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문의 진심 합심] 감독 말은 리더십의 증거다

차승윤 2023. 6. 26.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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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라이온즈 박진만 감독이 그라운드를 바라보고 있다. 팀이 최근 최하위까지 떨어지며 위기를 맞았다. 사진=삼성 제공


"기자회견장에선 너희를 목숨이 다하는 날까지 지킬 것이며, 라커룸에선 너희에게 진실을 말하겠다."

펩 과르디올라 (맨시티)의 말입니다. 스포츠 저널 '디 애슬레틱'에서 인용했습니다. '천재들 뒤를 받치는 이 남자 (the man behind the genius)'라는 제목의 기사입니다. 바로 펩입니다. 그는 올해 영국 프리미어리그에서 맨시티의 트레블을 이끈 축구계 최고의 명장입니다.

리더십은 저 약속에서 시작합니다. 2016년 맨시티를 맡으며 팀을 하나로 묶기 위해서 였습니다. 실력과 자존심, 근성 모두 세계 최고인 선수들을 연결시키는 힘은 팀 워크이고 관계에서 나옵니다. 따라서 선수들에게 "외부의 비판에서 보호하겠다, 책임은 감독이 진다, 대신 우리는 거침없는 사이임을 약속하자"는 메시지를 전한 것입니다. 펩이 요구하는 창의적인 전술도, 선수 못지않은 그의 다혈질도 선수들과 자주 부딪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라커에서, 피치 안에서 이뤄집니다. 그리고 실력을 보여 줍니다. 감독의 말은 그렇게 권위가 살고, 철학이 됩니다.

스타 감독의 말은 미디어와 팬의 주목을 받습니다. 감독이 셀럽입니다. 사이다 같은 한마디를 바라는 미디어와 팬의 기대는 당연합니다. 그러나 감독이 끝까지 지킬 사람은 선수입니다. 감독의 생각을 경기장에서 구현하는 건 누구도 아닌, 선수이기 때문입니다. 밖에선 눈치 못 채는 감독의 말을 놓고 라커룸에선 그 미묘한 차이로 논쟁하고, 오해하기 일쑤입니다. '말이 바뀐다, 약속 안지킨다, 인터뷰를 왜 저렇게 하나'라며 불만이 쌓입니다. 이건 전염성이 매우 강합니다. 

오승환 선수의 최근 불거진 감정표출도 저는 이런 관점으로 봤습니다. 팀내 최고 베테랑과 감독의 관계, 소통의 이슈라고 생각합니다. 이 문제를 다루기 앞서 먼저 말씀드릴 게 있습니다. 오 선수가 교체될 때 공을 관중석으로 던져 버리고, 더그아웃에서 글러브를 발로 차는 행동은 좋지 못했습니다. 적어도 마운드를 내려올 때 공을 관중석에 그렇게 던진 건 잘못입니다. 누군가 다칠 수 있습니다. 그런 부분은 전달됐으면 합니다. 물론 저는 스포츠 선수의 멘탈과 관련, 경기 중이라도 감정을 적절히 드러내고, 해소하는 과정을 중요하게 봅니다. 그러나 감정에 솔직하다고 해서 즉흥적이거나 자극적일 필요는 없습니다. 자기 몸, 마음이 더 다칠 수 있습니다. 주변에 끼칠 피해도 있고요. 이것도 일종의 루틴으로 만들 것을 권합니다. 자기만의 공간, 자기만의 안전한 방식으로 말입니다.

오 선수가 그 정도로 흥분한 이유가 궁금해 당시 장면을 여러 번 돌려봤습니다. 교체 통보를 하러 오 선수에게 다가가는 투수 코치의 표정과 입 모양이 심상찮다고 느꼈습니다. 상황으로 미뤄 선수를 다독여야 하는데 정현욱 코치에겐 그 이상이 느껴집니다. 바로 그 순간 오승환 선수가 평상심을 잃습니다. 과연 무슨 말을 코치가 했을까요. 다음날 박진만 삼성 감독의 인터뷰입니다. "당초 세 타자 상대하고 오승환에게 강한 알포드 타석 때 바꾸는 걸로 계획돼 있었다."

미리 계획했는데 돌부처가 저토록 흥분했다고? 이것이 저의 의문입니다. 그런 작전이었다면 오승환 정도의 베테랑에겐 등판 전에 공유하지 않나? 소통에 어딘가 빈틈이 있나? 과연 이번 일 때문만일까? 이것은 저의 가설입니다. 최근 감독 워딩과 결정에서 뭔가 결이 어긋나 보이는데 정렬이 필요해 보이는 건 저만의 생각일까요.

박 감독은 다음날 오 선수를 면담하고 2군으로 보냅니다. 미디어에선 박 감독이 취임식에서 선수단에 공표한 원칙(팀 분위기를 해치는 선수는 용납하지 않겠다)을 꺼내든 것으로 설명합니다.

그런데 관련 기사를 보며 저는 또 의문이 생겼습니다. 박 감독이 오 선수의 심리, 불안 등의 단어를 인터뷰에서 꺼냈기 때문입니다. 오 선수 행동에 문제가 있다고 해도 면담 내용을 공개할 땐 조심해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한 사람의 일방적인 해석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팀의 역학, 관계, 선수의 멘탈에 대한 전문가로서 드리는 말씀입니다. 존재감이 큰 선수이기에 직접 해명하고 책임있는 자세를 보일 기회를 스스로 갖게 해줬으면 어땠을까요.

한국코치협회 인증코치 김종문

김종문은 중앙일보 기자 출신으로, 2011~2021년 NC 다이노스 야구단 프런트로 활동했다. 2018년 말 '꼴찌'팀 단장을 맡아 2년 뒤 창단 첫 우승팀으로 이끌었다. 현재 한국코치협회 인증코치(KPC)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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