인을 빠르게 밀어놓고 본대에 기습적으로 합류하는 방식의 플레이로 상대를 괴롭혔다.

그가 요즘 좋은 평가를 받는 이유는 또 있다. 관계자들은 김기인의 강점이 뛰어난 공수 밸런스라고 입을 모은다. 자신이 때려야 하는 매치업에선 공격력이, 버텨야 하는 구도에선 방어력이 빛난다. 퀸을 플레이한 디플 기아전 1세트에서 그의 공격적인 능력이 두드러졌다면, 2세트에선 반대로 수비력이 돋보였다.

김창동과 레넥톤 대 케넨으로 맞붙은 2세트 매치업에서 김기인은 또 한 번 판정승을 거뒀다. 그는 11분경 김창동과의 거리를 순식간에 좁힌 뒤 궁극기 ‘강신’을 써서 솔로 킬을 따냈다. 디플 기아의 승리 플랜이 하나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이와 관련해 김기인은 “딱히 (원거리 챔피언과의 매치업에서) 노하우가 있는 건 아니다. 상대의 실수를 캐치한 플레이가 좋았다”고 말했다. 이어 “케넨은 ‘번개 질주(E)’가 쿨타임일 때 거리조절을 해야 한다”면서 “상대 선수가 순간 거리조절에 실패하는 걸 파고들어서 솔로 킬을 따낼 수 있었다”고 복기했다.

롤러코스터는 봄보다 여름에 더 가열차게 올라간다. 다섯 톱니바퀴가 부드럽게 맞물린 KT는 5승1패, 단독 2위로 서머 시즌 3주 차를 마쳤다. 소속팀이 호성적을 거두자 LCK 무대에서 500전을 넘게 치른, 출전경기수 6위의 베테랑임에도 통산 승률 50%를 넘기지 못한 낭중지추의 커리어가 조명받는 해프닝도 생겼다. 2017년 서머 시즌에 데뷔한 김기인은 LCK 무대에서 569전을 치렀다. 280승 289패를 기록했다. 승률은 49.2%다.

그가 가장 많이 붙어본 팀은 T1이다. 74번 붙어 31번 이기고 43번 졌다. 가장 많이 이겨본 팀은 한화생명e스포츠다. 63번 붙어 41승을 거뒀다. 가장 높았던 벽은 68번 도전해서 45번 넘지 못한 젠지다.

윤민섭 기자 flame@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