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중앙] 역학·생리학·심리학 총동원…스포츠과학 힘입어 더 발전하는 스포츠
국가대표 경기력부터 국민 체력 향상까지, 스포츠과학으로 부족한 1% 채워요
스포츠 선수 중엔 선천적인 재능을 가진 사람도 있지만, 엄청난 노력으로 선수가 된 사람도 있습니다. 이들의 실력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훈련, 자신과 상대의 경기력 분석 등이 필요한데요. 이 모든 걸 가능케 하는 것이 ‘과학’입니다. ‘스포츠과학’은 경기장 밖, 보이지 않는 곳부터 경기 중에도 적용되죠. 소중 학생기자단이 서울 노원구에 있는 국민체육진흥공단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KISS·Korea Institute of Sport Science)에서 스포츠과학은 무엇이며, 스포츠과학이 어떻게 현장에서 쓰이고 있는지 알아봤습니다.
이우찬·조유진·최규연 학생기자가 방문한 KISS는 1980년 설립 이래 스포츠 연구·지원·교육 종합 체육연구기관으로써 선수 경기력 향상, 스포츠를 통한 국민건강 증진, 스포츠산업 시장 확대를 위해 노력하고 있죠. 전문학술지 발간·도서관 정보시스템 운영을 통해 스포츠과학 지식·정보를 국내외 보급하는 일도 해요. 2012년엔 국내 연구기관 최초로 유네스코(UNESCO) 석좌 기관으로 선정돼 스포츠가 청소년의 육성에 긍정적 역할을 할 수 있음을 입증하는 활동도 합니다.
“KISS에는 크게 스포츠과학연구·스포츠정책연구·스포츠산업연구 등 3개 부서가 있다"고 설명한 김지현 스포츠과학연구실 운동역학실험실 담당 연구원에게 유진 학생기자가 “스포츠과학은 무엇인가요?”라고 물었죠. “스포츠과학(Sports Science)은 스포츠 활동에서 발생하는 여러 현상을 다양한 과학 분야에서 종합적으로 연구하는 걸 말해요. 스포츠과학에는 심리적 안정을 찾고 최고의 실력을 낼 수 있게 심리를 관리하는 ‘스포츠심리학’, 체력 측정·평가를 통해 선수 체력을 향상시키는 방법을 연구하는 ‘스포츠생리학’, 선수가 섭취하는 음식의 영양을 분석해 필요한 영양소를 알아내는 ‘스포츠영양학’, 선수 동작을 분석하는 ‘스포츠역학’, 부상·재활을 연구하는 ‘스포츠의학’ 등이 있어요.”
김 연구원은 이어 스포츠과학연구실을 소개했죠. "스포츠과학을 통해 국가대표 선수들의 경기력 향상을 위한 과학적인 체력·훈련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꿈나무(유망주) 선수 발굴과 지역 우수선수 지원을 통해 스포츠 경쟁력을 키우는 일을 하죠. 또한 각 나라의 스포츠과학 연구원들과 국제 세미나를 열어 스포츠과학 성과와 동향을 공유하기도 해요.”
스포츠와 과학의 만남
KISS 스포츠과학연구실은 국가대표 선수들이 최고의 전략과 컨디션으로 경기를 치르게 하기 위해 ‘국가대표스포츠과학지원센터’(충북 진천군)를 운영하며 종목별로 담당 연구위원과 체력·심리·기술·영상·데이터 등 분석연구원을 구성해 지원합니다. 그중 체력 분석연구원은 선수의 경기력 향상을 위해 종목 특성별 체력 측정·분석과 체력 요인을 고려한 프로그램을 개발·지원해요. 영상 분석연구원은 초고속카메라·드론 등으로 경기 영상을 촬영해 우리 팀·선수 전술과 상대의 전략을 분석하죠.
