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고진 '1일천하' 미스터리…美싱크탱크의 분석은

美전쟁연구소 "바그너그룹 통제권 유지하려고"
"독립성 유지하기 하기 위해 도박했을 가능성"
"러 국방부, 앞서 프리고진 지휘권 박탈 시도"

용병 기업 바그너 그룹을 이끄는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러시아 모스크바로 진격하는 반란을 일으킨 것은 바그너 그룹에 대한 통제권을 잃지 않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나왔다.

24일(현지시간) 미국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는 "프리고진은 바그너 그룹을 독립적인 군으로 유지하는 유일한 방법이 러시아 국방부로 진군하는 것이라고 보고 도박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서에서 밝혔다.

무장 반란을 일으킨 러시아 용병기업 바그너 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24일(현지시간) 점령 중이던 러시아 남부 도시 로스토프나도누에서 철수하면서 주민과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출처=로이터·연합뉴스]

이는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부 장관이 지난 10일 바그너 그룹을 포함한 모든 비정규군에 "다음 달 1일까지 국방부와 공식 계약을 체결하라"고 명령한 것과 관련이 있다.

이는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부 장관이 지난 10일 바그너 그룹을 포함한 모든 비정규군에 "다음 달 1일까지 국방부와 공식 계약을 체결하라"고 명령한 것과 관련이 있다.

ISW는 쇼이구 장관 등 군 수뇌부를 비판해온 프리고진에게서 바그너 그룹에 대한 지휘권을 박탈하기 위한 수단으로 알려진 이 명령을 프리고진이 "실질적으로 정치적·개인적 생존에 대한 위협"으로 간주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에 프리고진이 바그너 그룹을 완전히 빼앗기기 전 위험을 감수하고 휘하 병력을 움직이는 '도박'을 감행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ISW의 분석이다.

이 기관은 프리고진이 일단 무장 반란에 나서면 러시아 정규군에게서도 이에 가담하는 사례가 나올 것으로 생각했으나, 실제로 바그너 그룹에 합류한 정규군 인력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프리고진, 벨라루스 대통령 중재로 반란 하루 만에 진격 멈춰

러시아 군 수뇌부를 겨냥해 무장반란을 일으킨 러시아 바그너 그룹 용병들이 24일(현지시간) 점령 중이던 남부 로스토프나도누에서 철수 준비를 하고 있다. [사진출처=EPA·연합뉴스]

정규군은 물론 평소 우군으로 여겼던 러시아 내 민족주의 인사들이 잇따라 등을 돌리면서 프리고진은 결국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의 중재로 반란을 일으킨 지 약 하루 만에 진격을 멈췄다. 대신 러시아 정부는 프리고진에 대한 형사입건을 취소하고 그가 벨라루스로 떠나도록 했다.

그러나 ISW는 프리고진의 이번 반란으로 러시아 정부는 큰 타격을 받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구체적으로 ISW는 "이번 반란으로 러시아 정부가 즉각적으로 붕괴할 것으로 예상하지는 않지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부와 우크라이나 전쟁에 상당한 피해가 발생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특히 이 반란으로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러시아 후방에 예비군이 부족하다는 것이 드러났으며, 우크라이나에 있는 러시아군의 사기는 저하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는 러시아 방어선을 돌파하려는 우크라이나군에 유용한 정보가 될 수 있다고 ISW는 평가했다.

ISW는 "이제 크렘린궁은 매우 불안정한 평형 상태에 놓여 있다"며 "루카셴코가 협상한 거래는 장기적인 해결책이 아닌 단기적 미봉책으로, 크렘린궁과 국방부는 심각한 약점을 노출했다"고 지적했다.

방제일 기자 zeilism@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