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 피플] PO 악몽에서 깨어난 10승 무패 '잠실 무적함대'
배중현 2023. 6. 26. 05:02
서울 잠실구장에 '무적함대'가 떴다. 그 주인공은 외국인 투수 아담 플럿코(32·LG 트윈스)이다.
플럿코는 지난 24일 KBO리그 역사에 이름을 남겼다. 잠실 롯데 자이언츠전에 선발 등판한 그는 6이닝 무실점 쾌투로 시즌 10승 고지를 밟았다. 14번째 등판까지 패전이 없던 플럿코는 프로야구 역사상 '선발 10승 무패'를 달성한 여섯 번째 투수가 됐다. 외국인 투수로는 2017년 헥터(당시 KIA 타이거즈) 2018년 후랭코프(당시 두산 베어스)에 이어 역대 세 번째. 시즌 평균자책점은 1.66까지 낮췄다.
플럿코는 선발 등판한 15경기 모두 5이닝 이상 책임졌다. 퀄리티 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가 12회로 리그에서 가장 많다. 지난달 14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전(6이닝 5실점)을 제외하면 4점 이상 내준 경기가 없다. LG는 플럿코가 나선 경기에서 13승 2무, 승률 100%를 기록 중이다. 염경엽 LG 감독은 롯데전이 끝난 뒤 "플럿코가 선발의 기둥답게 완벽한 피칭을 해줬다"고 극찬했다.
지난겨울 플럿코의 재계약은 물음표였다. 정규시즌 15승(5패)을 따내며 성공적으로 KBO리그 첫 시즌을 보냈지만, 포스트시즌에서 남긴 인상이 워낙 강했다. 10월 25일 키움 히어로즈와 플레이오프(PO) 2차전에 선발 등판한 플럿코는 1과 3분의 2이닝 8피안타 6실점(4자책점) 패전 투수가 됐다. PO 1차전에 승리했던 LG는 2~4차전을 내리 패하고 시리즈 탈락했다. 팀 안팎에선 "플럿코를 교체하는 것 아니냐"는 예상이 줄을 이었다. 한국시리즈(KS) 우승이라는 숙원사업을 해내려면 큰 경기에서 강한 '에이스'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플럿코의 PO 2차전 등판 결과가 충격에 가까웠다.
고심을 거듭한 LG의 선택은 재계약이었다. 케이시 켈리와 플럿코 모두 재계약하면서 원투펀치를 유지했다. 지난 3월 시범경기 3경기에 등판한 플럿코는 평균자책점 0.75(12이닝 1자책점)로 활약했다. 이어 정규시즌 무패 가도를 질주하며 '코리안 드림'에 한 발 더 가까워졌다. 야구통계전문업체 스포츠투아이에 따르면, 플럿코의 직구(포심 패스트볼) 비율은 전년 대비 11.2%포인트(p) 하락한 39.6%이다. 대신 슬라이더와 컷 패스트볼(커터) 비율을 끌어올렸다. 여기에 커브와 체인지업까지 섞어 투구 레퍼토리가 복잡하다. 제구까지 더 안정돼 공략하기 더 까다로운 투수가 됐다.
LG의 또 다른 외국인 투수 켈리의 성적(6승 4패 평균자책점 4.26)이 들쭉날쭉하다. 토종 선발 자원으로 기대를 모은 김윤식과 이민호는 모두 2군에 내려갔다. 불펜 투수 이정용이 선발 투수로 보직 전환할 정도로 상황이 녹록하지 않다. 하지만 팀은 SSG 랜더스와 치열하게 선두 경쟁 중이다. 등판 경기마다 승리 모드를 작동하는 플럿코의 활약 덕분이다. 플럿코는 "내가 LG에서 뛰고 있는 게 행운"이라고 몸을 낮췄다.
배중현 기자 bjh1025@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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