국가대표 후보(상비군), 청소년대표 선수, 꿈나무 선수에게 체력·훈련 프로그램 제공, 기술·영상 분석, 심리 기술 훈련·상담 등 다양한 스포츠과학을 지원하는 ‘차세대스포츠과학지원센터’도 있습니다. “연구원들이 전지훈련장을 방문해 멀리뛰기·높이뛰기 등 기초체력 테스트를 진행해 데이터 측정을 해요. ‘스포츠과학교실’을 열어 자신의 데이터를 선수들에게 알려주고, 필요한 훈련·영양소 등을 제안하죠. 한창 성장할 시기에는 진로와 성적에 대한 고민이 있는 선수들이 많은데요. 심리 전담 연구원이 일대일로 상담해 심리 안정화를 위해 노력해요.”
물론 장애인 선수도 스포츠과학 지원을 받습니다. 지난 5월 KISS는 장애인 선수 경기력 향상을 위해 스포츠과학 지원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고 밝혔어요. “이전부터 비장애인 선수와 똑같이 장애인 선수에게 스포츠과학 지원을 해왔는데요. 올해 정식으로 전담팀인 ‘장애인국가대표스포츠과학지원센터’를 설치했죠. 장애인 선수들도 다른 선수들과 마찬가지로 패럴림픽(국제장애인올림픽대회)과 각종 국내외 대회를 치르지만, 소리 나는 방울이 들어있는 공을 상대 팀 골대에 넣는 ‘골볼’ 같은 시각장애인 스포츠처럼 장애인 종목이 따로 있는 경우가 있어요. 그래서 장애인 종목 특징과 선수의 장애 부위·등급 등을 파악해 맞춤 지원을 하죠.”
“일반인을 위한 스포츠과학도 있나요?” 규연 학생기자가 질문했어요. “체력을 측정하는 스포츠생리학과 관련해 ‘국민체력100’이 있어요. 국민체력100은 국민의 체력·건강 증진을 목적으로 체력 상태를 측정·평가해 운동 상담·처방을 해주는 국민체육진흥공단의 무상 스포츠 복지 서비스예요. 전국 87개 국민체력100 체력인증센터에서 만 4~6세 유아기(2023년 12월까지 시범사업)와 만 11세 이상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나 무료로 참여 가능하죠. 청소년기(만 13~18세)의 경우 신장·체중·체지방률 등 체격은 물론, 근력(상대악력), 근지구력(윗몸 말아 올리기·반복점프), 유연성(앉아 윗몸 앞으로 굽히기), 순발력(체공시간) 등을 측정해요. 국민체력100에 참가한 모든 국민에게 체력 수준 맞춤형 운동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체력 수준에 따라 국가공인인증서를 발급해요. 정부나 공기업 채용 시 채용 신체능력검사 대신 이 인증서 제출을 요구하기도 하죠. 또한 KISS에서는 초등학교 5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 의무 시행되는 종합체력평가제도인 '학생건강체력평가제도(PAPS·Physical Activity Promotion System)' 측정 기준을 만든답니다.”
유진 학생기자가 스포츠과학의 장점은 무엇인지 궁금해했어요. “뛰기 몇 m, 달리기 몇 km/h 등 경기·훈련 내용을 숫자로 정확히 표현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죠. 객관적인 자료를 바탕으로 분석하면 선수는 물론, 감독·코치도 어떤 부분이 잘됐고 잘못됐는지 쉽게 이해할 수 있어요.” 김 연구원이 ‘도마의 신’이라 불리는 2012 런던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기계체조 양학선 선수의 2014년 코리아컵 국제체조대회 도마 경기 영상을 보여주며 설명했죠. “이 2분할 영상의 왼쪽은 초고속카메라로 촬영한 실제 경기 영상, 오른쪽은 경기 영상을 3D로 만든 거예요. 3D 영상 프레임마다 선수 움직임을 정지해 표시하고 동작을 파악해요. 어떤 동작이 잘못됐는지, 출발부터 착지까지 얼마나 시간이 걸렸는지, 도마를 짚은 뒤 몸이 얼마나 높이 떠오르는지 등을 알 수 있죠. 양학선 선수는 이 경기를 4초 만에 끝냈고, 도마를 짚고 160cm 키보다 2배 가까이 높은 3m를 뛰어올랐어요.”
