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읽기] 한국 브랜드 실종 사건
중국 시장에 한국 브랜드가 없다. 자동차, 핸드폰, TV, 심지어 화장품도 이젠 찾기 힘들다. 거의 실종 수준이다. ‘어쩌다 이리됐지?’ 중견 화장품 회사의 K사장은 사내 중국 팀장을 불러 시장 상황을 묻는다. 팀장의 답은 이랬다.
“중국 젊은 소비자들의 ‘애국 소비’ 성향으로 외국 브랜드 입지가 좁아지고 있습니다. 마땅한 타개책이 보이지 않습니다.”
맞는 얘기인가? 핑계는 아닌가?
맞다. 수퍼급 글로벌 브랜드라도 ‘국뽕(애국주의)’의 공격 타깃이 되면 하루아침에 중국에서 쫓겨날 수 있다. 미·중 패권 경쟁에 애국 소비는 더 기승을 부린다.
스포츠업계의 최고 브랜드인 나이키도 당하는 판이다. 이 회사는 2021년 초 중국의 위구르족 강제 노동을 이유로 신장(新疆)산 면화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했다가 ‘타도’ 대상이 됐다. 결국 지난해 시장 점유율 1위 자리를 중국 브랜드 안타(ANTA)에 내줘야 했다.
핑계도 된다. 컨설팅 회사 맥킨지는 “중국의 젊은 소비자들은 외국 브랜드에 쉽게 현혹되지 않는다. 퀄리티와 가격이 더 중요할 뿐이다”라고 분석한다. 애국 소비보다 중국 기업의 제품 혁신에 문제의 핵심이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많은 미국 유튜버조차 ‘안타의 농구화 품질이 나이키에 못지않다’고 인정한다.
억울하다. 스마트폰 갤럭시는 현재 세계 시장 점유율 22%로 1위다. 그런데 유독 중국에서는 1%에도 미치지 못한다. 현대차도 상황은 비슷하다. 그런데도 ‘내 탓이오!’, 자책만 하라고?
여기서 고려해야 할 게 국가의 개입이다. 나이키가 그랬다. 이 회사는 사건 후 중국 관영 언론의 불매 운동 논조에 시달렸다. 외교부 대변인이 나서 ‘나이키는 중국에서 한 푼도 벌지 못할 것’이라며 분위기를 조성하기도 했다. 갤럭시와 현대차가 사드 사태 와중에 급격히 시장을 잃었던 것과 같은 맥락이다.
젊은이들의 애국 소비에는 이같이 중국 기업의 품질 혁신과 당국의 공공연한 개입이 도사리고 있다. 소비자와 기업, 정부가 뭉쳐 거슬리는 외국 브랜드를 몰아내는 꼴이다. 한국 제품 실종 사건의 배경이기도 하다. 화장품 회사 중국 팀장이 좌절할 수 밖에 없다.
어떻게 되찾아야 할까. 방법은 하나다. 중국 제품을 압도할 수 있도록 품질 혁신을 이루고, 안정적인 한-중 관계 관리로 외풍을 막아야 한다. 전자는 기업의 몫이요, 후자는 정부가 할 일이다. 그게 안 된다면 ‘한국 브랜드 실종’은 해결되지 않는 미제 사건으로 빠져들 가능성이 크다.
한우덕 차이나랩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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