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볼 저격→화해 거부→SSG 편파 해설 논란…그리고 '말 없이' 문학 떠난 오재원

유준상 기자 2023. 6. 26.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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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유준상 기자) 삼성 라이온즈 우완투수 양창섭이 빈볼을 던졌다고 주장한 오재원 스포티비 해설위원이 화해를 거부한 채 야구장을 떠났다.

오 위원은 23~25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 SSG 랜더스의 주말 3연전 해설을 위해 중계석에 앉았다.

문제가 발생한 건 시리즈 두 번째 경기가 진행된 24일이었다. SSG가 13-7로 앞선 7회말 1사 1·3루 최정의 타석에서 삼성 양창섭이 던진 3구와 4구가 연속해서 몸쪽으로 향했다. 3구는 포수 미트에 그대로 들어갔으나 양창섭이 던진 4구에 최정이 몸에 맞는 볼로 1루로 걸어나갔다.

최정은 언짢은 듯한 표정을 지었고, 양창섭은 1루에 도착한 최정에게 고개를 숙여 사과했다. 이 장면을 지켜본 오재원 해설위원은 고의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오 위원은 "이건 대놓고 때린 것이다. 옷에 스친 게 다행이다. 저는 이런 상황을 가장 싫어한다"며 "사과할 필요도 없다. 이전 공부터 이상해서 좋게 넘어가려고 했는데, 이건 대놓고 때렸다. 최정 선수가 모를 리가 없는데, 이기고 있는 입장에서 저렇게 넘어갈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기는 SSG의 13-10으로 마무리됐지만, 최정의 몸에 맞는 볼 상황을 놓고 한동안 팬들 사이에서 치열한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여기에 경기 종료 후 오재원 해설위원의 해설을 접한 양창섭이 자신의 SNS에 '물고기는 언제나 입으로 낚인다. 인간도 역시 입으로 걸린다'는 '탈무드'의 문구가 적힌 그림을 올렸다.

양창섭이 해당 게시물을 올린 지 3시간 만에 오 위원도 자신의 SNS에 '탈무드'를 인용, '어리석은 사람은 들은 것을 이야기하고 지혜로운 사람은 본 것을 이야기한다'는 내용을 올렸다. 양창섭이 게시물을 올리자 맞대응에 나선 셈이다.

이튿날 취재진을 만난 양 팀 사령탑은 오재원 해설위원의 '빈볼 저격' 해설에 선을 그었다.

김원형 SSG 감독은 "맞다, 틀리다 이런 이야기를 하기 전에 요즘은 그렇게 하지 않는다. 우리뿐만 아니라 점수 차가 나더라도 정상적인 야구를 하려고 한다"고 논란을 일축했고, 박진만 삼성 감독은 "투수는 상대 타자의 약점을 파고들기 위해서 노력하고, 반대로 타자도 그렇게 노력한다"며 "우리가 분석하기에 최정이 몸쪽이 약하다고 분석했기 때문에 그렇게 투구했고, 논란을 일으키는 것 자체가 이해되지 않았다"고 황당한 반응을 보였다.

앙금을 풀기 위한 움직임이 없진 않았다.

팀과 리그를 대표하는 베테랑 선수 중 한 명인 강민호가 경기 전 양창섭, 오재원 위원의 화해를 위해 만남의 자리를 마련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오 위원이 원정 더그아웃에 내려오지 않으면서 끝내 두 사람은 직접 마주보고 이야기를 나눌 수 없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오 위원은 또 한 번 논란의 중심에 섰다. 'SSG 편파 해설'을 한 게 아니냐는 야구팬들의 질타가 이어졌다.

1회초 시작에 앞서 SSG의 수비 위치를 소개하는 그래픽이 나왔고, 키플레이어로 선정된 선발투수 조성훈에 대해 '스윕을 부탁해'라는 문구가 나왔다. 그러자 오재원 위원이 "조성훈 선수를 (키플레이어로) 꼽았는데, 화요일에도 좋은 투구로 이어졌다. 오늘은 꼭 승리투수를 하면서 스윕을 부탁드리겠다"고 말했다.

오 위원이 중계화면에 나온 걸 그대로 읽었을 수도 있지만, 본인이 직접 스윕을 부탁드린다고 이야기한 것은 'SSG 편파 해설'로 들릴 수 있는 대목이다.

전날 논란과는 별개로 해설위원으로서 '생중계'로 진행되는 중계방송의 특성상 단어 사용 등 사소한 것도 조심해야 할 필요가 있다.

10년 넘게 두산 베어스 유니폼을 입고 프로 선수로 생활한 오 위원은 지난 시즌을 끝으로 현역 은퇴를 선언했고, 올해부터 해설위원 도전에 나섰다. 시즌 초반에는 색다른 해설, 개성 있는 해설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지만 주관이 뚜렷한 해설에 팬들 사이에서는 호불호가 갈렸다.

그러던 중 지난달 한 유튜브 채널과 인터뷰를 진행한 오재원 위원은 "한 번씩 해설을 하면서 바보 만든 선수가 1~2명이 아니다. 그것에 대한 책임을 져본 적이 없는 것 같다. 해설을 하면 말이 정말 중요한 것 같다. 아닌 걸 아니라고 이야기하는 사람이 한 명도 없다"고 '코리안특급' 박찬호를 저격했다.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결국 오재원 위원은 SNS로 사과의 뜻을 전했다.

한동안 자숙의 시간을 갖고 지난 9일 중계석으로 돌아온 오 위원은 복귀한 지 이틀 만에 또 문제를 일으켰다. 10일 창원NC파크에서 열린 SSG와 NC 다이노스의 경기가 개시되기에 앞서 학생 선수의 시구 행사가 진행됐는데, 캐스터가 학생이 NC 입단을 꿈꾸고 있다고 말하자 "인생이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며 "두산이나 LG 쪽으로 가면 좋겠다"고 의견을 드러냈다. 결국 오 위원은 이튿날 중계방송을 통해서 자신의 잘못을 인정했다.

불과 2주 전만 해도 고개를 숙였던 오재원 위원이지만, 이번에는 자신의 말에 대한 그 어떤 얘기도 꺼내지 않았다. 사실상 '정면돌파'를 선택한 셈이다.

사진=엑스포츠뉴스 DB, 삼성 라이온즈, SSG 랜더스

유준상 기자 junsang98@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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