김 연구원은 스포츠과학이 적용된 다른 선수들 사례도 알려줬어요. “쇼트트랙 선수들의 단체 계주 경기 훈련 영상을 찍어 선수마다 트랙 한 바퀴 도는 시간(랩타임)을 측정하고, 어느 구간에서 랩타임이 늘어나고 줄어드는지 알아내 이에 맞는 체력 훈련을 할 수 있게 해요. 스키점프의 경우 점프할 때 양발에 똑같이 미는 힘이 작용해야 기록이 좋아질 수 있죠. 그래서 선수 훈련 시 스키부츠에 압력 센서를 설치하고 점프 전 경사면을 활강하면서 양발 압력 변화를 측정해요. 발 부위를 수십 개로 나눠 압력 크기를 숫자와 색깔로 표시하죠. 영상도 함께 찍어 선수와 감독·코치진에게 영상과 측정한 압력 변화 값을 비교할 수 있게 보여줍니다.”
스포츠 기구에도 스포츠과학이 적용됩니다. 골프공의 ‘딤플(Dimple)’이 대표적이죠. ‘보조개’란 뜻의 딤플은 골프공 표면의 작은 홈을 말해요. 딤플은 제조사마다 다르지만 보통 한 골프공에 약 0.175mm 길이로 300~500개 정도가 있으며, 골프공의 공기 저항을 줄여주는 역할을 하죠. “골프채로 때린 골프공은 날아가면서 ‘형상저항(물체 앞뒤 표면에 작용하는 압력 차이로 인한 저항)’이라는 공기 저항을 받아요. 딤플은 주위에 작은 공기 소용돌이를 만들어 더 많은 공기가 뒤로 이동하게 해요. 이는 골프공 뒤쪽 압력이 낮아지게 만들고, 표면이 매끄러운 공보다 더 멀리 나갈 수 있게 해주죠.”
김 연구원은 스포츠과학이 많이 쓰이는 종목 중 하나로 축구를 꼽았어요. 2022 카타르 월드컵 포르투갈 전에서 골을 넣고 유니폼을 벗은 황희찬 선수가 착용한 조끼가 화제가 됐었는데요. 이 조끼는 ‘전자 성능 추적 시스템(EPTS·Electronic Performance and Tracking Systems)’이라는 기기예요. 위치추적장치(GPS) 수신기·자이로스코프(회전 운동 측정 센서)·가속도 센서·심박 센서 등이 탑재됐죠. 감독·코치진은 EPTS를 통해 선수 활동량이나 자세 변화, 스프린트 거리, 피로도 등을 실시간으로 분석할 수 있어요. 국제축구협회(FIFA)는 카타르 월드컵에서 반자동 오프사이드 판독 기술(SAOT·Semi-Automated Offside Technology)도 선보였죠.
“SAOT는 경기장 지붕 아래 설치된 12개의 전용 추적 카메라가 선수 신체 부위 29곳을 초당 50회씩 추적해 정확한 선수 위치를 계산해요. 또 카타르 월드컵 공인구 ‘알 리흘라(Al Rihla)’ 속 관성측정장치(IMU) 센서가 초당 500회씩 공의 위치를 추적하죠. 이 두 데이터가 비디오실(VOR·Video Operation Room)로 전해져 심판은 선수가 공을 차는 순간 어디 있었는지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게 돼요. 관중과 시청자는 경기장 전광판과 TV 화면을 통해 3D 영상으로 오프사이드 판독 결과를 알 수 있죠.” SAOT는 월드컵 개막전인 카타르와 에콰도르의 경기에서부터 효과를 입증했습니다. 전반 3분 에콰도르 공격수 에네르 발렌시아는 프리킥 상황에서 수비수 펠릭스 토레스가 올린 크로스를 헤더로 마무리하며 선제골을 기록했어요. 이때 주·부심 모두 오프사이드 판정을 내리지 않았죠. 하지만 VOR은 SAOT 체크 결과 프리킥 후 펠릭스 토레스가 상대 선수와 경합해 크로스를 올리기 전에 공격수 미카엘 에스트라다가 먼저 오프사이드 반칙을 했다는 걸 알아내 보고했어요. SAOT 체크 결과를 들은 주심은 에네르 발렌시아의 골을 취소했습니다.
