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이냐 추락이냐, 다시 갈림길에 선 황의조

이준목 2023. 6. 26.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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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황의조 거취 문제, 대표팀에도 중대한 변수로 작용

[이준목 기자]

국가대표 공격수 황의조가 다시 갈림길에 섰다. K리그 복귀 이후 조금씩 경기력을 끌어올린 황의조는 국가대표팀에서도 오랜만에 득점포를 가동하고 살아나는 듯 했다. 하지만 최근 FC서울과의 단기 임대가 종료되면서 다시 중대한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됐다.

일단 유럽 재진출을 우선 순위로 타진하고 있지만 현재로선 상황이 불투명하다. 여기에 뜻하지 않은 사생활 폭로 논란까지 터지면서 악재가 겹치고 있다.

황의조는 성남FC-감바 오사카를 거쳐 2019년 유럽 5대리그인 프랑스 리그1의 지롱댕 보르도에 입단하며 유럽파의 반열에 올랐다. 보르도에서 2년 연속 두 자릿수 득점 및 3년간 총 29골을 기록하며 이전 박주영(25골)이 보유하고 있던 프랑스 아시아인 최다득점 기록을 뛰어넘으며 좋은 활약을 펼쳤다. 이 기간 국가대표팀에서도 부동의 주전 공격수로 자리잡으며 2018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U-23, 와일드카드) 득점왕(9골) 및 금메달, A대표팀 벤투호(2018-2022) 최다득점(42경기 15골)을 기록하며 활약했다.

꼬이는 커리어
 
 지난 20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축구 국가대표팀 평가전 한국과 엘살바도르의 경기. 황의조가 득점에 실패해 아쉬워하고 있다.
ⓒ 연합뉴스
 
승승장구하는 듯 했던 황의조의 커리어는 지난해 보르도를 떠나면서 꼬이기 시작했다. 황의조는 세계 최고의 리그로 꼽히는 잉글랜드 EPL의 노팅엄 포레스트에 입단하며 오랜 꿈이었던 프리미어리거의 반열에 오르는 듯 했다. 하지만 팀사정으로 인하여 노팅엄 직행이 아닌, 일단 그리스의 최고 명문팀 올림피아코스로 한 시즌 임대 이적하는 우회로를 선택했다.

그리스 리그는 UEFA 리그 랭킹 19위로 황의조가 뛰었던 프랑스나 잉글랜드보다 크게 떨어진다. 유럽 5대리그인 프랑스에서도 검증된 황의조인 만큼 그리스에서도 당연히 좋은 활약을 기대했으나, 결과적으로 이전 소속보다 하위권 리그 이적을 선택한 것은 오히려 독이 되고 말았다.

이적이 예상보다 늦어지며 컨디션 관리에 어려움을 겪은 황의조는 올림피아코스에서 초반 적응에 실패하며 12경기에서 무득점에 그쳤다. 출전시간이 줄어들며 결국 주전경쟁에서 완전히 밀려난 황의조는 시즌을 마치지 못하고 임대계약이 조기 해지되는 굴욕을 겪었다. 또한 경기력 하락은 국가대표팀에도 영향을 미쳐 2022 카타르월드컵에서 무득점에 그쳤고 대회기간 중 주전 공격수 자리도 후배인 조규성에게 내줘야 했다.

월드컵 이후에도 악재는 계속됐다. 설상가상 지난 시즌 보르도와 올림피아코스, 두 팀에서 출전경험이 있는 황의조는 유럽축구의 규정상, 원소속팀 노팅엄을 비롯한 유럽 어느 리그에서도 2022-23시즌이 마칠때까지 뛸 수 없는 난처한 상황에 놓였다.

결국 황의조는 K리그 임시 복귀로 돌파구를 찾았다. 지난 2월 FC서울과 4개월 단기계약을 맺은 황의조는 2023시즌 총 18경기에 출전하여 4골 2도움을 기록했다. 지난 6월 24일, 19라운드 수원 삼성전을 끝으로 황의조는 서울과의 임대 계약이 종료됐다.

황의조에게 서울 시절은 성과와 아쉬움이 모두 공존하는 딱 '절반의 성공'이라고 할수 있다. 일단 편안한 환경과 벤치의 전폭적인 신뢰와 부동의 주전 공격수로 꾸준히 경기에 출전하면서 지난 1년간 떨어진 경기력을 많이 회복할 수 있었다.

