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지목한 '킬러 문항'…선정 기준에는 '의문 부호'

유병돈 2023. 6. 26.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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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사교육비 경감 대책' 발표
실제 출제된 킬러 문항 22개 공개
과목별·문항별 정답률 편차 '극명'
오승걸 교육부 책임교육정책실장이 2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수능 킬러문항 사례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윤동주 기자 doso7@

윤석열 대통령의 ‘공정 수능’ 지시에서 비롯된 이른바 ‘킬러 문항’ 논란에 교육 당국이 실제 출제됐던 문제를 공개했다.

그러나 킬러 문항에 대한 명확한 정의조차 없었던 만큼 이번에 예시로 공개된 예시 문항 역시 기준이 모호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육부는 26일 정부 서울청사에서 ‘사교육비 경감 대책’을 발표하면서, 지난 6월 모의평가와 3년 치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서 출제된 초고난도 문항 26개를 공개했다. 과목별로는 국어영역 7개, 수학영역 9개, 영어영역 6개, 과학영역 4개였다.

아시아경제는 EBS 인터넷 강의 사이트인 EBSi가 집계한 정답률을 토대로 이번에 공개된 킬러 문항을 분석해봤다. 수능 출제 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문항별 정답률은 물론 2022학년도 문·이과 통합형 수능 도입 이후 국어·수학 선택과목별 표준점수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과목별·문항별 정답률 편차 극명…5명 중 2명이 맞춰도 ‘킬러 문항’?

교육부가 공개한 자료를분석한 결과, 같은 킬러 문항임에도 과목별로 정답률에서 큰 차이를 보였다. 같은 과목 내 킬러 문항끼리도 정답률 편차가 11.1~21.7%까지 났다. 수능 출제 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문항별 정답률을 공개하지 않는다. EBS 인터넷 강의 사이트인 EBSi에서 수험생들을 대상으로 시험 가채점 결과를 집계하고 있다.

EBSi에서 집계한 정답률에 따르면, 국어영역과 영어영역 킬러 문항 가운데 가장 어려웠던 문항(국어 15.1%, 영어 17.0%)들이 수학영역에서 가장 쉬웠던 기록한 문항(14.0%)보다 정답률이 높았다는 점에 비춰보면 수학영역 킬러 문항들의 난도가 훨씬 높았던 것으로 분석된다. 수학영역 킬러 문항들의 경우 모두 주관식으로 출제됐다는 점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먼저, 7문제가 지목된 국어영역에서는 지난 6월 모의평가 14번, 33번, 2023학년도 수능 15번, 17번, 2022학년도 수능 8번, 13번, 15번이 ‘킬러 문항’으로 분석됐다. 이 중 올 6월 모평 33번 문제가 정답률이 36.8%로 가장 높았고, 2023학년도 수능 17번 문제가 15.1%로 가장 낮았다. 국어영역 킬러 문항들의 평균 정답률은 28.6% 수준이었다.

수학영역에서는 올 6월 모평 공통과목 21번과 22번, 미적분 30번, 2023학년도 수능 공통과목 22번과 확률과 통계 30번, 미적분 30번, 2022학년도 수능 미적분 29번과 기하 30번, 2021학년도 수능 나형 30번 등 9문제가 꼽혔다. 가장 정답률이 낮았던 문제는 올 6월 모평 공통과목 22번(2.9%)이었고, 2022학년도 수능 미적분 29번 문제가 14.0%로 가장 높았다. 수학영역 킬러 문항들의 평균 정답률은 6.5%에 그쳤다.

영어영역의 경우 올 6월 모평 33번과 34번, 2023학년도 수능 34번과 37번, 2022학년도 수능 21번과 38번이 킬러 문항으로 지목됐다. 2023학년도 수능 34번 문제가 17.0%로 정답률이 가장 낮았고, 같은 시험 37번 문제가 29.1%로 가장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영어영역의 평균 정답률은 24.7%였다.

과학영역은 올 6월 모평 생명과학Ⅱ 15번, 2023학년도 수능 화학Ⅱ 20번, 2022학년도 물리학Ⅱ 18번과 지구과학Ⅱ 20번이 킬러 문항으로 뽑혔다. 2023학년도 수능 화학Ⅱ 20번 문제가 22.0%로 가장 낮은 정답률을 보였고, 2022학년도 물리학Ⅱ 18번 문제가 34.5%로 가장 높은 정답률을 기록했다. 과학영역의 평균 정답률은 27.5% 수준으로 나타났다.

애매모호한 ‘킬러 문항’ 기준…교육부 설명도 일차원적

최근 연이어 논란이 되고 있지만, 킬러 문항에 대한 명확한 정의는 없다. 윤석열 대통령이 ‘공교육 교과과정을 벗어나 사교육 없이는 풀 수 없는 문제’를 수능에서 출제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하고,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교수도 못 푸는 정도로 배배 꼬아서 낸 문항’이라고 제시한 기준이 전부다.

입시업계에서는 통상적으로 ‘한 자릿수대 정답률을 보이는 초고난도 문항’ 또는 ‘한 영역에서 가장 정답률이 낮은 문항’을 킬러 문항으로 분류한다. 이번에 교육부가 공개한 킬러 문항 중 일부는 이 같은 입시업계의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어영역의 경우 2023학년도 수능 35번 문항(20.4%)과 39번 문항(28.9%)이 15번 문항(30.3%)보다 정답률이 낮았지만, 교육부가 제시한 킬러 문항 예시에서 빠졌다. 수학영역 역시 2023학년도 수능 확률과 통계 과목 29번 문항이 2.6%의 극도로 낮은 정답률을 보였으나 킬러 문항에 포함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킬러 문항은 공교육 과정에서 다루지 않는 내용으로 사교육에서 문제풀이 기술을 익히고 반복적으로 훈련한 학생들에게 유리한 문항”이라며 “현장 교원들의 의견 등을 토대로 후보문항을 선별한 뒤, 1~2차 검토를 거쳐 교육과정정상화심의위원회에 보고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교육부는 과목별로 킬러 문항들의 특징을 언급했다. 국어영역의 경우 ▲고등학생 수준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지문과 전문용어를 사용해서 배경지식을 가진 학생들은 상대적으로 쉽고 빠르게 풀 수 있는 문항 ▲문제풀이에 필요한 정보를 충분히 제공하지 않아 내용 파악을 어렵게 하는 문항 ▲선택지의 의미와 구조가 복잡해서 의도적으로 학생들의 실수를 유발시키는 문항 등이었다.

또 수학영역은 ▲여러 개의 수학적 개념을 결합하여 과도하게 복잡한 사고 또는 고차원적인 해결방식을 요구하는 문항 ▲대학과정 등을 선행학습한 학생은 출제자가 기대하는 풀이방법 외 다른 방법으로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 학생 사이의 유불리를 발생시키는 문항 등이었고, 영어영역은 ▲전문적인 내용 또는 관념적이고 추상적인 내용이어서 영어를 해석하고도 내용을 이해하기 어려운 문항 ▲공교육에서 다루는 일반적인 수준보다 과도하게 길고 복잡한 문장을 사용하여 해석이 어려운 문항 ▲선택지에서 길고 복잡한 구문, 어려운 어휘 등을 사용하여 지문을 이해하고도 문제를 풀기 어려운 문항 등이었다.

유병돈 기자 tamon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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