스포츠과학은 온라인 종목에도 발을 뻗고 있어요. 지난해 7월 KISS는 한국e스포츠협회와 업무 협약을 맺고, 올해 9월 23일~10월 8일 열리는 제19회 항저우아시안게임 e스포츠 국가대표 선수들에게 스포츠과학 지원을 하기로 했죠. e스포츠가 국제스포츠경기대회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것도, KISS가 e스포츠에 스포츠과학을 지원한 것도 처음이에요. KISS는 e스포츠 종목별로 체력·심리 분석 지원을 통해 선수들의 컨디션을 조절하고, 경기력 향상에 도움이 될 다양한 스포츠과학 장비를 사용하기로 했죠. 뇌 활성화 상태 측정 장비인 '기능적 근적외선 분광법(fNIRS·functional Near-Infrared Spectroscopy)'으로 게임 중 특정 상황에서 전전두엽 활성화 패턴을 파악하고, 이에 따른 전술적 대처 방안을 수정·보완, 인지조절 능력을 향상시켜요. '시선 추적 장치(Eye-Tracker)'로는 게임 중 선수들의 시선 행동 패턴을 파악하고 시선 분산 분석을 통해 주의 집중 영역을 확인, 주의 집중 전환 능력을 높이죠. “인공지능(AI) 등 신기술이 개발되고, e스포츠 같은 온라인 종목이 활성화되면서 앞으로 스포츠과학이 연구하고 발전할 부분은 무궁무진하게 많다고 생각해요. 무엇보다 연구원들이 발 빠르게 트렌드를 읽고, 스포츠과학에 접목해 선수들에게 지원하는 것이 중요하죠.”
스포츠과학 체험하기
소중 학생기자단이 김 연구원과 영상·센서 등 기계를 사용해 국가대표 선수들의 동작을 분석하는 운동역학(스포츠역학)실험실로 향했습니다. 2008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장미란 선수 등 역도 선수들이 직접 한 테스트를 체험하기 위해서죠. 먼저, ‘3D 동작 분석’을 했어요. “천장과 벽면에 설치된 19대의 적외선 카메라가 선수 신체 관절 부위에 붙인 구슬 모양의 적외선 반사 마커를 인식하고, 화면에 점으로 표현돼요. 역도 선수는 바벨을 들어 올릴 때 점으로 표시된 관절의 위치를 보며 몸의 밸런스를 조정할 수 있죠.” 김 연구원과 소중 학생기자단이 손가락에 적외선 반사 마커를 붙이자 실험실 벽에 걸린 큰 화면에 빨간 점이 나타났어요. 이리저리 반사 마커를 흔드니 빨간 점도 따라 움직였죠.
다음으로 ‘지면반력 분석’을 해봤어요. 역도에서 바벨을 들어 올릴 때 두 발이 지면에 똑같이 힘을 가해 몸의 밸런스를 맞추는 게 중요해요. 바닥에 설치된 지면반력 측정기는 선수가 지면에 가한 힘의 크기와 방향을 초당 1000회 측정해 파악하죠. 지면반력 측정기는 4개의 판으로 돼 있는데, 소중 학생기자단이 각자 한 판씩 올라서자 화면에 한 판당 2개의 빨간색 화살표가 떴어요. 화살표의 길이와 방향이 저마다 달랐죠. “화살표 2개는 왼발과 오른발을 뜻해요. 화살표 길이는 가해진 힘의 크기, 화살표 방향은 힘이 실린 곳을 의미해요. 화살표 방향이 오른쪽으로 기울었다면, 몸의 밸런스가 오른쪽으로 치우쳤다는 것이죠. 역도 선수들은 두 개의 화살표 길이가 같으면서 길게 하고, 화살표 방향이 세로로 쭉 뻗을 수 있도록 지면반력 측정기에 서서 바벨을 들고 밸런스 연습을 해요.”