비록 공격포인트는 기대보다 적었지만 안익수 서울 감독을 비롯하여 상대팀도 황의조를 서울 공격의 핵심으로 인정하며 그의 비중과 영향력을 높이 평가했다. 서울이 지난 시즌의 부진을 딛고 올시즌 3위로 크게 반등한 데도 '황의조 효과'를 결코 빼놓을 수 없었다.

또한 황의조는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성인대표팀에도 3월에 이어 6월에 다시 발탁되어 감독교체 이후에도 변함없는 신뢰를 확인했다. 지난 엘살바도르전에서는 교체투입되어 1년만의 A매치 득점포까지 가동하며, 경쟁자인 공격수 '빅3'중 조규성과 오현규보다 한발 앞서서 클린스만 감독의 눈도장을 받는 데 성공했다. 황의조는 "FC 서울 이적 이후로, 행복하게 다시 웃으면서 축구할 수 있어서 감사하다"며 만족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불투명한 거취
 @IMG@

하지만 올여름 이후 황의조의 거취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황의조는 유럽 재진출에 무게를 두고 있는 듯 하지만 상황이 녹록지 않다. 원소속팀 노팅엄은 지난 시즌 EPL 1부리그 잔류에 성공했다. 그러나 팀 내엔 크리스 우드, 타이워 아워니이 등이 이미 주전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서 황의조에게 기회가 얼마나 돌아올지 미지수다. 노팅엄은 공식 홈페이지에 올린 선수명단에 황의조를 포함시키지 않고 있으며, 타구단에 임대한 선수들의 근황에도 언급되지않 을만큼 무관심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노팅엄에서 기회를 못잡더라도 유럽내 다른 리그나 팀으로 이적하는 방법도 있지만, 최근의 아쉬운 활약이 발목을 잡는다. 빅리그보다 위상이 낮은 그리스 리그에서의 부진에 이어, 고향인 K리그에 돌아왔음에도 압도적인 활약은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황의조가 K리그에서 남긴 활약상은 공격포인트의 숫자도 적었지만 그나마도 대부분 약팀과의 경기에 몰려 있었고, 시즌 중반까지는 매경기 기복도 심했다. 92년생인 황의조는 어느덧 30대에 접어들며 공격수로서의 신체능력이 하락할 시기이기도 하다. 황의조는 일단 원소속팀 노팅엄과 먼저 대화하되, 상황에 따라 FC서울과의 동행을 연장하는 차선책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축구에만 집중해도 모자랄 시점에 사생활 폭로 논란까지 터졌다. 최근 한 SNS 계정을 통해 황의조가 다수의 여성과 관계를 가지면서 피해를 주고 있다는 내용의 폭로 글이 게시됐다.

이에 황의조의 매니지먼트사인 UJ스포츠는 25일 SNS에 입장문을 내고 의혹제기가 모두 사실무근이라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UJ스포츠는 "황의조 선수의 사생활과 관련해 근거 없는 내용의 루머, 성적인 비방이 유포된 것을 확인했다"고 밝히며 '현재 SNS를 통해 업로드된 내용은 모두 사실이 아님을 밝히며, 불법으로 취득한 선수의 사생활을 유포하고 확산시킨 점, 이로 인해 선수의 명예를 실추시킨 점에 대해 강력히 법적 대응할 예정"이라고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이어 "공인으로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고,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대단히 죄송하다"며 팬들에게 사과했다. 현재 황의조에 대한 최초 폭로와 비방글은 삭제된 상태다. 황의조의 이성 문제가 외부 폭로로 도마에 오른 것은 2016년에 이어 이번이 벌써 두 번째라는 점에서, 사생활이라고 해도 팬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황의조의 향후 거취 문제는 대표팀에도 중대한 변수가 될 수 있다. 클린스만호는 출범 이후 아직까지 4경기 연속 무승에 그치고 있으며 내년 1월에는 아시안컵에서 63년 만의 우승을 노리고 있다.

간판 공격수인 황의조가 이적과 개인사 문제로 경기력을 꾸준히 유지하는데 어려움을 겪는다면, 가뜩이나 출범 초기부터 성적 압박에 쫓기고 있는 클린스만호의 리빌딩 프로젝트에도 부담이 생긴다. 황의조의 진정한 재기와 부활 여부는 올여름까지 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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