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말고사 정답 이어 수행평가도 샜다... 대입 수시 '초비상'
[윤근혁 기자]
▲ 전교조가 26일 오전 대통령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교육부가 기말고사 답안지를 유출했다"면서 "장관 파면이 답"이라고 요구했다. |
ⓒ 윤근혁 |
지난 6월 21일 개통한 4세대 지능형 교육행정정보시스템(나이스)에서 기말고사 정답에 이어 수행평가 결과도 유출돼 올해 대입 수시전형에 초비상이 걸렸다. 일부 교원단체는 "윤석열 대통령 사과와 이주호 교육부장관 파면"을 요구하고 나섰다(관련기사: 일부 학교 '기말고사 정답' 유출... 교육행정시스템 초유의 대형사고 https://omn.kr/24hy7).
"인쇄 배달오류? 다른 반 수행평가 결과도 화면에 보여"
26일 교사노조연맹과 중등교사노조가 공개한 자료를 보면 나이스 운용 도중 다른 학교 평가 결과 유출이 17건 수집됐고, 같은 학교 다른 반 수행평가 결과가 화면에 보이거나 수행평가 점수 합산이 틀리는 경우도 상당수 보고됐다. 심지어 다른 학교 학생의 학적 정보가 노출되기도 했다. 지난 23일에는 문항정보표 출력 시 타 학교 기말고사 정답이 유출된 사례도 있었다.
나이스 시스템은 전국 초중고 학생 545만 명의 학교생활기록부와 건강기록부, 출결 등 예민한 내용을 관리하는 교육행정정보시스템이다. 여기에는 각종 고사의 정답 정보와 수행평가 결과도 들어 있는데 이들 정보는 학생부로 묶여 대입 전형에 반영된다. 나이스에서 다루는 정보가 대입에도 결정적 역할을 하는 것이다.
교사노조연맹은 "대입전형자료제공 시 00대학교에 A학생 학생부가 아니라 B학생 학생부가 가면 어쩌겠느냐. 수행평가 성적도 타 학교에 유출되었는데 이를 누가 책임질 것이냐"는 한 교사의 발언을 전하면서 "교육부의 실책을 교육부 스스로가 눈에 보이는 무게로 책임져야 한다"고 요구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한 발 더 나아가 "윤석열 대통령 사과와 이주호 교육부장관 파면"을 공식 요구했다.
전교조는 이날 오전 11시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금이라도 교육부는 4세대 나이스 도입을 중단하고 모든 시스템을 재검토해야 한다"면서 "대통령 발 수능 혼란을 시작으로 이번 나이스 사태에 이르기까지 교육정책 참사의 연속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사과와 이주호 장관의 파면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어 "교사들에게 문제 유출과 관련된 성적 비리의 최고 징계는 파면"이라도 덧붙였다.
전교조 소속 교사 25명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교육부가 답안지 유출? 장관 파면이 답이다", "예고된 교육참사, 이주호 장관과 교육부는 뭘 했나", "4세대 NEIS 먹통, 현장은 분통!"이란 글귀가 적힌 손팻말을 일제히 들었다.
나이스 개통, 왜 시연 없이 이런 시기 잡았나?
교원단체들은 교육부가 나이스 개통 전 교원단체들의 여러 차례에 걸친 시연 요구를 거부하고, 기말고사 전 개통을 강행한 사실도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 전국중등교사노조 설문 결과. |
ⓒ 전국중등교사노조 |
전국중등교사노조가 지난 23일부터 3일간 전국 3427명의 중등교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나이스 개통 시기는 적절했다고 보느냐'는 물음에 99.1%가 '부적절했다'(매우 부적절 97.2%, 부적절 1.9%)고 답했다.
이에 대해 중등교사노조는 "학기말 지필평가와 대입 수시전형 대비를 위한 3학년 1학기 성적과 학생부 마감을 얼마 앞두지 않은 시기에 새 시스템을 개통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현장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했느냐'는 물음에 대해서는 98.1%가 '충분하지 못하다'(매우 충분하지 못함 95.1%, 충분하지 못함 3.0%)고 답했다.
중등교사 99.1% "나이스 개통 시기 부적절"
황유진 교사노조연맹 정책처장은 <오마이뉴스>에 "교사노조연맹 등의 교원단체들은 지난해와 올해 나이스에 대한 사전 시연을 여러 차례 교육부에 요구했다"면서 "그런데도 교육부는 특별한 이유를 내놓지 않으며 이를 거부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태도를 보였다"고 말했다.
실천교육교사모임은 이날 감사원에 '나이스 개편 과정 및 위법 사항'에 대한 공익감사 청구서를 냈다. 천경호 실천교육교사모임 회장(경기 성남보평초 교사)은 "2800억 원이나 들인 나이스 개편이 도리어 전국적 학교 업무 마비와 각종 민감정보 유출 등 심대한 공익 저해를 유발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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