운동할 때 근육을 얼마나 사용하는지 알 수 있는 ‘무선 근전도 분석’도 했습니다. “사람이 힘을 쓰면 근육에서 전기가 발생하는데, 이를 측정해 근육 사용량(근 활성도)을 알 수 있죠.” 소중 학생기자단이 오른팔에 근전도 센서를 연결한 전극을 붙이고 주먹을 꽉 쥐니 화면에 여러 색의 파장이 표시됐어요. 초록색 파장은 규연 학생기자, 핑크색 파장은 유진 학생기자, 주황색 파장은 우찬 학생기자였죠. 그중 규연 학생기자의 초록색 파장의 폭이 가장 컸어요. “파장 폭이 클수록 해당 근육을 많이 사용하는 겁니다. 역도 선수들은 훈련 시 양쪽 다리 근육에 근전도 센서를 연결한 전극을 여러 개 붙여요. 양쪽 다리의 파장 크기를 비교하고, 파장이 작은 쪽 다리에 근력 강화 훈련을 실시해 좌우 밸런스를 맞춰요. 다만 파장 폭이 크다고 힘이 센 것은 아니에요. 사람마다 피부와 근육을 감싸는 지방 두께가 다른데, 이들의 두께가 두꺼우면 그만큼 전기 신호가 약해 파장 폭이 작을 수 있죠. 그래서 다른 사람과 비교하기보다는 자신의 근육 사용량을 측정하는 데 사용해요.”
운동생리학(스포츠생리학)실험실을 찾아간 소중 학생기자단에게 한권석 스포츠과학연구실 운동생리학실험실 담당 연구원이 “국가대표·상비군·청소년대표·꿈나무 선수들이 체력 측정하는 곳"이라고 설명했죠. "각 종목 협회에서 비시즌(훈련기간)·시즌(대회기간) 중 체력과 훈련 능력 향상을 위해 측정이 필요하다고 요청하면 선수들이 이곳에 와서 체력 측정을 실시합니다. 이처럼 운동역학·생리학실험실 체험을 원하는 초·중·고생은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 홈페이지에서 견학 신청하면 돼요. 먼저 여러분의 협응성(신체 신경·운동 기관, 근육 등이 서로 조화롭게 움직이는 성질)과 민첩성을 측정하는 ‘티월(T-Wall)’을 해 볼게요.”
시각반응시스템인 티월은 4x4 또는 8x8 사각형 버튼에 들어오는 불빛을 1분간 많이 터치하는 것으로 측정합니다. 사각형 1개에 불빛이 랜덤으로 들어오고, 불빛이 들어온 사각형을 터치하면 이어서 무작위로 다른 사각형에 불빛이 들어오죠. 사각형을 터치한 횟수와 잘못 터치한 횟수가 티월 오른쪽 작은 화면에 표시돼요. 우찬 학생기자가 먼저 불빛을 따라 바쁘게 몸을 움직인 결과 1분 동안 잘못 터치한 3회를 제외하고 총 95회 성공했어요. 이어서 유진 학생기자는 118개, 규연 학생기자는 102개를 달성했죠. “티월은 주로 빠르게 날아오는 것을 맞히거나 피하는 펜싱·배드민턴 선수들이 많이 합니다. 선수들은 1분에 120개 이상 하면 ‘우수’로 평가하는데 다들 선수 못지않네요.”
