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승섭의 금융라이트]금융이 무너지는 지점 '민스키모멘트'

코로나19가 종식 국면에 접어든 이후 ‘민스키 모멘트’에 대한 경고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습니다. 사실 금융위기가 발생할 때마다 민스키 모멘트는 늘 언급되는 단골 경제용어이기도 한데요. 민스키 모멘트가 주목받는 이유는 뭘까요?
민스키 모멘트란 미국의 경제학자 하이먼 민스키(Hyman Minsky)의 ‘금융 불안전성 가설’을 의미합니다. 빚을 많이 늘려서 경기가 좋아진 뒤 부채상환 능력이 악화한 채무자가 결국 건전한 자산까지 팔게 되며 금융 시스템이 붕괴한다는 게 가설의 핵심입니다. 미국의 경제학자 폴 매컬리가 러시아 금융위기를 설명하기 위해 민스키의 가설을 인용하며 모멘트라는 용어를 만들었죠.
쉽게 말해 민스키 모멘트는 ‘빚을 많이 내며 만든 호황이 어떻게 붕괴하는지’ 보여주는 가설입니다. 가령 A 국가에서 돈을 쉽게 빌릴 수 있게 되면서 주식과 부동산을 사는 사람이 확 증가했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투자수요가 증가하면서 주식과 부동산 시장의 가격은 급속도로 증가하게 되죠. 뛰는 가격을 보며 투자에 관심이 없던 사람들도 주식과 부동산을 사기 시작하면서 시장은 더욱 과열됩니다.
하지만 영원한 호황은 없죠. 사람들은 어느 순간 가격이 더 오르지 않을 거라는 두려움에 휩싸입니다. 성장이 꺾이는 바로 이 지점이 민스키 모멘트입니다. 이제 빚을 지고 투자했던 사람들이 하나둘 가격을 낮춰 투자자산을 팔아치웁니다. 문제는 팔려는 사람들이 점점 증가할 때죠. 가격이 폭락할 조짐을 보이는데 누가 주식과 부동산을 사려 하겠어요. 겁에 질린 투자자들은 헐값에 자산을 내놓기 시작합니다. 가격은 더 빠르게 폭락하고요.

호황일 때 저리 대출을 내줬던 금융기관은 돌변합니다. 시장이 어려워지자 빌려준 돈을 회수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는 거죠. 은행들은 빌려줬던 돈을 회수하는 데 집중합니다. 투자자들이 맡겨놓은 담보를 처분해버리죠. 이제 투자자들의 담보까지 팔리니 시장은 걷잡을 수 없이 무너지기 시작합니다. 빚이 없는 사람들도 시장이 붕괴한다는 공포를 느낍니다. 자산의 가격이 내려가는 걸 보면서 사람들은 건전한 자산까지 최대한 빠르게 처분하기 시작합니다. 은행들은 각고의 노력에도 돈을 회수하지 못하면서 파산하게 되고 금융위기가 발생합니다.
민스키는 왜 이러한 현상이 발생한다고 생각했을까요? 그는 특별한 외부 요인이 있는 게 아니라 자본주의 체제 안에 원인이 있다고 봤습니다. 경제주체들이 리스크 관리를 철저히 하고 가계가 저축을 열심히 하면서 국가가 꾸준히 성장하는 순간이 계속될 수 있을까요? 민스키는 성장에 대한 확신이 강해지면 사람들의 투기 성향이 강해진다고 봤습니다. 어차피 경제는 무조건 성장할 테니 큰돈을 벌기 위해 ‘빚투’같은 위험한 투자를 하는 사람들이 증가한다는 거죠.
민스키 모멘트는 처음부터 주목받았던 이론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1996년 사망 이후 널리 사용되기 시작했죠. 계기는 2008년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였고요. 당시 주택시장에 대한 낙관적인 기대감이 팽배하면서 주택담보대출이 확 늘어났는데, 기대감이 무너지면서 금융시장이 붕괴한 사건이죠. 그리고 각종 금융위기를 돌이켜보니 민스키의 가설에 나와 있는 현상들이 실제로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최근 민스키 모멘트가 언급되고 있는 건 코로나19로 전 세계 금융시장의 부채가 확 늘었기 때문이죠. 주요 외신에 따르면 마르코 콜라노비치 JP모건체이스 전략가는 올 초 자신의 투자자들에게 “시장과 지정학적인 민스키 모멘트 가능성이 증가하고 있다”면서 “중앙은행들이 성공적으로 통제한다고 해도 신용 여건은 지금보다 훨씬 더 급속하게 악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냈죠. 5월에는 루도비치 수브란 알리안츠 수석 이코노미스트가 “우리는 민스키 모멘트의 모든 요소를 갖고 있으며 유동성 위기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며 “상업용 부동산과 미국 지역은행 사이의 연결고리가 걱정된다”고 얘기하기도 했습니다.
편집자주 - 금융은 어렵습니다. 알쏭달쏭한 용어와 복잡한 뒷이야기들이 마구 얽혀있습니다. 하나의 단어를 알기 위해 수십개의 개념을 익혀야 할 때도 있죠. 그런데도 금융은 중요합니다. 자금 운용의 철학을 이해하고, 돈의 흐름을 꾸준히 따라가려면 금융 상식이 밑바탕에 깔려있어야 합니다. 이에 아시아경제가 매주 하나씩 금융이슈를 선정해 아주 쉬운 말로 풀어 전달합니다. 금융을 전혀 몰라도 곧바로 이해할 수 있는 ‘가벼운’ 이야기로 금융에 환한 ‘불’을 켜드립니다.
세종=송승섭 기자 tmdtjq850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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