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인간의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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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재능을 보는 것은 같은 인간으로서 참 즐거운 일이다.
AI가 어디까지 예술가를 대체할 수 있을지의 문제가 연일 화제에 오르지만, 우리는 언제나 인간이 만든 것을, 인간이라는 존재의 운명이 어떤 방식으로든 구현돼 있는 예술 작품을 더욱 사랑할 것이다.
물론 언젠가 AI에게 주체적인 삶이 주어질 때, 그들 역시 이처럼 섬세한 정동을 구현해낼 수 있는 날이 찾아오겠지만, 그것은 우리의 상상보다 더욱 먼 미래의 일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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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재능을 보는 것은 같은 인간으로서 참 즐거운 일이다. 아직 많은 가능성과 잠재성을 내포하고 있는 어린 사람들의 재능을 보는 일은 더욱 그렇다. 물론 재능 관람하기를 즐기는 어른들의 욕심이 어떤 방식으로든 아이들을 착취하는 시스템으로 이어져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러나 재능을 마음껏 펼치는 이들을 바라볼 때 발생하는 경탄과 부러움 등을 포함한 즐거운 감정 자체를 부정할 수는 없다.
음악적 재능을 전혀 타고나지 못한 나로서는 특히 타고난 리듬감과 표현력, 음악적 감수성으로 탁월하게 노래나 악기 연주를 해내는 어린이들의 모습을 보는 일을 좋아하는 편이다. 음악 영재의 영상 조회수가 대부분 월등히 높은 것으로 보아 이 기쁨을 나만 느끼는 것은 아닌 듯하다. 얼마 전에는 리스트의 ‘탄식’을 기가 막히게 연주하는 열한 살 피아니스트의 연주 영상을 보았다. 야외에서 진행된 연주였는데, 추운 날에 촬영됐는지 두꺼운 옷을 입고도 귀와 손끝이 조금 빨갛게 얼어 있었다. 겨울 날씨 속에서 음악에 완전히 심취한 연주자의 표정과 몸짓은 무척 아름다웠다. 성인 연주자처럼 원숙한 느낌을 주는 것은 아니었으나 생동감 있고 개성 있는 연주가 관람자의 눈과 귀를 모두 즐겁게 했다. 그는 이미 훌륭한 한 명의 피아니스트처럼 보였다.
그의 연주를 기쁘게 관람하며 내가 음악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사람이 음악을 한다는 사실 자체를 더욱 좋아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아무리 멋진 그림이어도 인공지능(AI)이 그렸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흥미가 떨어진다. AI가 어디까지 예술가를 대체할 수 있을지의 문제가 연일 화제에 오르지만, 우리는 언제나 인간이 만든 것을, 인간이라는 존재의 운명이 어떤 방식으로든 구현돼 있는 예술 작품을 더욱 사랑할 것이다. 물론 언젠가 AI에게 주체적인 삶이 주어질 때, 그들 역시 이처럼 섬세한 정동을 구현해낼 수 있는 날이 찾아오겠지만, 그것은 우리의 상상보다 더욱 먼 미래의 일이 되지 않을까.
김선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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