다음은 반응속도를 측정하는 ‘전신반응시간검사’입니다. 센서가 부착된 바닥패드에 두 발로 서고, 그 앞에 설치된 조명기계에서 빨간 불빛이 나오거나 전신반응시간검사 측정 기계에서 ‘삑’ 소리가 나면 두 발을 바닥패드에서 빠르게 떼면 돼요. 0.2초대면 ‘우수’, 0.3초대는 ‘보통’으로 평가하죠. 불빛과 소리를 각각 3번씩 측정한 결과 우찬 학생기자는 가장 빠른 기록이 0.28초, 유진 학생기자는 0.3초, 규연 학생기자는 0.35초였어요. 이어서 민첩성을 측정하는 ‘사이드스텝 테스트’를 했죠. 전신반응검사와 사이드스텝 테스트는 종목과 상관없이 모든 선수들이 필요로 하는 테스트입니다. “바닥패드 가운데에 노란 선, 양쪽 끝에 흰 선이 있어요. 시작 버튼을 누른 뒤 20초 동안 몇 번이나 양쪽 흰 선을 넘는지 측정해요. 흰 선에는 센서가 있어서 선을 넘으면 기계가 자동으로 인식해 횟수를 표시하죠. 단, 테스트를 시작할 때 노란 선에 서 있어야 하고, 흰 선을 넘고 나서 노란 선에 복귀했다가 반대쪽 흰 선을 넘어야 해요.” 우찬 학생기자는 20초 동안 27회, 유진 학생기자는 36회, 규연 학생기자는 31회를 했어요. “40회를 해야 ‘보통’, 45회면 ‘우수’예요. 선수가 아닌 여러분은 이 정도만 해도 대단한 거예요. 민첩성이 정말 뛰어난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한 연구원이 심폐지구력을 측정할 수 있는 ‘엑스칼리버 테스트’를 설명했어요. “이 테스트는 사이클·알파인스키 등 심폐지구력이 높아야 하는 종목 선수들이 주로 해요. 측정 대상자가 마시는 산소량과 내뱉는 이산화탄소량을 측정해 최대산소섭취량(1분 동안 체중 1kg당 섭취하는 최대 산소량)을 알 수 있는 마스크를 착용하고, 엑스칼리버라는 자전거식 측정기의 페달을 2분 동안 밟습니다. 선수들은 보통 50~60ml/kg/min, 일반 성인은 40ml/kg/min가 나와요.” 규연 학생기자가 마스크를 착용하고 엑스칼리버 페달을 힘껏 돌렸습니다. 2분이 지나자 숨이 가빠졌고, 최대산소섭취량은 '31ml/kg/min'으로 측정됐어요.
실험실 체험을 마치고 유진 학생기자가 “스포츠과학이 선수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아요”라고 했어요. 김 연구원은 “스포츠과학은 선수 성적의 1%만 역할을 한다고 생각해요. 나머지 99%는 선수 본인이 좌우하죠. 다만 그 1% 때문에 선수의 경기 순위나 결과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스포츠과학은 선수들에게 꼭 필요한 존재예요. 연구원은 선수들을 위해 새로운 연구·지원 방법을 개발하고, 선수들도 자신의 약점과 강점을 파악해 기술을 보완·개발할 수 있죠. 앞으로도 스포츠과학은 선수들이 좋은 경기를 펼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친구가 될 것이라고 믿어요.”
■ KISS의 국가대표 스포츠과학 지원 사례
「 KISS에서는 주로 국가대표 선수를 대상으로 경기력 향상을 위해 스포츠과학을 지원합니다. 영상·기술·심리 등 선수들에게 스포츠과학을 지원한 사례를 살펴봐요.
루지 대표팀 1인칭 영상 분석
썰매를 탄 선수의 헬멧에 고프로(GoPro) 카메라를 부착해 영상을 찍는다. 연구원은 영상을 보면서 루지 트랙 코너마다 선수의 동작을 파악하고, 썰매의 기울기 정도를 각도 계산, 수치화해 그래프로 표시한다. 영상 등 자료를 받은 선수는 휴식하는 동안 살펴보며 어떤 동작이 잘못됐는지 확인하고, 각 코너에서의 대응 방법을 익히면서 이미지 트레이닝을 한다.
양궁 대표팀 슈팅 타이밍 영상 분석
양궁은 심리적인 부분이 중요하게 작용한다. 선수마다 본인이 쏘는 시간대(슈팅 타이밍)가 있다. 컨디션이 좋지 않거나 점수가 뒤져서 불안하면 그 시간대에 쏘지 못하고 실수를 하는 경우가 생긴다. 연구원은 선수를 촬영해 슈팅 타이밍을 계산하고 평균값을 산출하며, 선수가 슈팅 타이밍이 늦을 때 어떤 이상 동작을 하는지도 알아낸다. 또한 심리 전담 연구원이 선수가 안정적인 심리 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상담을 진행한다.
