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측근의 반역…크렘린에 총구 겨눈 ‘푸틴 요리사’

장은현 2023. 6. 25.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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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용병기업 바그너 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은 한때 '푸틴의 요리사'로 불리며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분류됐다.

바그너그룹은 우크라이나 동부 '친러시아' 분리주의 세력을 지원하기 시작한 그해 처음 확인됐고 크림반도 병합 등 굵직한 군사 작전에 동원됐다.

잔혹하고 무자비한 전술을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진 바그너가 전장에서 성과를 거두기 시작하자 프리고진은 러시아에 '인정'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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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용병기업 바그너 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왼쪽)이 2019년 9월 20일 상트페테르부르크 외곽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학교 급식을 생산하는 자신의 공장을 소개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러시아 용병기업 바그너 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은 한때 ‘푸틴의 요리사’로 불리며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분류됐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주요 전투를 이끈 그는 최근 러시아군과 보급품 지원 문제로 갈등을 겪다 반란을 일으켰다.

24일(현지시간) CNN과 영국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1961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태어난 프리고진은 어린 시절 스포츠 아카데미에 다니며 크로스컨트리 스키 선수를 준비했지만 성공하지 못했고, 이후 경범죄자들과 어울리며 범죄를 저질렀다.

절도로 약 10년을 복역한 후 그는 고향에서 핫도그 가게를 열며 요식업을 시작했다. 프리고진이 푸틴 대통령의 ‘이너 서클’에 합류하게 된 것은 2000년대 초 당시 지역 부시장이었던 푸틴 대통령이 그의 레스토랑인 ‘뉴 헤이븐’을 주기적으로 찾기 시작하면서다.

그가 바그너 그룹을 만든 것은 2014년으로 추정된다. 바그너그룹은 우크라이나 동부 ‘친러시아’ 분리주의 세력을 지원하기 시작한 그해 처음 확인됐고 크림반도 병합 등 굵직한 군사 작전에 동원됐다. 초기에 약 5000명 규모의 남성들로 구성된 바그너 그룹에는 특수부대 출신 베테랑 출신들이 모여 있었다.

프리고진은 수년간 이 그룹과의 연관성을 부인했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지자 전면에 등장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지난해 9월, 푸틴 대통령이 30만명의 민간인을 전쟁에 동원하겠다고 발표할 당시 러시아 전역 교도소를 찾아가 수감자들에게 “자유를 얻는 대가로 우크라이나에서 프리고진을 위해 싸우라”고 제안했다. 미 ABC방송에 따르면 지난해 우크라이나에 있는 바그너 용병 5만명 중 약 80%가 전직 수감자였다.

외교 정책 전문가인 페데리카 사이니 파사노티는 지난해 브루킹스연구소에 기고한 글에서 “러시아는 심각한 인권 침해와 민간인 학대와 같은 문제를 회피하기 위해 (바그너에) 어떠한 명령이나 통제도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잔혹하고 무자비한 전술을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진 바그너가 전장에서 성과를 거두기 시작하자 프리고진은 러시아에 ‘인정’을 요구했다. 최근 몇 달간 텔레그램에 영상을 올려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을 겨냥해 무능하고, 우크라이나에 고의로 병력을 적게 배치했다고 비난했다. 사망한 바그너 용병들 옆에서 찍은 영상에서는 쇼이구 장관 등을 향해 “당신들이 호화로운 사무실에 뚱뚱한 고양이처럼 앉아있는 동안 자원봉사자로 온 이들이 죽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달 5일 우크라이나 동부 바흐무트 전투에서 러시아의 지원이 충분하지 않다고 주장하며 군대를 철수하겠다고 했지만 이틀 후 러시아가 탄약과 무기를 제공하기로 했다며 계획을 철회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이달 초 모든 바그너 용병에게 다음 달 1일 이전에 러시아군의 통제를 받는다는 계약서에 서명할 것을 요구했다. 프리고진은 “바그너는 쇼이구와 어떠한 계약도 체결하지 않을 것”이라며 “그는 군대를 제대로 관리하지도 못한다”라고 거절했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 취재진에게 국방부의 요구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프리고진은 지난 11일 자국 국방부와 계약을 체결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어 우크라이나 대반격 국면에서 승리하고 있다는 푸틴 대통령의 발언을 정면 반박하며 도발했다. 그는 “러시아 국방부가 바그너 캠프를 공격해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주장하며 “쇼이구 장관을 응징하기 위한 ‘정의의 행진’을 시작한다”고 했다.

장은현 기자 e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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