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면허 음주뺑소니·운전자 바꿔치기 50대 징역형 집유

음주운전 반복해 사고 낸 무면허 운전자
"운전자 바꾸자" 동승한 친구 제안
조수석 통해 내린 뒤 현장 이탈

무면허 상태에서 음주운전을 반복해 사고를 내고 동승한 친구의 제안에 따라 '운전자 바꿔치기'를 통해 현장에서 도망친 50대 남성이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10단독 강민호 부장판사는 특정범죄가중법상 도주치상 및 사고후미조치, 범인도피방조, 도로교통법상 무면허 운전 등 혐의로 기소된 A씨(53)에게 최근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160간의 사회봉사 및 40시간의 준법운전강의 수강명령도 함께였다.

검찰에 따르면 A씨는 2021년 1월7일 오후 9시40분 서울 종로구의 편도 4차선 도로에서 친구 B씨를 태우고 2㎞가량 차량을 몰던 중 신호를 기다리던 오토바이를 들이받았다. 이들은 다친 오토바이 운전자를 도로에 둔 채 계속 차를 몰고 도망쳤다.

사고를 목격한 다른 오토바이 운전자가 경적을 울리고 소리를 지르며 쫓아오자 A씨는 좁은 골목길로 방향을 틀었다. 하지만 마주 오던 차량 때문에 길이 막혔다.

당시 A씨는 앞선 음주운전으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뒤 유예기간이 경과하지 않은 상태였고, 무면허 상태에서 음주운전을 반복한 상황이었다. 이 사실을 알고 있던 B씨는 자신이 운전을 한 것처럼 '운전자 바꿔치기'를 하자고 제안했다.

이후 B씨가 먼저 차에서 내려 "돈으로 물어주면 되고 벌금 좀 물으면 되지"라고 말하며 다가오는 목격자를 막아선 것으로 조사됐다. 그 사이 A씨는 차량 내부에서 자리를 옮겨 조수석 문을 통해 내린 뒤 몰래 골목을 빠져나갔다. B씨는 출동한 경찰관들에게도 "제가 운전했습니다"라고 주장하며 시간을 끌었다.

수사기관에 붙잡힌 이들은 당초 "사고가 난 사실을 몰랐다" "주차를 하려고 골목길로 들어갔다"고 잡아뗐지만, 법정에서 모든 혐의를 인정했다. 음주측정 등이 제때 이뤄지지 않아 A씨에 대한 공소사실 중 음주운전 혐의는 빠졌다.

재판부는 A씨와 B씨의 혐의를 유죄로 봤다. 그러면서 "A씨는 음주운전으로 인한 징역형의 집행유예 기간에 재범을 저질렀다. 사고를 내고 도망쳐 자칫 피해자가 도로에 방치됐을 수도 있다"며 "B씨의 범인도피 범행으로 A씨에 대한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등 사고 초기 수사에 혼선이 있었다"고 밝혔다.

다만 "법정에 이르러 A씨와 B씨가 범행을 인정한 점, 합의한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범인도피 혐의로 함께 기소된 B씨에겐 벌금 500만원이 선고됐다.

A씨와 B씨, 검찰이 모두 항소하지 않으면서 1심 판결은 그대로 확정됐다.

김대현 기자 kdh@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