필드하키 대표팀 경쟁국 전술 분석
필드 전체를 볼 수 있는 곳에서 경쟁국의 경기를 촬영한다. 이 영상을 바탕으로 경쟁국 선수 위치(포메이션)를 표시하고, 공격과 수비 시 선수들의 이동 경로를 선으로 그린다. 가장 많이 선이 겹친 곳은 경쟁국의 공격·수비 주 루트가 되며, 가장 적게 선이 겹친 곳은 반대로 공격을 당할 수 있는 약점이 된다. 감독·코치진은 분석 영상으로 경쟁국 전술을 파악해 맞춤 전략을 짤 수 있다.
피겨스케이팅 대표팀 기술 훈련 동작 분석
본인의 기술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동작을 훈련할 때 초고속카메라로 여러 번 촬영해 분석한다. 연구원은 영상을 바탕으로 선수가 기술 동작을 구사했을 때의 높이·체공시간·평균 회전시간 등을 계산하고 같은 동작의 다른 영상과 비교할 수 있게 2분할 또는 4분할 영상 자료를 만든다. 선수는 자신의 동작을 보고 고칠 점과 어떻게 기술을 구사했을 때 기록이 좋았는지 알 수 있다.
」
■ 학생기자단 취재 후기
「
이번 취재로 스포츠과학이 무엇인지,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이 선수들에게 어떤 스포츠과학 지원을 하는지 알게 됐어요. 작년에 학교에서 '학생건강체력평가제도(PAPS)'를 측정했을 땐 3등급이 나왔는데, 올해는 4등급이 나와서 조금 실망했어요. 이 PAPS 기준을 학교에서 세우는 줄 알았는데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에서 정한다고 하니 신기했습니다. 여러 스포츠과학 체험도 재미있었어요. 체험하면서 연구원분들이 체력 측정값을 데이터로 정리하고 선수들의 실력이 늘 수 있게 옆에서 계속 도와주신다는 게 대단하다고 느꼈습니다.
이우찬(경기도 옥길산들초 5) 학생기자
저는 단순히 스포츠과학이 스포츠와 과학이 합해진 거라고 알고 있었어요. 그 안에 스포츠생리학·스포츠역학·스포츠심리학 등 다양한 분야가 있는 줄 몰랐죠. 김지현 연구원께서 스포츠과학이 무엇인지, 스포츠과학이 선수들에게 어떻게 적용되는지 사례를 영상으로 보여주셔서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답니다. 운동역학실험실에서 지면반력 분석을 해봤어요. 지면반력 측정기에 올라서서 다리에 힘을 주니 빨간 화살표가 커졌다 작아졌다 하고, 힘을 주는 방향에 따라 움직이는 게 신기했죠. 운동생리학실험실에서 해 본 티월은 생각보다 쉬웠어요. 한권석 연구원님이 제 실력을 보고 칭찬해 주셔서 뿌듯했답니다. 반면 전신반응시간검사는 어려웠어요. 불빛과 소리에 반응하기 쉽지 않았죠. 스포츠과학이란 단어가 어렵게 느껴졌는데, 눈으로 직접 보고 체험도 해보니 재미있었어요. 앞으로 운동할 때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을 취재한 경험이 생각 날 것 같아요.
조유진(인천 부원초 6) 학생기자
별 생각 없이 지나친 일상 곳곳에 스포츠과학이 숨어있다는 사실이 놀라웠습니다. 과학이라고 하면 어렵다는 생각이 들기 마련인데, 스포츠과학은 굉장히 흥미로운 정보가 많았죠. 스포츠과학이 국가대표 경쟁국 분석과 선수 동작 분석 등에 적용된다는 사실에 감탄을 금치 못했습니다. 무엇보다 한국스포츠정책연구원에서 교내 학생이라면 누구나 거쳐야 하는 교육 과정인 '학생건강체력평가제도(PAPS)' 기준을 정한다는 사실을 알고 나니 스포츠과학이 더욱 가까이 와 닿았죠. 앞으로 스포츠 관련 활동을 할 때 스포츠과학이 머릿속에 떠오를 것 같습니다.
최규연(서울 잠일초 6) 학생기자
」
글=박경희 기자 park.kyunghee@joongang.co.kr, 사진=이대원(오픈스튜디오)·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 동행취재=이우찬(경기도 옥길산들초 5)·조유진(인천 부원초 6)·최규연(서울 잠일초 6) 학생기자, 자료=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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