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해지는 중위권 싸움…퇴장 불사하는 감독들

고봉준 2023. 6. 26.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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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이강철 감독. 뉴스1

#프로야구 KT 위즈 이강철 감독은 지난 24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전 도중 퇴장 명령을 받았다. 상황은 복잡했다. KT가 1-3으로 뒤진 6회초. 2사 1, 2루 찬스에서 안치영의 우전안타가 나왔다. 이때 2루 주자 문상철이 홈까지 내달렸고, KIA 우익수 나성범은 공을 곧장 포수 신범수에게 뿌렸다. 접전 타이밍에서 문상철은 왼팔을 뻗어 홈플레이트를 쓸었다. 박종철 주심의 판단은 세이프. 그런데 KIA가 신청한 비디오판독으로 원심이 뒤바뀌자 KT 이강철 감독이 벤치에서 나와 항의했다. 포수 신범수의 홈 충돌 방지 규정 위반을 재차 확인해달라고 항의하기 위해서였다. 심판진은 “그 부분까지 모두 확인해 내린 결정이었다”고 설명했지만, 이 감독의 어필은 쉽게 그치지 않았다. 퇴장 명령(올 시즌 감독 4번째)을 받은 뒤에는 선수들에게 철수를 지시하며 항의 강도를 높였다. 당황한 KT 선수단 일부는 벤치로 돌아온 뒤 대기하다가 철수 명령이 철회되자 그라운드로 복귀했다.

#비슷한 장면은 23일 고척스카이돔에서도 나왔다. 이번에는 키움 히어로즈 홍원기 감독이 총대를 멨다. 두산 베어스와의 홈경기에서 1-2로 뒤진 7회 스리피트 라인 비디오판독을 놓고 항의하다가 퇴장 당했다. 무사 만루에서 키움 임지열이 땅볼을 쳤고, 타구를 잡은 두산 3루수 허경민은 포수 양의지에게 공을 던져 3루 주자 김휘집을 포스아웃시켰다. 이어 양의지는 병살타를 만들기 위해 1루수 양석환에게 송구했는데 공이 임지열의 등을 맞고 튀었다. 이 틈을 타 2루 주자 이형종이 홈까지 들어왔다. 그러자 두산 벤치는 임지열이 1루로 뛸 때 스리피트 라인을 위반했다며 비디오판독을 신청했다. 심판진은 이 부분을 인정해 임지열을 아웃 처리했다. 이형종의 득점도 무산됐다. 홍 감독은 그라운드로 나와 몇 분간 항의했지만, 돌아온 것은 퇴장 명령뿐이었다.

KBO는 비디오판독 결과를 놓고 항의하는 감독 및 구단 관계자는 퇴장시킨다는 규정을 두고 있다(제28조 12항 ④). 이 감독과 홍 감독도 이를 잘 알고 있지만, 퇴장을 무릅쓰고 심판진과 대치했다. ‘표면적으로는’ 두 사령탑 모두 결과를 인정하지 못하겠다는 이유로 퇴장을 불사했다. 그러나 그 속에는 또 다른 뜻이 숨어있다. 바로 선수단을 향한 메시지다. 순위싸움이 한창인 시점에서 감독이 앞장서서 벤치 분위기를 바꿔놓겠다는 의지의 표현을 선수들에게 전달한 셈이다.

최근 프로야구는 중위권 다툼이 화두다. 단독선두 SSG 랜더스와 2위 LG 트윈스의 2강 체제는 확고하다. 3위 NC 다이노스 역시 안정적으로 승수를 쌓고 있다. 그러나 4위 롯데 자이언츠가 연일 하락세를 타면서 허리 싸움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키움 홍원기 감독. 뉴스1

롯데는 최근 6연속 루징시리즈(최소 2패를 당한 3연전)로 5할 승률(33승33패)까지 내려앉았다. 나균안이 팔꿈치 부상으로 빠진 가운데 타선마저 막히면서 상위귄에서 밀려났다. 이어 5위 두산과 6위 키움이 1경기 간격을 두고 있고, 0.5경기 뒤진 7위 KT와 8위 KIA가 5강 도약을 노리는 중이다. 하루 차이를 두고 감독이 퇴장당한 KT와 키움이 바로 여기 속한다.

다른 중위권 사령탑들도 최근 들어 목소리를 높이는 경우가 많아졌다. 두산 이승엽 감독은 체크스윙 판정이 계속해 상대에게 유리하게 적용되자 “잠을 못 잘 정도로 아쉬웠다”며 공개적으로 감정을 드러냈다. 또, 앞서서는 KIA 김종국 감독도 16일 광주 NC전에서 비디오판독 결과를 놓고 항의하다가 퇴장 당하기도 했다.

고봉준 기자 ko.bong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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