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기 ‘필향만리’] 攻乎異端斯害(공호이단사해)
2023. 6. 26. 00:43
‘攻’은 주로 ‘공격하다’라는 뜻으로 사용하지만 ‘전공(專攻)’처럼 어느 한 분야에 ‘몰두하다’라는 뜻으로도 사용한다. ‘이단(異端)’은 ‘그르다고 여겨 자기가 믿지 않는 종교’를 일컫는 말이기도 하고, ‘전통 혹은 시류에 어긋나는 주장이나 학설’을 이르는 말이기도 하다.
공자는 “이단에 몰두하면 해로울 따름이다”라고 했다. 주희는 ‘공자와 맹자의 도(道)가 아닌 양주(楊朱)나 묵적(墨翟), 혹은 불교 등을 이단으로 보고서 그러한 이단에 몰두하면 부모도 몰라보는 무도한 상황에 이르게 되므로 해로울 뿐이라고 설명했다. 근래에는 공자가 말한 ‘이단’을 종교나 학술적 개념의 이단에 국한하지 않고, 어떤 상황에서도 나타날 수 있는 양극단의 의미로 이해하여, 중용에서 벗어난 극단적 자기주장에 몰두하는 것은 해로울 뿐이라는 뜻으로 해석하는 연구자들이 많다.
우리나라는 지금 이단이 야기한 대립과 갈등의 소용돌이에 빠진 것 같다. 사술(邪術)로 기만하는 이단의 종교가 난무하고, 양극단으로 치닫는 정치와 양극화되어 가는 사회 갈등도 심각하다. 극단의 대립은 분열을 자초하고 분열은 패망을 부른다. “이단에 몰두하면 해로울 따름이다”라는 공자의 말을 깊이 새겨야 할 때이다.
김병기 서예가·전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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